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팀 오라일리가 웹 2.0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지는 이미 6년이 지났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웹 2.0으로 인해 생기는 큰 변화가 비교적 잘 느껴지지 않았었는데요, 최근에는 소셜 네트워크의 빠른 성장 및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인해 비로소 수면 밑에 숨어있던 잠재적인 변화들이 갑자기 육지로 한꺼번에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소셜 웹과 모바일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대화를 나누고, 친구를 사귀고, 물건을 사고, 정보를 찾고, 서로 협력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런 비슷한 변화가 회사 안에서는 어떻게 일어나는지, 특히 기업이 직원들을 교육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가져왔는지 살짝 소개드립니다. 
학습 및 개발(Learning & Development)팀
LG전자 학습 및 개발팀에서는직원들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여 비즈니스 리더 및 직무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이를 위해 LG전자에는 평택, 구미, 창원을 비롯한 여러 개 국내 사업장은 물론이고, 프랑스, 브라질,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연방, 미국, 싱가폴 등 세계 여러 지역에 임직원들을 위한 교육 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물론 직원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교육을 스스로 찾아서 받을 수 있도록 영어, 한국어, 중국어로 된 온라인 교육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원 교육 현장직원 교육의 한 장면
그런데 학습 및 개발팀에 새로운 고민이 생겼습니다. 사람들의 일이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면서 초보적이고 공통적인 내용보다는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기술 습득을 원하지만, 전문적인 내용일수록 잠재적인 대상자가 줄어드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이제 팀에서 이런 새로운 업무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일일이 다 개발해서 제공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매우 바쁜 구성원들을 불러놓고 “철 지난” 또는 “업무에 도움이 별로 안 되는” 교육을 한다고 불만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고민은 회사 내에서 교육을 하는 사람들은 비단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모두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전세계 기업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ASTD(American Society for Training & Development)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현장 학습(workplace learning), 학습 2.0(러닝 2.0, learning 2.0), 사회적 학습(소셜 러닝, social learning), 스마트한 학습(스마트 러닝, smart learning) 등의 추세와 사례를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실제 구성원들이 지식을 습득하고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공식 교육보다 업무 현장에 훨씬 더 많이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업무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료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며, 자체적으로 동아리를 구성해서 자신들의 지식 수준과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합니다. 회사에서 “시켜서” 강의장에 모이거나, 온라인 교육을 받지 않아도,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도와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팀만이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가정을 버리고, 보다 넓은 의미에서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거나, 깨닫고, 문제를 해결하고,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하는 활동을 모두 “학습”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잠재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교육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느냐가 문제였습니다.
개방에 대한 첫 시도
처음에는 작은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기존의 온라인 교육 시스템에서 교육이 끝나면 교육에 대해서 만족도 조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교육 담당자에게만 공개가 되고, 다른 학습자들은 동료들이 이 교육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마치 아마존에서 책을 사고 나면 서평을 달고, 만족도 점수를 매기듯이 교육 과정에도 참여자들이 점수를 매기게 하고, 이것을 모두 공개하였습니다. 공개했을 때에 부정적인 글들이 도배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한 과정에서는 500여개에 이르는 “교육평”과 “댓글”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다음 학습자에게 도움을 주고, 교육을 만든 사람에게도 고쳐야 할 점을 제안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좀 더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기존의 학습 관리 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 LMS)의 틀을 벗어나야 했습니다. 그래서 2006년부터는 일방적으로 학습 및 개발팀에서 보내던 이메일 뉴스레터를 팀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뉴스레터 채널이 블로그로 바뀌었지만 어떻게 직원들과 소통해야 할 지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단순히 새로운 교육 과정에 대한 [공지]나 [안내]가 아닌 여러 가지 교육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조금씩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내에 웬 트위터? 마이크로블로그, 야머!
사내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 캡쳐사내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 야머

2008년에 회사 직원 한 명이 야머(Yammer)라는 기업용 마이크로블로깅을 시작하였습니다. 야머는 쉽게 말하면 기업 내에서 쓰는 트위터같은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소통 방식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또는 “회사 내에서 웬 잡담?” 정도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금년에 큰 사내 행사를 하면서 “노트북을 덮어주세요” 또는 “휴대폰을 꺼주세요”라고 하지 않고, “교육중에 질문 있으면 야머에 올려주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행사장에는 두 개의 커다란 스크린을 띄워놓았습니다. 하나는 발표자의 프리젠테이션용, 다른 하나는 야머 화면이었지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야머에 질문을 올리기도 하고, 강사가 말한 내용에 의견을 주기도 하고, 내용을 요약해서 중계해주기도 하고, 참고 자료를 올려서 다른 참석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강의장 내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야머에 올라간 내용을 보고, 프랑스 파리에 있는 직원이 질문을 던지고, 한국에서 강사가 답변을 해주었으며, 두바이에 있는 직원이 현지의 사정을 야머로 알려주어 한국의 참석자들이 애매해하는 문제를 해결해주었습니다. 

