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깡패들을 통칭하는 마피아는 사실 정확한 용어가 아니다. 마피아는 시실리에 기반을 둔 조폭들을 뜻하는 용어이고, 나폴리 출신들은 카모라, 칼라브리아 지역 조직들은 은드랑게타, 알 카포네처럼 미국에 사는 이태리 조폭들은 코사 노스트라라고 부른다.

[최연진의 달콤한 인생] ② 마피아의 진화

영화 '스카페이스' , '대부' 포스터 사진

세상이 변하니, 이들의 범죄도 진화한다. 영화 ‘스카페이스’처럼 마약 밀매를 하거나 ‘대부’처럼 다른 사람을 협박해 돈을 뜯는 건 영화 속 옛날 얘기다. 물론 옛날 하던 짓도 하지만 진짜 돈 되는 알짜배기 사업은 다른 데 있다.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살해 위협을 받는 작가는 살먼 루시디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 못지 않게 살해 위협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로베르토 사비아노다.

영화 '고모라' 포스터 사진

1979년생인 그는 카모라의 핵심 구역인 카살디프린치페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카모라의 총질로 죽어가는 동네 사람들을 보며 자랐다. 이 당찬 청년은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현실에 분노해 카모라의 실체를 폭로하려고 2006년 직접 조직원이 된다. 쉽게 말해 잠입 취재를 들어간 셈이다. 2년을 카모라 조직원으로 생활한 그는 실체를 낱낱이 해부한 책 <고모라>를 썼다. 카모라의 악행 때문에 피로 물든 나폴리를 성서 속 타락한 도시 고모라에 비유한 것이다.

이 책이 나오고 나서 사비아노는 카모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아 24시간 신변 경호를 받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는 “우리가 그를 보호해야 한다”며 정부의 보호를 촉구했고, 지난해 10월 국제 작가단체인 PEN은 그에게 해럴드핀터 국제용기상을 수여해 성과를 치하했다.

외국인 남자 둘이 속옷만 입은채 총을 들고있는 사진

사비아노는 여기 그치지 않고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영화에도 뛰어들었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사비아노의 원작을 토대로 만드는 영화 ‘고모라’의 각본 작업에 참여한 것이다. 워낙 무시무시한 조직의 각종 범죄를 다큐멘터리처럼 찍은 이 영화는 2008년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그 해 유러피언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다.

다만 원작만큼 상세하지 못하다보니 영화만 보면 무슨 내용인 지 이해하지 못 할 부분도 더러 있다. 영화를 잘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라 원작의 내용이 워낙 많아 영화에 모두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과 영화를 통해 폭로된 카모라의 범죄 수법은 무엇보다 기업화 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카모라가 새로 뛰어든 사업은 산업폐기물 처리다. 유럽의 각 기업과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산업 쓰레기와 유독물질이 포함된 폐기물을 돈을 받고 대신 처리해 준다.

문제는 불법 투기를 한다는 점. 즉, 거대한 덤프 트럭에 산업 폐기물을 가득 실어 채석장이나 아무도 살지 않는 땅에 몰래 파묻는다. 이보다 더 심한 짓은 아예 낡은 화물선을 빌려 배에 잔뜩 싣고 바다로 나가 몰래 가라앉힌다. 카모라 등 범죄 조직들의 불법 산업 폐기물 투기 때문에 지중해에서 수영을 하지 말라는 말도 있다.

이와 연관된 시멘트 사업도 한다. 시멘트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상관이 있다. 카모라는 계약을 맺고 수거한 산업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든다. 실제 시멘트 가루와 쓰레기를 잘게 부순 가루를 섞어서 시멘트를 만들어 유럽 각국으로 팔아 먹는다. 책을 보면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서 쓰레기 시멘트로 지은 고층 건물들 이야기가 나온다.

카모라가 큰 돈을 버는 또다른 사업은 명품 복제다. 그런데 기존 제품을 그대로 베끼는 중국식 짝퉁과 차원이 다르다. 수십 년간 의류 사업에 종사해 사실상 일류 디자이너나 다름없는 장인을 통해 아예 새로운 의상을 만든 뒤 여기에 기존 명품 브랜드를 버젓이 붙여서 팔아 먹는다. 명품 업체들도 짝퉁이면 진품과 비교가 가능한데, 아예 새로운 상품이다보니 제대로 가려내지를 못한다.

그렇다보니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유명 배우인 안젤리나 졸리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베르사체 드레스를 입고 나왔는데, 이 옷이 바로 카모라가 만든 가짜였다. 이 황당한 사건은 졸리나 베르사체 모두 알려질 때까지 몰랐다.

카모라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은퇴한 조직원이나 총격전에서 사망한 조직원들의 가족에게 일종의 연금처럼 생활비까지 대줬다. 사업부터 조직관리까지 기업화한 셈이다.

책과 영화를 보면 이보다 더 한 이들의 실태가 더 많이 나온다. 이쯤되면 지역 경찰로는 해결이 되지 않고, 국가가 나서야 한다. 특히 이들의 범죄가 국경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으며, 대상을 가리지 않고 베르사체처럼 기업까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간 사법조직의 연계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