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의 계절, 연말연시가 돌아왔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송년회 풍경이지만, 상사와 막내의 입장은 정말 요단강 만큼이나 멀고도 깊지요? 자~ 그럼 두 사람의 관점에서 본 최악의 회식상황, 함께 들어가보실까요?  

직장 탐구생활 1탄 _ 회식 편

부장, 신입 마음 몰라요. 막내, 부장 마음 몰라요~ 사소한 것 하나부터 너무도 다른 상사와 막내의 마음 한번 비교해볼까요?

1. 회식의 서막, 일장연설

회식 사진
부 장

오늘은 연말을 맞아 오랜만에 회식하는 날이에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뜻 깊은 자리인 만큼 3일 전부터 감동적인 연설을 준비해 왔어요. 감동받을 팀원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벅차올라요. 고기가 익기 시작하면서 어색했던 회식 분위기가 금세 달아올라요. 부장은 바로 이때, 공복감으로 인해 팀원들의 집중력이 절정에 달한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연설을 시작해요. A4지 8장 분량으로 간단하게 정리한 멘트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즉흥적으로 터져나오는 것처럼 폼나게 연기를 해요. 짧은 순간이지만 오바마도 이렇게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잠깐 빠져요. 눈물 흘리는 팀원들도 여러 명 나올 것 같다는 기대도 잠깐 해보지만, 이런 한명도 없어요. 요즘은 다들 정서가 너무 메말랐어요.

신 입
팀장님의 일장연설이 너무도 길어요. 술도 안 먹었는데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고, 구간반복을 하고있어요. 숨이 가빠오고 머리는 어질어질 한 게 조회시간에 쓰러지던 친구들이 생각나요. 그러던 신입의 눈에 고기가 타는 게 보여요. 가만 두면 삼겹살이 발암물질로 곧 변할 것 같고, 그렇다고 고기를 뒤집자니 팀장님 연설시간에 딴 짓하는 식탐 넘치는 신입사원으로 보일 것 같아요. 에라 모르겠다! 살신성인의 자세로 고기를 뒤집어요. 오 마이 갓! 딱 걸리고 말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었어요. 팀장님의 광선검 눈빛에 눈이 멀 것 같아요.

2. 회식의 ‘꽃’ 건배 제의

회식 사진
부 장

회식의 꽃 건배 제의를 할 순서에요. 잔뜩 기대에 차서 잔을 들어올리는데, ‘이럴수가!!’. 개념 없는 막내가 이런 중요한 순간에 사이다를 찾고 있어요. 첫 잔부터 사이다라니 제정신이 아닌 게 확실해요. 건배제의 하려고 들었던 팔이 민망스러워요. 소주잔이 맥주잔 같이 느껴지고 있는데 막내는 아직도 오프너를 찾고 있어요. 육두문자가 목구멍에서 용솟음치지만 자리가 자리인 만큼 참기로 해요.

신 입 
건배 제의가 끝나고, 회식 자리의 하이라이트, 난이도 별 다섯 개 ‘공포의 술잔 돌리기’기술이 등장해요. 소매에 닦은 술잔을 부장님이 건네고 있어요. 잔이 10배는 더 더러워진 것 같아요. 술잔을 받는 그 짧은 사이에, 뉴스에서 신종플루, A형간염으로 죽어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요. ‘괜찮아~ 안 죽어’ 라며 부장의 2차 압박이 들어와요. 이쯤되면 신종플루가 문제가 아니에요. 바로 원샷을 해요.

3. 현란한 페이크 모션

회식 사진
부 장
한 잔, 두 잔 후배들이 권하는 술을 마시면서 부장은 얼큰하게 취해가요. 그러다 불현듯 이상야릇한 기운을 감지해요. “오 마이 갓”, 짠을 하고 마시는 시늉만 하는 후배를 발견해요. 챕스틱도 아니고, 소주를 입술에만 바르고 있어요. 송년회 자리에서까지 간을 보호한다고 몸부림치는 후배를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삭막해짐을 느껴요.

신 입 
이제 너나 할 것 없이 한잔씩 술을 돌려요. 저걸 다 마셨다간 위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내장이 녹아내릴 게 확실해요. 원샷을 하는 척하면서, 머리에 털기, 짠하면서 술 흘리기 등 타짜 뺨치는 손기술로 다양한 페이크 모션을 선보여요. 아싸, 성공이에요.
하지만 그런 손기술도 얼마가지 못하고 슬슬 동공이 풀리기 시작해요. 이 때 배를 채워 알코올의 흡수를 조금이라도 늦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동기녀석이 조금 전 장인정신으로 구워놓은 고기를 낚아채 팀장님께 조공으로 바쳐요. 아까까지만 해도 회식가기 싫다고 난리 떨던 녀석의 유주얼 서스펙트스러운 반전에 기가 막혀요. 엄마 말대로 세상엔 정말 믿을 놈 하나 없는 것 같아요.

4. 따로 놀기의 진수, 끝나지 않는 회식

회식 사진
부 장
이젠 심지어 전화기와 회식하고 있는 자폐형 후배도 보여요. 전화기에만 집중할 뿐 주위 분위기 따윈 쿨하게 무시해요. 전화해요, 문자해요, 전화해요, 문자해요, 회식 내내 저렇게 따로 놀아요.
일 년에 한번 하는 뜻 깊은 자리에서 분위기 하나 못 맞춰주고 따로 노는 후배들을 보면서 서운함이 쓰나미가 되어 밀려들어요. 이쯤 되면 부장은 회식을 왜 하는건지, 도대체 우리 팀에 끈끈한 팀워크란 게 있기는 한 건지 의문이 들어요.

신 입 
술에 취한 부장이 막내 옆에 자리를 잡고 온화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얘기하지만 결국 다 들어보면 회사 생활 똑바로 하라는 이야기에요. 막내는 앞으로 시작 될 부장의 실미도 시집살이를 생각하며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져요. 담배연기가 꽉 차오른 고깃집은 이제 막내에게 숨 쉴 여유도 허락하지 않아요. 이렇게 낮은 산소농도 속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호흡을 하는지 놀라울 따름이에요. 담배연기 때문에 메스꺼워진 속은 술이고 안주고 조금이라도 더 넣었다간 큰 화를 당할 거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어요.

허걱! 이쯤에서 정리하자고 할 줄 알았던 부장은 2차, 3차를 외치며 ‘끝까지 가자’라는 막장 멘트를 날려요. 막내는 집에 영영 돌아가지 못할 것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혀요. 누구 한 명 실려 가기 전엔 회식이 끝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어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꾸며 본 선배와 후배의 회식 탐구생활, 어떻게 보셨나요? 다소 과장된 상황이지만, 실제 회식자리에서도 이런 상황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죠? 각자의 개성과 상황을 이해하고 조금씩만 더 존중한다면 회식자리가 개인의 주량이 아닌 돈독한 팀워크를 다지는 자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이 내용은 LG사내방송인 LGCC에서 방영된 프로그램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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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희연 차장(미도리)
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PR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