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기고 멋진 사람이 옷도 잘 입으면 훨씬 더 멋져 보이는 것처럼 제품도 패키지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서 디자인했다면 그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옷이 날개’란 말도 있지 않은가. 평범하던 제품이 ‘갖고 싶은 상품’으로 변하는 순간. 바로 패키지 디자인이 제공하는 새로운 고객 경험이다. 
 
LG전자에 입사한 이후 10년간 LG전자 제품의 POP, 패키지 등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Visual Communication Design)을 담당해 온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오병진 책임에게 그가 사랑하는 패키지 디자인에 대한 애환을 들어보기로 하자. 

[디자이너 톡톡 ⑫] 전자 제품에 패션을 입히는 디자이너, 오병진 책임

오병진 책임 사진
패키지 디자인의 세 가지 키워드 
우리가 공들여 만든 ‘제품’을 고객에게 ‘상품’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최종적으로 옷을 입혀주는 단계가 바로 ‘패키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품이 잘 생긴 인물이라면, 패키지는 멋진 옷에 해당하다고 할까. 예전에는 패키지가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면, 2000년 이후부터 물류형 매장이 등장하면서 패키지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죠. 특히, TV 등 대형 제품인 경우에는 패키지에서 제품의 주요 콘텐츠를 전달하는 기능까지 요구되면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졌어요. 최근에는 친환경 이슈, 감성적인 배려, 사용의 편이성의 측면이 더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고요.

친환경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이슈가 대두되면서 패키지 디자인에서도 재활용 종이를 사용하거나 환경에 무해한 소이 잉크 등을 사용하는 등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죠. 스티로폼과 같은 완충제 재질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를 종이로 대체하기도 합니다.

감성적 배려
감성적인 배려도 중요합니다. 제품을 사면 박스는 당연히 버리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박스를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재활용 소재를 사용해 다시 사용하도록 하고, 소형 고급 박스는 정말 버리기 아까워 스스로 악세서리함 같은 것으로 재활용하는 경우도 많아졌고요.

사용의 편이성
사용의 편이성도 고민합니다. 쉽게 운반할 수 있는지, 쉽게 꺼낼 수 있는지, 재사용할 수 있는지 등등. 패키지가 제품의 가치를 더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괜한 포장으로 제품의 가격을 높이는 불필요한 사치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게 패키지 디자인의 딜레마죠.

비싼 재료를 이용해 멋진 디자인을 하는 것은 쉬워요.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 얼마나 싼 가격에 고급스런 디자인을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입니다. 프로젝트마다 포장 재료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LG만의 노하우와 표준화 등의 개선활동으로 그동안 단가를 많이 낮췄죠. 아마 LG가 업계에서 최저 가격일걸요.(웃음) 

구매를 유도하는 패키지와 브랜딩 오병진 책임 사진
해외 지역에서는 제품 패키지가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보니 사업부나 해외법인에서 LG만의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패키지에 대한 요구가 계속됐죠. 그래서 지난해에는 디자인경영센터와 글로벌 마케팅 부서(CMO)와 연계해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사업부와 해외지역으로 배포했습니다.
저희가 가장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포장 디자인에서 LG의 아이덴티티를 살려 고객들이 일관되게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과거에는 붉은색 점(LG DOT)으로 디자인을 하다가 최근에는 LG RED컬러와 불규칙한 동그라미로 그래픽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LCD TV 패키지 개선 사례 사진
내 인생의 세 가지 패키지 디자인 

1.
프리미엄 박스의 시초, 초콜릿폰
초콜릿폰 제품 사진
LG전자의 첫 블랙라벨 시리즈로 텐밀리언셀러의 기록을 세운 초콜릿폰은 프리미엄 박스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죠. 사내에서 이 제품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았고, 시장에서 승부를 걸려는 의지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패키지 디자인도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미엄 패키지를 요구했어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처음에는 인조 가죽 재질로 적용하였다가 너무 단가가 높아져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50% 이상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재질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기존의 종이보다는 4배 이상이나 비싼 패키지어요. 덕분에 소재나 재질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한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세티즌과 같은 휴대폰 커뮤니티에서도 패키지까지 신경 쓴 명품 휴대폰으로 당시 휴대폰 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답니다. 

