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목동의 갤러리H에서는 예술 작품과 에어컨 신제품을 함께 전시한 ‘휘센이 만난 6인의 아티스트展’이 열렸습니다. 이곳에서는 특히 작은 씨앗에서 무한하게 퍼져나가는 생명의 꽃을 소재로 한 함연주 작가의 <씨앗>시리즈가 제품과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제가 함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거미줄 드레스를 입은 신부>라는 작품을 통해서였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차마 툭 끊어질까 겁이 나는 작품이었죠. 그런데 그게 실은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놀라운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가 작품에 사용하는 재료는 머리카락이나 스타킹, 씨앗 같은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그녀의 손을 거치면 아름다움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마치 낡은 것을 바느질 하여 새것으로 만드는 엄마의 손처럼요.

햇살이 좋던 날, 이천 작업실에서 만난 그녀는 그런 저의 추측(^^;)과 참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 정다운 사람들을 불러 가끔 식사를 한다는 그녀. 지인들에게 액세서리를 직접 만들어 선물한다는 그녀. 좋아하는 것들을 꺼내 펼쳐보여 주며 함박웃음을 짓는 그녀는 왠지 다정한 언니 같기도 했습니다.

함연주 작가 인터뷰 사진 
개인전에서 맺게 된 LG와의 인연
2007년 3월에 종로에서 <Blooming Moment, 피어나는 순간>이라고 개인전을 했는데, 거기에 제품 디자이너가 오셨었나 봐요. 작품을 보셨다며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때 이미 LG전자에서 예술 작품을 제품 디자인에 접목할 계획을 하고 작가들을 찾던 중이었던 거 같아요.


제의를 수락하고 빠른 시간 안에 제품 디자인이 완성됐어요.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 작품을 보내드리고 꼼꼼하게 검토했죠. 제 작품이라 다른 사람은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미세한 것들이 있거든요. 가령 씨앗의 방향성이라던가 하는 것들.
함연주 작가의 작품

삶 속으로 들어가는 예술
처음에는 이런 커머셜 작업이 그저 좋다고만 생각했어요. 제 작품을 더 많은 분이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작가로선 굉장히 기쁜 일이니까.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 꽃무늬 벽지라던지… 제 제품을 적용한 따라 하기식 디자인이 보이더라구요. 제가 알지도 못하는 순간에 말이죠. 그럴 때는 우려도 좀 생깁니다. 작품은 작가 정신이 100퍼센트 투영된 것이고, 제품에 작품을 반영할 때도 작가들은 최대한 예술성을 부여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데 말이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예술이 생활에 가깝게 다가간다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제품으로 나오고 나서, 판매되는 매장에 간 적이 있는데, 직원 분들이 너무 친절(^^;)하셔서 두고 볼 수가 없더라구요. 그냥 내 작품이 이렇게 들어가도 느낌이 좋구나~ 하는 생각만 하고 나왔습니다.

제품 사진


가장 즐거운 에너지 충전은 여행과 벼룩시장
작업에 대한 영감은 다양한 곳에서 얻어요. 책이나 일상, 또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보거나 등등. 그런데 작업이 잘 안되거나, 힘든 때가 오면 여행을 가는 편이에요. 여행을 가면 꼭 둘러보는 곳이 있는데 시장, 특히 벼룩시장이에요. 재미있고 소소한 물건들을 구경하고, 또 사서 모으는 걸 좋아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 같아요. 한번은 벼룩 시장에서 작은 스프링만 사서 모은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그 스프링을 활용해서 작품을 만들었죠. 개인적으론 삶과 작업을 분리하고 싶지 않아요.

자연 속에서 삶은 보다 풍요로워진다
작년에 이천으로 작업실을 이전하고 나서, 제 작업에도 변화가 많이 생겼어요. 2층 침실에 있는 창문으로 마당에 있는 느티나무가 보이는데, 아침에는 그 잎사귀들 사이로 햇살이 비쳐 들어오고, 밤에는 그 곁으로 달이 보이죠. 그리고 봄이 되면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리고 가을에는 벼 이삭이 파도를 치거든요. 자연의 변화를 접하다보니 작품도 무채색에서 점점 다양한 컬러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중이에요.
함연주 작가의 작품


모네, 사진, 동화책-일상에서 날 즐겁게 하는 것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요? 음. 많은데. 그 중 한 명을 꼽으라면 모네요. 아주 어릴 때부터 모네를 좋아했어요. 굉장히요. 유학시절 처음 뮤지엄에서 모네의 작품을 실물로 마주했는데, 그 순간, 정말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최근 좋아하는 작가는 탐 프리드리먼(Tom Friedman)인데, 아이디어가 많은 작가에요. 작품을 보면 재치가 돋보이죠. 가끔 사진 작업도 하는데,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 촬영을 해요. 직접 현상할 때의 두근거림과 기다림이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자기 전에는 동화책을 즐겨 읽는데, 삽화가 너무나 아름답고, 또 동화책에 있는 그 말들이 알알이 어찌나 곱고 예쁜지. 
함연주 작가가 모은 팝업북과 동화책, 미니어처
행복의 향기가 퍼지고 스며드는 것
팝업북이나 미니어처 같은 것도 좋아하는데, 요새는 제 작품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서 팝업북처럼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제가 하는 작업 스타일이 대부분 한자리에 앉아 오랜 시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어요. 그래서 이런 아이디어들이 가끔 겁이 날 때가 있어요. 하지만,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그 행복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또 그게 계속 작가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나 싶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행복감이 제 작품에서도 스며 나와 다른 분들에게도 에너지가 되고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제품에 반영된 제 <씨앗> 작품처럼 행복의 향기가 여러분들께도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고요.


메세지 작성하는 함연주 작가
함연주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미국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 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습니다. 1998년 뉴욕 프랫 스튜디오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여 작가 특유의 감수성이 드러나 작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2008년 휘센 6인의 아티스트(하상림, 김지아나, 이상민, 반 고흐, 수지 크라머, 함연주)에 참여한 뒤, 그녀의 작품과 접목된 디자인의 디오스 냉장고, 휘센 에어컨이 아트 플라워 가전 시리즈로 출시되었습니다.


Writer
전혜원 과장(그린데이)은 LG전자 홍보팀에서 온라인 PR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온라인상의 대화, 소셜 네트워킹에 관심이 많다. 2009년 3월, 새학기를 맞는 마음가짐으로 LG전자 블로그를 시작하는 그녀는 앞으로 블로고스피어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LG전자의 진심을 이야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