초콜릿폰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감성 디자인으로 LG전자 휴대폰의 역사를 새로이 쓴 블랙라벨의 주역인 “뉴 초콜릿폰”의 주인공 차강희 슈퍼 디자이너“에 대한 궁금증을 어느정도 해소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뉴 초콜릿폰에 담긴 디자인의 비밀을 파헤쳐 보기로 합니다.

자~ 그럼 이제 수많은 사연과 우여곡절이 담긴 뉴 초콜릿폰 프로젝트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차강희 슈퍼 디자이너에게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디자인 히어로즈 ④
MC디자인연구소 차강희 연구위원

뉴 초콜릿폰 제품 사진
뉴 초콜릿에 숨겨진 몇가지 비밀

초콜릿폰의 DNA 계승한 감각적인 디자인
최근에는 인터넷 사용, 사진 촬영과 지상파 DMB, 동영상 컨텐츠 감상 등 휴대폰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되면서 더 넓은 화면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수요와 맞아떨어져 디스플레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어요. 디스플레이의 크기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영화를 즐기기 좋은 디스플레이의 비율이 휴대폰의 차별화 포인트로 떠올랐지요. 휴대폰의 트렌드가 터치로 이동하면서 디자이너가 디자인할 수 있는 폭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얇고 심플해지고 화면은 커지면서 어떻게 하면 디스플레이를 크게 보여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디자인 이노베이션을 통해 ‘폰 시어터(Theater)’ 경험
LG전자의 블랙라벨시리즈 4탄, ‘뉴초코릿폰’을 기획하면서 저는 휴대폰 화면의 비율이 3:4 화면에서 16:9 와이드로, 다시 극장 스크린 비율인 21:9(2.35:1)의 영화 비례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4인치의 대형 HD LCD 화면에서 잘림이나 왜곡 없이 영화를 볼 수 있다면 그야말로 휴대폰으로 영화를 보는 시대를 앞당기는 것이 되는 것이죠.
그로 인해 누릴 수 있는 추가적인 혜택도 매우 큽니다. 2.35:1 모드로 잘리지 않는 영화 화면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 브라우징이나 일정관리, 게임이나 음악을 즐길 때에도 화면을 듀얼로 분리할 수 있어요.

기능적으로는 보는 휴대폰으로의 변화 추세와 심플한 디자인의 변화가 맞아떨어져 탄생한 것이 바로 뉴초콜릿입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전작인 초콜릿폰의 미니멀하고 심플한 디자인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상징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초콜릿폰에 대한 오마주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려나요 ^^; 

뉴 초콜릿 제품 사진뉴 초콜릿 제품 사진
사람에 대한 관심, 사람을 위한 디자인

LG전자의 휴대폰 디자인의 출발은 컨슈머 인사이트의 발견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런데 대중화된 제품을 개선할 때는 고객조사가 유용하지만,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것이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고객은 마음속으로 원하지만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조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고객 인사이트에서 소비자가 입으로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속마음을 읽어내고, 무의식적인 행위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입니다.  여기에 기능성이 더해질 때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고객 인사이트(Consumer insight)는 남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은 정보가 아니라 남들이 모르고 나만 알고 있는 것이 인사이트를 의미한다. – LG전자 CEO 남용 부회장 


뉴 초콜릿에 숨겨진 몇가지 비밀

블랙과 레드의 섹시한 하모니, 뉴 초콜릿폰
뉴 초콜릿 제품 사진저는 휴대폰에서 이제 LG가 만들면 화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디자인 트렌드를 리딩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항상 다음을 고민하지요. 남들보다 다른, 차별화된 가치를 찾아 항상 멀리 내달아야 합니다.
휴대폰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부품이 경박단소화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품이 소형화가 부쩍 진전되면서 휴대폰의 디자인도 점점 더 유연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있습니다. 뉴초콜릿폰은 유광 검정색(Pure Black)의 외관에 전면의 버튼을 모두 없애고 강화유리를 사용해 매끈하고 날렵한 느낌을 살려 최대한 심플하게 선을 배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옆면은 손에 잡으니까 둥글려서 10.9mm의 얇은 느낌의 그립감을 살리고 위 아래는 잘라내서 좀 더 시크한 느낌을 주었어요.

조율과 협력이 성공의 관건
모든 프로젝트는 여러 사람이 하는 일이라 난관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때 조율과 협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디자이너는 사고가 유연해야 하며, 성격이 낙천적이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상대방을 위해서 배려하고 고민하게 되면 새로운 개선책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하나의 목표를 갖고, 본질을 이해하고, 힘들 때 서로를 위해주고, 때로는 어리광도 부릴 수 있는 그런 사랑이 담긴 가족과 같은 원 팀이 되어야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어요.


