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패션업계 뿐만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쳐 60년대에 유행했던 ‘레트로 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책상 위에 올려두는 소품이나 선풍기, 라디오, 소형 TV 등 가전 제품이 젊은 이들에게 인기다.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우리가 어렸을 적 보았던 마호가니 원목 테이블과 장식장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이런 클래식한 디자인에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짐작해보자면,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먹고 살기에 급급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답답한 아파트가 아닌 여유로운 정원이 딸린 집을 갖고 싶어하고 뜰 안에 놓을 가구나 아날로그 다이얼의 라디오를 갖고 싶어하는 것 같다. 오래된 물건에서는 어떤 여유로움이나 따스함, 인간적인 느낌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유행을 타지 않고 해가 갈수록 가치가 재발견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LG전자(과거 금성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라디오가 요즘 들어 이뻐보인다.

금성사 최초의 라디오와 최초의 흑백TV 사진
금성사 최초의 라디오(A-501)와 최초의 흑백TV(VD-191)

지난 6월 한국디자인문화재단에서 ‘코리아 디자인 헤리티지 2009’라는 전시회를 열었는데 지난 50년간 한국인의 일상 생활에 큰 영향을 준 디자인 총 52개를 선정했다. 선정된 디자인 중에는 금성사의 라디오와 흑백 텔레비전, 테크노피아 광고와 LG전자의 초콜릿폰이 포함되었다.

그 중에서 나는 1959년 6월 대한민국 최초의 라디오인 A-501를 무척 좋아한다. A-501 상표는 별을 모델로 한 왕관을 연상하도록 만든 마크와 금성의 영문표기인 GoldStar를 새겨넣었는데 라디오 다이얼을 돌리는 느낌이나 독특한 영문 폰트는 디자이너인 내가 지금 봐도 무척 신선하다.

금성 최초의 라디오 사진
당시 기사를 보면 이 라디오가 세간에서 어떤 평가를 얻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산 라디오가 드디어 쇼윈도에 나타나게 된다. 금성사는 오는 11월 15일경부터 전국 상점에 일제히 라디오를 공급한다. 약 300명의 종업원이 일하는 현대적 시설로 한 달에 3,000대를 만들 수 있는데, 모양은 요즘 외국에서도 유행하는 탁상용 최신형으로 성능에 있어서 결코 같은 형의 어떠한 외국산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 1959년 11월 4일자 국제신보 기사 중에서.

 

나는 기회가 된다면 이 라디오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켜보고 싶은 디자이너로서의 욕심이 있다. 얼마 전 LG전자가 창립 50주년이 지났는데, 55주년이 되는 해 쯤에는 한정판으로라도 A501의 레트로 디자인에 LG전자의 최신 디지털 기술을 집적한 리메이크 버전의 라디오를 내놓는다면 어떨까.
금성 최초의 라디오 사진
얼마 전 소니도 80년대를 주름잡던 휴대형 카세트인 워크맨(WALKMAN)이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에다 하이엔드 오디오 기술을 새롭게 적용해 재탄생시킨 것을 보고 부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과거에 금성사가 한국을 대표하는 라디오를 내놓아 큰 사랑을 받았듯이, 이제는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LG전자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아이콘이 될만한 멋진 제품을 재탄생시키고 싶다는 것이 내 욕심이다. 혹시 알겠는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디자인이 새롭게 탄생할지도. ^^

지난달 동료들과 함께 양재천의 한 앤티크 카페를 찾아 A-501의 우아한 자태를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감상해보시기를 바란다.

금성 최초의 라디오 사진금성 최초의 라디오 사진금성 최초의 라디오 사진

 

Writer

백승호 선임(레오)은 디자인경영센터 소속의 디자인을 통해 세상을 보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천상 디자이너.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통해 사람들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