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요즘 돗자리를 찾아다닌다고 난리다. 그러다 하나둘 직접 돗자리를 깔기까지 한단다. 무슨 점쟁이 이야기냐고? 아니다. 주말마다 한강변에, 구청 앞에, 카페 옥상에 꽃처럼 피어나는 벼룩시장 이야기다. 엄마 옷장에서 나온 원피스는 새 주인을 찾고, 백 원짜리 뽀로로 인형은 꼬마의 보물이 된다. 말하고 보니 마법의 돗자리다. 비좁은 집안을 깔끔히 정리하게 하고, 재활용으로 세상을 돌보게 하고, 거기에 정겨운 친구까지 얻게 도와준다.

[이명석의 논다논다] ③ 지구를 지키는 돗자리

외국인들의 벼룩시장 하는 모습

아무래도 벼룩의 재미는 유럽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먼저 깨달았다. 나 역시 그랬다. 십여년 전 단촐한 배낭에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해서는 으슬한 추위에 온몸을 떨어야 했다. 그때 알음알음으로 찾아간 캄덴타운, 포토벨로, 브릭레인 마켓… 싼값에 외투 하나 챙기려고 갔는데, 알리바바가 비밀의 동굴에 들어간 것처럼 눈이 휘둥그레졌다. 펑크족들의 이상야릇한 옷이며 백년은 된 듯한 인형, 그릇, 책… 온갖 손때 묻은 물건들이 새로운 빛을 발하며 가난한 여행자를 꼬득였다. 그때부터 새로운 도시에 도착할 때마다 벼룩시장 찾기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여행을 다닌 사람들 역시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돌아오니 주변에서 하나둘 벼룩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주말에 텅 빈 회사 주차장을 찾아내, 동네 놀이터에 오손도손 모여, 카페를 통째로 빌려 돗자리를 깔고 물건을 내놓았다. 처음에는 비슷한 취향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었지만, 동네 아주머니와 꼬마들에게도 인기 만점이었다. 그리고 이제 주말의 벼룩시장 나들이는 별스런 일도 아니게 되었다.

벼룩시장 즐기기 공략법

이쯤 되니 벼룩시장에도 공략법이 필요하다. 벼룩시장에도 몇 가지 부류가 있다.

첫 번째는 골동품 위주로 전문업자들에 의해 차려지는 노점들이다. 과거 황학동에 있다가 지금은 신설동으로 옮겨간 풍물시장이 대표적이다. 상설 시장이라 언제든 물건이 있고, 정제된 빈티지 장식품들을 구입하기에 좋다.

두 번째는 생활 벼룩시장이다. 외국에서는 자기 집 주차장에서 여는 경우가 많아 개러지 세일(Garage Sale)이라고도 한다. 이게 규모가 커지면 주말의 대형 벼룩시장이 된다. 뚝섬 유원지의 ‘아름다운 나눔 장터’, 서포구청 벼룩시장, 옥수역 광장의 ‘보물찾기 벼룩시장’ 등은 판매자들을 추첨제로 뽑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가격이 싸다는 것이 무엇보다 장점이지만, 어떤 물건이 나올지 모른다는 사실이 보물찾기의 재미를 더한다.

세 번째는 아티스트들 위주의 공예품 시장이다. 홍대 놀이터에서 벌어지는 주말시장이 대표적으로, 지역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물건들을 비교적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 중고 물품을 개조하는 등 재활용의 의미를 되새기는 제품들도 적지 않다. 시장과 함께 작은 공연이 펼쳐지는 경우도 많아 작은 축제의 장소처럼 즐길 수도 있다.

한국인들의 벼룩시장 사진

내가 가장 선호하는 것은 개러지 세일이다. 아무래도 판매자가 짐을 치우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경우가 많아, 거의 공짜다 싶게 괜찮은 아이템을 얻을 수가 있다. 성북동, 가회동, 이태원 등에서 외국인들이 하는 개러지 세일이 진짜 보물창고다. 한국에서 근무하다 고국에 돌아가며 거의 모든 물건을 정리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쓸만한 가전 제품, 집 치장 하느라 모은 가구, 선물받은 고급 전통주 등이 줄줄이 나온다. 그렇다면 정보는 어디에서 얻는가? 이들이 단골로 다니는 카페나 바에 쪽지로 붙어 있다. 그쪽 동네에서 놀 일이 있으면, 벽에 붙은 쪽지들을 눈여겨 보자.

한국인들의 벼룩시장 사진2

요즘 가장 인기 있고 쓸만한 벼룩시장은 두 번째와 세 번째가 결합된 경우다. 홍대 옥상마켓, 서촌 보안여관의 ‘세모아’ 등 중간 규모의 벼룩시장들이 부정기적으로 열리는데, 아무래도 감각 있는 사람들의 집결지라 괜찮은 아이템들이 톡톡 튀어나온다. 동네 패셔니스타들이 옷장을 대개방하기도 하고, 인디 아티스트들이 한정판 작품을 들고 나오기도 한다. 유기농 빵과 케이크, 독특한 레시피의 스프, 현장에서 만든 레모네이드 등 간단한 먹거리들도 있어 배도 채우면서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쨌든 이런 곳을 찾아가려면 시장이 열리자마자 들이닥쳐야 한다. 좋은 녀석들은 금세 누가 채어가니까.

벼룩시장 열기 노하우

돗자리들 좀 돌아봤으면, 이제 직접 돗자리를 깔 차례다. 집안 구석구석 먼지만 묻고 있는 물건들에게 새 주인을 찾아주고 푼돈이라도 건져 보자. 이것도 기왕 하는 거, 제대로 해보자. 튼튼한 돗자리, 햇빛을 피할 파라솔은 기본이다. 여기에 눈에 뜨이는 포인트가 필요하다. 손으로 그린 포스터도 좋고, 그럴 솜씨가 없다면 시선을 끌 아이템을 가져가자. 커다란 곰 인형, 혹은 상당히 고가로 보이는 장식품 같은 것도 좋다. 거기에 혹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건 얼마냐고 물어보면? 동대문 상가에서 즐겨듣던 “이건 DP인데요”라는 멘트도 날려주시고… 작은 상자에 ‘무료’ 물품들을 담아내놓는 것도 좋다. 공짜라면 일단 발길을 멈추고 뒤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만 가져가긴 미안해서 다른 물건을 산다. 단 ‘한 사람당 하나씩’이라고 적어두자. 간혹 아주머니들이 주루룩 담아가시는 경우도 있으니까.

외국인들의 벼룩시장 사진2

가족들이 함께 즐기기에도 벼룩시장 만한 곳이 없다. 아이들이 자라서 필요없어진 장난감을 들고 나와 가게를 열어보자. 아이들에게 반나절이라도 직접 물건을 팔아보게 하면 경제 생활에 대한 개념이 확 트인다. 부암동에 있는 지인의 카페에는 그 집 초등학생 꼬마가 펼쳐놓은 ‘한준이의 벼룩시장’이 있다. 다 읽은 동화책, 장난감 같은 것들을 혼자 내놓고 파는데, 물건을 사면 백사실 개울에서 주어온 작은 돌을 선물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