2. ‘찰칵’ 소리가 나는 오감만족 뷰티폰 패키지 

뷰티폰 패키지 사진
고성능 카메라폰을 표방한 뷰티폰(Viewty)은 ‘리얼 디카’라는 제품의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패키지 디자인에서 휴대폰을 없애고 렌즈만 강조한 파격적인 시도를 했습니다. 패키지에서 오감을 만족시키는 ‘이모셔널 패키지’를 표방한 것인데요, 시각적으로는 입체 카드 형상을, 청각적으로는 카메라 셔터 소리, 카메라 렌즈 사진에는 형압 방식으로 촉각적인 경험을 제공했어요. 당시에 무척 참신하다는 반응과 함께 과대 포장으로 제품 가격을 높이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어요. 실제로는 일반적인 프리미엄 박스보다 약간 더 비싼 정도였거든요. 덕분에 굿디자인 진흥원장상, reddot design award에서 패키지 디자인상을 수상하기는 했지만요. ^^ 

3. 지름신을 부르는 LCD TV 패키지 

LCD TV 패키지 사진
지난해 TV상품기획과 함께 미국과 유럽 3개국을 대상으로 패키지가 구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고객 조사를 해 본 결과 예상과 달리 ‘무척 중요하다’는 결과가 나와서 무척 놀랐어요. 
기존에는 LG 브랜드와 LCD TV라는 카테고리를 강조했다면, 이제느 고객이 TV 화면 크기와 제품 특장점(USP), 아이콘 등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더욱 자세히 보여주는 거죠. 그래서 카탈로그를 보지 않고 매장의 제품 박스만 봐도 제품의 정보를 확실히 알 수 있도록 디자인을 개선했습니다. 결과요? 이제 두고봐야죠 ^^

패키지 디자이너의 삶오병진 책임 사진
제조사의 디자인은 아무래도 제품 중심이다보니 시각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아요. 이 때문에 가끔 힘들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패키지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해서 무척 다행입니다. 구매란 매우 복합적이고 감성적인 것이라 포장이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LG 패키지에 대해 고객들이 호평을 해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항상 LG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제품 각각의 개성을 살리는 디자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죠 ^^;  주변 사람들에게 패키지 디자인은  ‘잘 팔리면 제품이 좋아서고, 안 팔리면 패키지가 별로여서’라는 평가를 들으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세티즌이나 블로그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인사이트를 얻기도 하는데, 제품 Unboxing 후기에서 패키지가 좋다는 평가을 보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앞로도로 사람들이 LG 제품을 구매하고 패키지를 접했을 때 그 박스를 버리지 않고 계속 소장하고 싶은, 그런 패키지를 디자인 하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은 디자이너 
디자이너의 자산은 다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레포츠, 동호회 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대한 많은 것들을 경험하려고 보는 것들을 좋아하고 경험해 보려고 노력하죠. 지금까지 20여 개국 30여 개 도시를 가보았는데, 기회가 되는 한 더 많은 여행을 하고 싶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신혼여행 때 묵었던 두바이에 있는 7성 호텔 버즈알 아랍입니다. 운이 좋아서 스위트 룸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복층으로 된 룸에서 호사를 누린 기억이 나네요.

지난 해 아이가 태어나고서는 활동이 많이 줄었지만, 수상스키, 웨이크보드, 스노우 보드, 스킨 스쿠버와 같은 레포츠나 운동을 즐깁니다. 축구를 좋아해서 직접 운동을 하면서 창작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국가대표 서포터즈인 붉은 악마나 디자인 경영센터의 축구 인포멀인 역삼스에서 활동도 하고 있어요.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이 열릴 때에는 독일까지가서 응원을 펼치기도 했었죠. ^^   

처음 만났을 때는 조금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패키지 디자인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팍팍 느껴졌답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동물원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자상한 아버지인 오병진 책임.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바쁘게 보고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그를 보면서 앞으로 더 매력적인 LG의 패키지 디자인에 대한 기대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Related Posts

2010/01/20 – [디자이너 톡톡⑪] 기대하지 못한 새로움, X300 노트북 디자이너를 만나다
2009/11/26 – [디자이너 톡톡⑩] 벨벳처럼 부드럽게, 노트북에 감성을 입히는 디자이너
2009/10/14 – [디자이너 톡톡⑨]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 보더리스 TV 디자이너를 만나다
2009/09/15 – [디자이너 톡톡⑧] 아름다운 우아한 와치폰 디자이너를 만나다
2009/08/31 – [디자이너 톡톡⑦] 사람의 살결같은 “블랙앤화이트 폰”의 디자이너를 만나다
2009/08/17 – [디자이너 톡톡⑥] 스타일리시 DVD 플레이어 디자이너, 김유석 책임
2009/07/29 – [디자이너 톡톡⑤] 스타일이 멋진 LED LCD TV 디자이너, 정연의 책임
2009/07/09 – [디자이너 톡톡④] 세계 최초 알루미늄 소재의 인테리어 에어컨 디자이너, 김주겸 주임
2009/05/27 – [디자이너 톡톡③] 톡톡 튀는 롤리팝폰 디자이너, 김성민 선임
2009/04/27 – [디자이너 톡톡②] 디자이너들의 만능 매니저 – 노방실 선임
2009/04/20 – [디자이너 톡톡①] 한국형 디오스 디자이너- 전호일 책임


Writer

정희연 차장(미도리)
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PR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