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직장상사에 대한 글은 그 동안 여기저기에서 지겹도록 보셨을 겁니다. 생수통 근처나 비상계단 구석에서 종이컵을 든 채, 또는 건물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뒷담화도 해보셨겠죠. 사실 직장상사는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입니다. 담임 선생님은 1년이면 바뀌는데 직장상사는 몇 년이고 지속될 수 있습니다. 그는 나를 발전시키고 승진시킬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나를 정신적인 사망상태(즉, 언데드 또는 좀비)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직장상사에 대해서는 매니저, 관리자, 보스 등 다양한 표현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모든 경우를 포괄하여 간단히 보스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즉, 보스는 여러분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그 결과를 평가할 권한을 가진 사람입니다.

제가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금부터 보스의 유형을 5가지로 구분해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보스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으니, 여기에서 제가 언급한 내용은 그저 ‘또 하나의 관점’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든 유형을 소개하기에는 분량이 많으므로 오늘은 유능한 보스의 두 가지 유형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형1. 유능하고 착한 보스

WORLD'S BEST BOSS 라고 적혀 있는 컵 사진한국 기업의 조직문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유형이기는 합니다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유형이기에 1번으로 꼽았습니다.

유능한 보스는 목표와 더불어 바라는 결과물을 명확히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권한위임(Empowerment)의 스킬을 가진 사람입니다. 권한과 책임을 명백하게 위임하여 부하직원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거기에다 논공행상(論功行賞)의 스킬까지 갖추고 있어 부하직원의 성과에 기대이상으로(이게 중요합니다) 보답합니다. 달콤한 논공행상의 맛을 본 대부분의 부하직원은 보스를 위해 미친 듯이 일하게 되죠.

거기에다 착한 보스이기에 부하직원을 존중하며 각자의 사정을 배려하고(예컨대, 아무리 바쁠 때라도 아이가 아파 휴가를 내면 기꺼이 승인하고 걱정까지 해줍니다), 부하직원의 성장을 위해서 피드백을 주고 코칭을 해줍니다. 감정의 폭발에 반응하기 보다는 사건에 대응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이 실수를 했을 경우 그것을 흔쾌히 인정하고 시정합니다. 여러모로 부하직원들로부터 인간적인 존경을 받습니다. 저는 20년 동안 딱 한번 그런 보스를 직접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아마도 그 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 글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유형1은 완벽해 보입니다만, 한가지 근원적인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유능함과 착함이 함께 조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두 가지가 상충되는 상황, 즉 성과를 추구할 경우 착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부인이 임신 중인 개발자가 있는데 부인에게서 배가 아파 병원에 데려다 달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내일은 프로젝트의 중요한 데모이고 핵심 개발자라서 자리를 비우면 대신할 사람이 없습니다. 유형1의 보스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형1의 보스는 기꺼이 개발자를 부인에게 보내줍니다(그러지 않는다면 유형2가 됩니다). 그리고 데모는 실패하고 유능했지만 착했던 보스는 해고됩니다(제가 글에서 언급한 모든 예는 실제 사례입니다). 사실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이런 선택의 순간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런 선택의 순간에서 착함의 길을 택한 유형1은 최소한 단기적 성과에 있어서 유형2(뒤에 나옵니다)에 밀리게 되고,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우리의 조직문화에서 유형1은 버티기 힘들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유형1을 목격하기 힘든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우리의 시야에서 이내 사라져 버립니다.

오해가 없도록 부연하자면, 유형1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유형임이 명백합니다. 다만 그것을 포용하기 힘든 우리의 사회적 환경과 조직문화가 서글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형2. 유능하고 나쁜 보스

뿔을 가지고 있는 붉은 얼굴의 성인 남자 이미지유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유형1과 동일하니 위의 내용을 참고하세요. 결국 여기에서 말하는 보스로서의 유능함이란 (1) 명확한 목표와 결과물을 알려주고, (2) 충분한 권한위임을 하고, (3) 성과에 대해 논공행상을 함으로써 부하직원으로 하여금 최대한의 포퍼먼스를 끌어내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유형2의 경우 유형1과 달리, 인간적으로는 나쁩니다. 아주 대놓고 나쁜 게 유형2입니다(겉으로는 착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나쁜 ‘위선자 보스’도 있는데 이건 나중에 살펴봅니다). 예를 들어, 유형2의 보스는 부하직원이 아이가 아파서 주말에 나오기 어렵다고 하면 그래도 무조건 나오라고 합니다. 내일이 결혼식인데도 오늘 밤을 새라고 합니다. 지방의 외진 곳에 팀원들을 가두어놓고 결과물 나올 때까지 서울에 올라오지 말라고 합니다(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모두 실제 사례입니다).

이 모든 악행에도 불구하고 유형2의 보스는 업무적으로 유능합니다. 환장할 노릇이죠. 언젠가 악행의 대가를 치르거나 운이 다하기 전까지 상부에서 인정받고 승진도 빨리 하고 여러 모로 잘 나갑니다. 이 유형은 대부분 일중독자입니다. 그런데 일중독자이면서 자기가 모든 걸 다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구멍가게형 보스가 아니라, 권한위임과 논공행상을 할 수 있는 다국적기업형 보스입니다. 이 유형 밑에서 일하는 부하직원은 인간적으로는 괴롭지만 성과가 나오고 나름의 혜택도 보니 참고 일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보스를 선호하는 부하직원도 있습니다(물론 나중에 유형2의 보스가 될 사람입니다).

유형2는 한국의 성공한 기업인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유형이기도 합니다. 문화가 사람을 만듭니다. 전세계가 인정한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에서는 ‘유능하고 착한 보스’보다 ‘유능하고 나쁜 보스’가 더 빨리 성과를 내고 상부로부터 인정을 받게 됩니다. 유형2는 부하직원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모든 걸 퍼포먼스에 올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유형1의 보스를 좀 더 많이 만나보고 싶은 게 저만의 바람은 아닐 겁니다.

지금까지 유능한 보스 유형 두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유형2에 열 받으셨다고요? 하하, 아직 ‘무능한 보스’ 유형 두 가지와 본 칼럼의 하이라이트 ‘위선자 보스’ 유형이 남아있습니다. 나머지 유형들로 곧 찾아 뵙겠습니다.

PS: 마지막으로 노파심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사람을 스테레오타입으로 바라보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게 아니죠. 제 글이 혹시 그렇게 느껴지셨다면 이해를 나누기 위한 글쓴이의 의도적 구분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실제로는 유형1과 유형2가 무 자르듯 명확히 구분되는 것은 아니고 그 중간에 적어도 레벨 10의 단계적 치우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