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글 보기: [류한석의 피플웨어] 좋은 보스, 나쁜 보스①

지난 글에서 유형1의 유능하고 착한 보스, 유형2의 유능하고 나쁜 보스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앞선 두 유형은 인성이야 어떻든 간에 부하직원을 나름의 방법으로 관리하고 업무적으로 성과를 냅니다. 부하직원의 입장에서는 업무 성과가 나오기에 존경해서든 두려워해서든 수긍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이번에 살펴볼 무능한 보스의 두 가지 유형은 업무적으로 무능합니다. 과연 어떻게 무능하고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죠.

유형3. 무능하고 착한 보스

이미지1이 유형에 속하는 보스는 대개 업무적으로 우유부단한 경우가 많습니다. 제때 의사결정을 못하고, 부하직원들에게 제대로 일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가 하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다 귀까지 얇아서 오늘은 이 얘기를 했다가 내일은 저 얘기를 하곤 합니다.

지난 글에서 유능함의 조건에 대해 말씀 드린 내용 기억하시죠? 부하직원에게 명확한 목표와 결과물을 알려주고, 부하직원이 그걸 실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 위임을 하고, 성과에 대해 제대로 보상을 함으로써 최고의 퍼포먼스를 이끌어내는 유능함 말입니다.

그런데 이 유형의 보스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그는 어떻게 하다 보니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일 수도 있고, 한때는 유능했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를 설명하는 원리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1969년 미국 콜럼비아대의 로렌스 피터 교수가 발표한 ‘피터의 법칙(Peter’s Principle)’입니다.

“조직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이 무능력해지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한다.”

이것이 피터의 법칙입니다. 한때는 유능했지만 직위가 상승할수록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최종적으로 무능력한 수준에 도달하는 그때가 마지막 승진 단계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저 위치에까지 올라갔지?”라는 의문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피터의 법칙은 많은 관리자와 CEO들이 무능한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회적 현상을 추상화해서 흥미롭게 설명하는 이런 법칙을 너무 맹신해서는 안되겠죠?

어쨌든, 원래부터 무능했든 아니면 승진해서 무능해졌든지 간에 이 유형의 보스는 무능합니다. 그런데 인간적으로는 착합니다. 업무적으로는 무능하지만 부하직원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잘 챙겨주고 배려합니다. 그래서 미워하기도 어렵습니다.

예컨대, 이 유형의 보스는 프로젝트 팀원들이 모두 풀가동해야 겨우 일정을 맞출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이 있으면 기꺼이 조퇴나 병가를 보내주고 진심으로 걱정을 해줍니다. 반면에 같은 상황이라도 뒤에서 살펴볼 유형4의 무능하고 나쁜 보스는 오히려 면박을 주고, 유형5의 위선자 보스는 착한 척 하다가 나중에 결정적인 데미지를 줍니다.

유형3의 보스와 일을 하게 되면 제대로 업무를 하기 어렵고 성과를 내기 힘들어 괴롭지만, 인간적이라서 직원들끼리 욕하기도 힘듭니다.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커뮤니티가 아닙니다. 목표가 있고 결과물이 필요하죠. 그것도 정해진 시간 내에 질적으로 좋은 결과물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이 유형의 보스와 일할 경우에는 기회를 봐서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이직을 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사실 유형3의 보스는 정신 건강에도 은근히 안 좋습니다. 미워할 사람을 죄책감 때문에 막 미워하지 못할 때 바로 그것이 트라우마(trauma)가 됩니다. 그가 나쁜 보스라면 직원들끼리 욕이라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공공의 적으로 삼아 공감대라도 형성할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부하직원의 입장에서는 업무적으로 성과를 못 내고 역량의 발전도 이루지 못하면서 정신적으로 서서히 망가져가게 됩니다. 만일 여러분이 유형3의 보스와 일한다면 그와의 보스/직원 관계를 어떻게든 청산하고 인간적인 교류만 하는 걸 추천하고 싶네요.

유형4. 무능하고 나쁜 보스

이미지2무능함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을 했으니 다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대개의 경우 유형4의 보스는 피터의 법칙이 작용한 경우보다는 사내 정치와 아부의 기술로 그 자리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음부터 무능했고 지금도 여전히 무능하지만, 묘하게 사내 정치와 아부에 대한 센스가 뛰어나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죠. 그런 사람들, 생각보다 많습니다.

제가 일했던 회사의 임원 중에 별명이 ‘마약장수’로 불렸던 사람이 있습니다. 말발이 어찌나 뛰어난지 그가 말을 마치면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약에 취한 듯 몽롱한 상태로 설득돼 있어 그런 별명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가 왜 유형4에 속하는가 하면, 단지 그는 말만 잘합니다. 업무적으로는 무능한데, 일을 무능하게 한다기 보다는 일을 전혀 안 해서 무능합니다.

그는 일은 하지 않고 항상 두 가지 타이밍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가 관여된 일들 중에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일이 있을 때 발을 빼기 위한 타이밍을 찾고 있고, 또한 자기가 관여하지 않은 일들 중에 뭔가 잘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일이 있을 때 숟가락을 얹기 위한 타이밍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에는 놀라울 정도로 재주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실질적인 일은 하지 않으면서 항상 그 두 가지 타이밍을 찾고 있고 또한 그에 대한 동물적 감각도 뛰어나니 그 누구보다도 발을 빼거나 숟가락을 얹을 타이밍을 잘 맞추지 않겠습니까?

유형4의 보스는 무능한데다 나쁘기까지 합니다. 언젠가 한 임원이 호출을 해서 여러 부서의 팀장과 팀원들 20여명이 회의실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약속한 시간에 오지 않아 그의 직속 부하직원이 전화를 했더니 무조건 기다리라고 해서 2시간 가까이 하릴없이 마냥 기다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는 2시간 늦게 와서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이 할 얘기만 일방적으로 쏟아내고는 10분만에 나가더군요.

그리고 중요한 프로젝트 후반부에 자신이 맡은 일이 잘못될 거 같으니까 부하직원들을 모두 버리고 자신만 다른 사업부로 야반도주하듯이 도망가버렸습니다(얼마 뒤 해당 사업부는 없어졌고 그 임원은 살아남았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례들이 있는데 지면의 한계상 다 소개하지 못함이 안타깝군요.

만일 여러분이 유형4의 보스와 일하고 있다면 그의 실체를 파악하는 건 상대적으로 쉬울 겁니다. 여러 변종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의 경우 그런 유형은 실제 일은 하지 않고 사내 정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윗사람의 욕구에 아주 민감합니다. 또한 앞서 얘기한 것처럼 발을 빼고 숟가락을 얹는 타이밍을 절묘하게 맞출 뿐만 아니라 부하직원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형4의 보스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보스인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그런 모습이 쉽게 읽힌다는 겁니다. 그러니 유형4의 보스를 만나셨다면 바로 탈출하셔야 합니다. 오랫동안 같이 있으면 희생자가 되든지 아니면 권모술수의 나쁜 모습만 배우게 됩니다. 어떤 쪽으로든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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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무능한 보스 유형 두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거듭 말씀 드리지만, 본 글에서는 설명의 편의를 위해 사람을 스테레오타입으로 구분했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흑백의 존재가 아니며 선악의 마음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 어느 한쪽으로 많이 치우친 사람이 분명히 존재하니, 제 글이 특정 캐릭터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유형5 위선자 보스가 남았습니다. 다음 글에서 최고의 임팩트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