디자인에 대한 몇가지 생각

차강희 연구위원 사진
디자인은 기술과 달리 학문이 아니라 주변의 변화에 민감하게 정보를 폭넓게 수집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물을 바라봐야 합니다. 저는 디자이너가 전문적인 기능인이 되어서는 안되고 전략가가 되어 크게 보아야 새로운 방향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라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비자 조사라는 틀에만 갇혀 있지 않고 평소에도 계속 안테나를 세워두고 있습니다. 다방면에 잡학다식 해야 통찰력이 생기는 법이니까요. 뉴턴이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지극히 당연한 물리 현상을 보고 만유인력(萬有引力)의 법칙을 발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계속 고민하고 감각을 열어두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던 거죠. 그래서 저는 과학상식, 세상 사는 이야기, 여행기 등을 가리지 않고 많이 봅니다.

‘덜어 내는 것’이 건강한 디자인
유머와 위트가 넘치기로 유명한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한때 ‘나는 디자인을 하지 않겠다. 내가 지금까지 디자인 한 것은 모두 쓰레기였다.”라며 ‘절필’을 선언한 적이 있었어요. 디자인은 우리 삶에 가치를 더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쓰레기가 되니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하지 않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거죠.
저는 디자인은 하되 사회에 책임을 지는 에코 디자인(그린 디자인)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디자이너가 멋을 부리는 데에서 벗어나 부품 하나라도 덜 쓰고, 스프레이를 덜 하고, 도금을 덜할 수 있도록 ‘덜어내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차강희로 돌아간다면?
어릴 적에 저는 화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화가는 자기만족의 영역이지만 디자인은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업이죠. 당시에는 한국의 디자인문화가 업으로 하기에는 문화가 미성숙했고, 기업 내에서 잘 성장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판단해서 입사를 했지만, 지금까지 디자이너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디자이너는 남보다 앞서 미래를 생각하고, 상상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앞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멋진 직업입니다. 나중에라도 제 이름을 걸고 건축과 같은 또 다른 영역의 디자인을 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프라다와 와치폰, 그리고 미래 휴대폰에 대한 이야기  

프라다폰 사진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아름다움 – 프라다폰
프라다폰은 최초로 대화면과 터치만으로 이뤄진 유저인터페이스로 프라다폰을 개발해 휴대폰의 사용행태를 변화시켰습니다. 프라다와 디자인 관련 협의를 할 때 프라다에서 “화면을 검은색으로 해달라.”는 말이 저에겐 매우 충격적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모두들 컬러풀한 화면을 선호했기 때문에 3인치 대형 초고화질 LCD를 흑백으로 채운다는 건 상상할 수 없었거든요.

드러내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숨기는 아름다움’이라는 그들의 정서에 환호했어요. 프레임과 화면 사이의 턱을 없앤 것도 프라다폰이 처음이었죠.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 사회에서 ‘단순미’는 매우 중요한 미덕입니다. 디자이너에게는 비워내고 덜어내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있어요. 프라다폰은 그걸 과감히 넘어섰죠. 저는 디자인이 더 이상 뺄게 없을 때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2007년 2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誌와 프라다폰 관련 인터뷰를 했을 때 “어떻게 LG에서 아이폰과 같은 아이디어를 냈죠?”라는 질문을 하더군요. 저는 미국 중심적인 아이폰 중심의 인터뷰에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저는 LG가 초콜릿폰이나 프라다폰을 통해 버튼 없이도 휴대폰을 쓸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으로 문화를 바꾸어 나간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세상은 음성에서 비주얼로 간다 – 와치폰

와치폰 사진과거에는 휴대폰이 음성통화의 영역에서 머물렀다면 미래에는 내비게이션, 인터넷 등 다양한 영역의 기능을 포함해, 개인의 분신으로까지 발전해 가면서 휴대성과 패션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최근 해외 시장에 출시한 와치폰은 제가 3년 전부터 콘셉트 디자인을 계속 제안해서 올 8월에 드디어 출시되었습니다.

앞으로 휴대폰 화면은 사용성에 의해서 커지지만 휴대성과 기술의 집적화에 따라 소형화되고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휴대폰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와치폰은 시계라는 익숙한 형태로 선보였지만, 나중에는 단추, 목걸이, 브로치 등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지요. 미래의 휴대폰은 더욱 빠르고 변화무쌍하게 변화할 것입니다. 이제 와치폰을 필두로 LG가 이러한 변화를 리드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디자인이 슬림하고 심플한 것에 포커싱되어 있다면 앞으로의 디자인은 좀 더 부드럽고, 좀 더 유연해질 것입니다. 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몇 가지는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관심이 많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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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희연 차장(미도리)
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PR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