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까지 유능하고 착한 보스, 유능하고 나쁜 보스, 무능하고 착한 보스, 무능하고 나쁜 보스 등 네 가지 유형을 살펴봤습니다.

▶ 지난 글 보기: [류한석의 피플웨어] 좋은 보스, 나쁜 보스①
▶ 지난 글 보기: [류한석의 피플웨어] 좋은 보스, 나쁜 보스②

물론 사람이란 항상 유능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항상 무능하기도 쉽지 않은 법입니다. 또한 세상에는 완전 착하기만 한 사람은 소수고 완전 나쁘기만 한 사람도 소수입니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선택의 순간에서 소위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기에 그다지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고, 처한 상황과 상대에 따라서 착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합니다. 저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보통 사람에 해당될 겁니다.

그런데 착한 의지를 갖고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는 자신의 원칙과 신념 하에 설사 자신이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도 평소의 소신대로 기꺼이 감수합니다. 반면에, 나쁜 의지를 갖고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그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손해를 회피하려고 하며 다른 사람에게 그것을 전가합니다.

전자의 사람은 우리에게 감동을 줍니다. 또한 우리가 존경하고 격려해야 할 대상입니다. 후자의 사람은 우리에게 고통과 상처를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존재를 정확히 인식하고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자, 그럼 가장 강력한 존재인 유형5를 만나 보겠습니다.

유형5. 위선자 보스

자신의 속물근성을 그럴듯한 외형으로 포장한 사람들의 성공이 늘어남에 따라, 위선은 이제 사회적 현상이자 유행이 됐습니다.

유형5의 보스는 일단 유능해 ‘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유형5의 자격이 없죠. 사람에 따라서 진짜 수퍼 스마트한 경우도 있고 또는 예상외로 똑똑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후자의 경우라 할 지라도 자신의 단점을 감출 수 있는 뛰어난 포장술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형5는 대개 언변의 달인입니다.

그런데 유형5는 업무적으로 유능한지 무능한지를 떠나서, 부하직원들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고통과 상처를 안깁니다. 유형5의 위선자 보스는 지난 글에서 살펴본 일반적인 나쁜 보스와 궁극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일반적인 나쁜 보스가 상시적으로 나쁜 모습을 띄고 있는데 반해, 위선자 보스는 결정적인 순간이 아닌 평상시에는 ‘유형1. 유능하고 착한 보스’의 외형을 띄고 있다는 것입니다(즉, 착한 모습으로 코스프레하고 있는 것이죠).

유형5는 평소에는 나름 멋진 보스입니다. 상황이 그럭저럭 괜찮을 때는 착하게 행동합니다. 부하직원의 실수에 관대할 뿐만 아니라 부하직원을 위하는 말도 곧잘 합니다. 특히 유형5는 의지, 신념, 철학, 사회, 가족, 의리 등과 같은 멋진 단어들을 좋아하고 그런 개념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부하직원들은 자연스럽게 존경과 신뢰를 갖게 됩니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합니다. 이전 글에서 살펴본 평범한(위선자에 비해 평범하다는 뜻입니다) 나쁜 보스는 같이 일을 해본 누구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나쁜 사람이란 걸 파악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도 언제나 부하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니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오해할 일이 없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그냥 나쁜 보스는 “너는 나를 위해 이런 일을 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네 목을 자를 거야.”라는 느낌을 주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합니다.

반면에 위선자 보스는 “나는 좋은 사람이에요. 그러니 당신을 해칠 리가 있겠어요?”라는 느낌을 주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해칩니다. 예컨대, 평소에는 착한 척을 하다가도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그것을 몽땅 부하직원의 탓으로 돌립니다. 평소에는 부하직원을 아끼는 척 하다가도 상부에서 팀원 중 1~2명을 구조조정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5명 정도를 해고하여 조직에 충성심을 보입니다. 또는 구조조정하라는 지시가 없어도 자신이 살기 위해 앞장 서서 해고를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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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유형5는 자신이 손해를 볼 거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비로소 본색을 드러납니다. 평소에 그의 본래 모습을 알아차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위선자 보스는 상당히 위험한 존재입니다. 차라리 스트레이트하게 나쁜 보스라면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을 텐데, 위선자 보스는 신뢰를 형성해 방심하게 한 후에 큰 상처를 안기기 때문에 그 충격이 배가 됩니다. 보스와 부하직원이라는 권력 관계에서 위선자 보스와의 만남은 특히 치명적입니다. 부하직원의 입장에서는 믿고 존경한 보스의 본래 모습을 깨닫는 순간이 바로 지옥을 맛보는 순간입니다.

위선자란 “겉으로만 착한 체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리고 본심을 들키지 않을수록 최고 등급의 위선자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착한 사람과 착한척하는 위선자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그의 과거를 보고 평판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가 자신이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보십시오. 물론 사람이라면 한두 번 실수를 하거나 일관성 없는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선자는 평소에 나이스한 사람인 척 하다가도 자신이 손해를 봐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는 어떻게든 손해를 보려 하지 않으면서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고, 또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왔을 때는 교묘한 방법으로 타인의 이익을 가로챕니다.

그런데 최고수 위선자의 경우에는 작은 손해를 감수하거나 작은 이익은 챙기지 않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니, 웬만해서는 쉽게 파악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수라도 1년 365일 본색을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와 함께 하면서 여러분이 순간 순간 느끼는 불안감을 놓치지 마시고 또한 그와 오랫동안 일했던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본다면 지옥 문이 열리는 결정적인 순간이 오기 전에 어느 정도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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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발자 출신으로서 한때는 세상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유형5를 제대로 인지하는데 무려 1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세 번 정도 만나니까 개념 정립이 되더군요(삼진 아웃일까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많은 보스들을 경험하고 여러 번 상처를 받은 분일수록 유형5에 대한 얘기를 더욱 공감하실 거 같습니다.

유형5는 생각보다 많으며 어느 조직에나 있는 거 같습니다. 서두에 말씀 드렸다시피, 속물근성을 교묘하게 감추고 출세하는 위선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위선이 사회적 유행인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최악의 보스는 바로 유형5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욱 삭막하게 만드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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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 관점에서 분류한 보스의 다섯 가지 유형을 모두 살펴보았습니다. 이런 분류에는 여러 가지 뷰가 존재할 수 있으니, 나와 다른 타인의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그저 작은 참고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사람은 복잡한 존재이고,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조직은 그 자체로 유기적인 생물체입니다. 지금은 나 혼자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제약이 존재하고, 설사 성과를 낸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가로채거나 또는 책임지지 않아도 될 일에 억울한 희생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직 역학은 이제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그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 잠시나마 위로와 공감의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유능하고 착한 보스이신 분, 그리고 그런 방향을 지향하는 분들께 깊은 존경심을 표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