사내 마이크로블로깅 서비스 캡쳐야머에서는 다양하고 풍부한 구성원의 의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야머는 매우 중요한 사내 커뮤니케이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이 어려운 문제를 물어보고, 도와주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의견을 구하고, 비즈니스를 하는 매우 중요한 플랫폼이 되었습니다. LG전자와 같이 큰 회사에서는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의 문제를 야머에 물어보면, 전혀 업무적으로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 연결되고, 도움을 주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누가 어떤 분야에 “진짜” 전문성이 있는지도 야머에서 “실질적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현재는 몇몇 교육 과정을 운영할 때에도 야머에 교육생 그룹을 만들어 학습자들이 의견을 교환하고, 스스로 묻고, 답하고, 일상적인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경영진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본부장님은 휴가철을 맞아 구성원들에게 권장하는 책을 올려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학습 및 개발 팀의 스미스 상무는 야머에서 팔로워(follower) 수가 가장 많은 열성적인 사용자입니다.
웹마스터가 없는 웹 페이지, 위키

위키 페이지 캡쳐학습 및 개발 팀의 미션 등을 보여주는 위키 페이지

위키는 따로 정해진 웹 마스터가 없고, 모두가 웹 마스터가 되어 쉽게 읽고 쓰기가 가능한 웹 페이지들을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세계적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가 위키를 이용한 대표적인 서비스입니다. 학습 및 개발팀에서는 야머와 더불어 위키(wiki)를 중요한 학습의 도구로 실험하고 있습니다. 우선 교육생들에게 적용하기에 앞서 팀내에서 활발하게 써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팀 페이지와 모든 팀원의 개인 페이지를 하나씩 만들었습니다. 팀 페이지에는 팀의 목표와 사명, 주요 과제 및 진행 상황 등 팀원들이 공유할 내용을 넣었습니다. 개인 페이지에는 개인의 연락처, 하는 일, 목표, 주요 일정,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 등을 담았습니다. 물론 팀 페이지에는 각 팀원들 페이지로 링크가 되어 있고, 팀원들 페이지에서는 다시 각자 맡은 프로젝트, 과제, 관련된 사람, 조직 등의 위키 페이지로 링크가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하여 지역적으로 떨어진 팀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앞으로 할 예정인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고, 그 진행 상황이나 관련 자료, 참여자가 궁금하면 프로젝트 위키 페이지에 들어가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나 행사를 진행하면서 이메일 “폭탄”을 뿌리지 않고도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사내 위키 페이지 캡쳐사내 위키에는 많은 페이지가 있습니다. 야머에 관한 페이지도 있지요.

저희 팀에서는 심지어 회의할 때에도 야머와 위키를 활용합니다. 야머에 회의 진행 내용을 계속 적어나가고, 나중에 정리된 최종 회의록은 위키에 올리는 식입니다. 몇 개의 주요 교육 과정을 위한 위키 페이지도 시범적으로 만들었습니다. 교육에 대한 개요, 준비 상황, 강사에 대한 소개부터 교육 자료, 그리고 과제, 토론할 수 있는 야머 토론방으로 연결 등 일종의 해당 교육 과정에 대한 포털인 셈입니다. 이 페이지는 교육 진행자가 처음에 만들었지만, 이제 그것을 업데이트하고 수정할 수 있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그 과정에 관여되는 사람 모두 다입니다.
일과 학습의 진화
 

미래에는 일과 학습의 경계가 허물어집니다미래에는 일과 학습의 경계가 허물어집니다.
(출처: LMS is no longer the centre of the universe)

요즘 저는 사내의 소셜 미디어, 즉 야머와 위키의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블로그,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대중적인 소셜 미디어에 대한 관심 증대와 함께 사내의 소셜 미디어에 대해서도 뭐하는 것이냐, 어떻게 쓰느냐, 업무에는 어떤 식으로 쓸 수 있느냐고 문의가 쇄도합니다. 그래서 신입 사원들과 강의를 요청하는 여러 부서에 돌아다니며 소셜 미디어와 소셜 러닝에 대해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고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었습니다.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기존의 정규 교육 과정과의 관계, 법뷸/보안의 문제, 문화적/심리적인 수용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 내에서 이런 소셜 미디어, 좀 더 전문적으로는 ESSP (Enterprise Social Software Platform, 기업용 소셜 소프트웨어 플랫폼)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고 모두가 그것을 자신의 일에 잘 활용하게 되면 많은 변화가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회사 안에서 우리의 일을 규정짓는 많은 벽들(즉, 조직, 직군, 직급, 역할, 물리적인 위치 등)이 낮아지고, 사람들이 복잡하게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협력이 증가하면서 회사의 문화가 개방적이고 혁신적으로 바뀌고, 비즈니스 성과에도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저의 원래 역할은 “교육”이지만,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아주 즐겁습니다. 앞으로 실제 “학습”은 사람들이 “일”을 하면서, 서로 도와가면서 하도록 하고, 저희 팀은 그런 “학습”의 플랫폼을 잘 만드는 역할을 하겠지요.
신승식 차장 사진Writer(Guest)

신승식 차장은 Learning & Development 팀에서 해외 직원들 대상의 온라인 교육을 담당해왔으며 현재는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학습 전략을 세우는 일을 하고 있다. 웹 표준과 웹 접근성에 관심이 있어서 웹 접근성 관련 W3C의 지침을 한국어로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다. 트위터: @greg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