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출판협회(AAP) 발표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자책 매출이 처음으로 하드커버(양장본) 매출을 추월했다는 것이다. 물론 페이퍼백(종이제본) 매출은 여전히 전자책 보다 높으니 전자책이 완전히 종이책 시장을 뛰어 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전자책 시장이 결국은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을 뒷받침하기에는 충분하다.

이지선의 소셜 산책 ① 전자책 시대를 맞는 우리의 자세 

물론 우리보다 3-4년 앞선다는 미국 시장의 이야기다. 우리는 미국 시장에 비하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교보문고는 올해 시장규모를 600억원으로 내다봤다. 그래 봐야 아직은 전체 출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어떻든 지속적으로 전자책이 종이책의 공간을 차지하며 슬금 슬금 우리 곁의 가까운 곳으로 파고 들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 됐다.

사실 ‘컴퓨터 시대’, ‘인터넷 시대’ 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아날로그 시대의 주목 받던 정보의 보고들이 디지털화 된지 오래다. 그나마 책은 제작은 디지털화 되어 있었지만, 유통만은 아날로그의 방식을 고집해왔던 몇 안 되는 매체이다. 전자책의 대중화 과정을 생각하다 보니 문득 90년대 말, 신문이 인터넷 신문으로 전환하던 과정이 생각 났다. 종이 매체의 (유통의) ‘디지털화’라는 측면에서 인터넷 신문이 자리 잡는 과정을 되짚어 보면 전자 책의 성장 과정을 한 발 앞서 점쳐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핸드폰 사진

콘텐츠와 유통의 기싸움, 이번에는 누가 승자가 될까?

신문들이 앞다투어 ‘인터넷 신문’을 선보이기 시작하던 94, 95년. 그 때의 인터넷 신문은 어찌 보면 인터넷이라는 매체 속성을 고려한 ‘전략’이 없었다. 종이 매체에 실린 기사 내용을 단순히 인터넷이라는 또 다른 ‘매체’에 옮겨 발행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실시간성을 살려 속보 체계를 갖춘 것도 아니었고, 지면의 제약이 없으니 좀 더 풍성한 기획을 해보자는 노력도 (당시에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종이 신문들이 인터넷으로 넘어 가면서 가장 헛발질을 한 것은,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고 정보 제공료를 받기로 한 결정이었다. 개별 신문사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기사를 포털에도 제공하고 심지어 정보 제공료까지 받았으니 신문사로서는 대만족이었다. 그 당시 공교롭게 인터넷 뉴스 담당 부서와 상당히 가까운 곳에서 일했던지라, 인터넷 뉴스 팀장이 ‘정보 제공료’ 수익에 대해 의기 양양해하며 자랑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선하다.

오래지 않아 모든 신문을 포털에서 ‘모아’ 볼 수 있게 되다 보니 인터넷 뉴스 독자층은 포털로 몰리게 되었다. 좀 더 지나니 아예 사람들은 ‘그 기사 네이버(혹은 다음)에 났던데…’라고 출처를 포탈로 기억하게 되었다. 전자책은, 물론 신문의 디지털 유통 과정과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책 분야는 이미 온/오프라인 서점(유통사)의 영향력이 훨씬 더 강력한 시장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책 시장이 커지면 커지는 과정에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은 역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그룹(출판기획사와 저자)과 유통 채널간의 역학 관계일 것이다. 지금처럼 유통 채널이 전자책 변환과 확산 측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인지, 콘텐츠를 가진 그룹의 전략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지를 꼼꼼하게 시뮬레이션 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발빠르게 움직인 교보문고, 예스24를 포함한 몇몇 기업들이 시장을 이끌고는 있으나, 여기에 외국 플랫폼(아마존의 킨들, 애플의 아이북스와 같은)과의 경쟁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공상에 불과하지만, 나는 전자책 유통 채널이 오히려 너무 많아져 업계의 역학구도가 오히려 콘텐츠 그룹에 유리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전망이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책 소비가 나타난다면?

또 한가지 종이 신문의 인터넷 신문화 과정을 보며 예측해볼 수 있는 것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책 소비가 자리잡을 수도 있다는 측면이다. 예를 들어 종이 신문의 시대에는 1면 머릿 기사, 박스 기사 등의 편집 상의 중요도가 독자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면에 따라서도 중요성이 달라졌고, 기사의 배치, 크기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신문의 편집자가 의도한 ‘정보의 중요도’를 독자들은 전달 받았다. 인터넷 신문으로 바뀌면서, 편집의 의도가 상대적으로 약화 되었고, 무엇보다도 ‘검색’에 의한 정보 소비로 소비 형태가 뒤바뀌었다. 그날 그날 중요한 뉴스를 골라주는 신문 편집자의 감각에 의존하기 보다는 소비자인 독자들이 궁금한 것을 찾아 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인터넷 신문 발행 초기 아마 누구도 검색이 편집자의 힘에 우위에 설 것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가 변했다.

비슷한 수준의, 혹은 형태의 변화가 책에 있어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점쳐 본다. 우리가 ‘책’이라고 이름 지었던 ‘정보 묶음’이 형태와 활용에 있어서도 수많은 변화를 겪게 되지는 않을까?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데 시간이 훨씬 줄어들 수도 있고, 혹은 책을 챕터 단위로 나누어 발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는 정말 알 수 없다. 어쩌면 책을 통해 정보를 얻고, 본인의 의견을 덧붙여 재발행하는 형태의 전혀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찌되었던 독자의 입장에서 전자책을 이용해본 소감은 대만족이다. 지난 한 달여 동안 이런 저런 경로로 전자책을 열 권 이상 구매해서 보았는데, 태블릿 PC 하나면 열 권을 한 번에 담고 다닐 수 있었다. 미팅 중간 자투리 시간에도 책을 이어볼 수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전자책이 만들어낼 새로운 ‘신세계’가 설레이고 기대된다.

핸드폰 사진 2

 

LG스마트폰에서는 LG 리더스(LG Readers)로 전자책을~

LG 옵티머스 뷰(Optimus Vu)를 비롯한 LG 스마트폰에서는 LG 리더스(LG Readers)라는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자책 콘텐츠 제공업체 리디북스, 파오인과 제휴하여 8만여 개의 전자책, 110여 개의 잡지, 60여 개의 신문을 제공하고 있으며, LG Smartworld(http://kr.lgworld.com)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