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면, 평소 내가 보지 않았던 새로운 풍경에 감탄하곤 한다. 파리, 뉴욕, 도쿄… 모든 도시가 서로 다른 느낌과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파리는 거리마다 예술가의 혼이 담긴 듯한 흔적으로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이, 도쿄는 새롭고, 뭔가 분주해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갈하게 정리된 느낌이 있다. 이처럼 도시마다, 나라마다 개별화된 이미지는 그들이 속한 문화의 차이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하고, 이런 특수성은 컬러 선호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LG전자에서도 이처럼 국가별로 선호하는 다양한 컬러와 소재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를 제품에 적용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제가 하는 일도 바로 그런 일이다.

도시별, 나라별 서로 다른 컬러 취향

나라별 도시 사진
서로 다른 도시의 풍경들

에스키모에게는 눈에 대한 컬러 표현만도 17가지
이렇게 지역별로 극명하게 달라지는 컬러(CMF) 취향을 예측하고, 분석하는 것을 우리끼리는 날씨 예보보다 더 어렵고 복잡하다고 말하곤 한다. 그럼에도 (날씨 예보처럼 ^^)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들이 존재하긴 한다. 일단 컬러 선호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해당 지역의 역사나 문화, 그들이 속한 자연환경과 날씨, 그리고 디자인 트렌드 등이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특정한 컬러 선호 경향을 나타내게 된다.

눈이 뒤덮인 환경에서 생활해온 에스키모가 눈에 관하여 17가지 컬러 구별법을 지니는 것이나 골드 컬러만 8가지로 세분화되는 러시아에서 건축 양식이나 신발, 심지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골드 컬러를 사용하는 것은 사실 그 지역의 자연환경이나 문화를 보면 전~혀 생뚱맞은 것이 아니다. 다문화 중심에 있는 미국의 경우, 사람들은 튀기보다는 무리에 속하려는 성향을 나타낸다. 그러다 보니 원색의 컬러 톤보다 중저채도의 다소 어둡고, 짙은 컬러를 선호하게 되고, 이러한 컬러끼리의 미묘한 톤 차이가 미국인들의 선호 컬러 성향이 된다.

디지털 기기 제품 사진
다양한 컬러가 적용된 자사의 제품들

컬러는 단일 컬러뿐 아니라, 주변 색에도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같은 컬러를 선호하는 지역이라도 함께 매칭하는 색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게 되며, 이에 따라 선호냐, 비선호냐가 갈리기도 한다.
물론 모든 지역에서 컬러에 대한 의견이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 지역에서 레드 컬러는 그 언어 기원이 ‘아름답다.’이고, 인류가 처음 사용하게 된 유색 컬러이기도 하다.
이렇듯 컬러는 서로 다른 듯하지만 같으며, 주변 환경에 따라 그 변화도 무쌍하다. 사실 예측 불가능 하다는 것이 오히려 컬러의 매력이자 힘일 것이다.

컬러가 아닌 문화를 입는 제품들
전자 제품 분야는 그 특성상 컬러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휴대폰을 필두로 하여 요새는 컬러 자체가 제품에 새로운 얼굴이 되기도 한다. 과거에는 유명 패션브랜드에서 새로운 컬러군을 선보이면 이것이 인테리어나 제품, 자동차에 영향을 미치면서 차근차근 그 맥을 이어갔는데, 최근에는 분야 간 컬러 공유도 빠르게 일어나 거의 동시에 특정 컬러군이 전 분야에 퍼지기도 한다. 특정 잇 컬러들은 분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유되기도 한다. 물론 지역 문화를 만나 조금 다르게 파생되고 변하기는 하지만.

Color mood 사진
타 분야간 공유되는 Color mood

이런 상황이다 보니 제품을 생산하는 모든 기업은 시장에서 호감을 줄 수 있는 예측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메종엣오브제(Maison et Objet)나 밀라노가구쇼와 같은 전시 참관을 통해 현재의 트렌드를 수집하고, 지역별 문화와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나온 결과물들은 제품에 적용되어 강한 캐릭터와 생명력을 불어 넣게 된다.

하늘 사진사실 빠르게 바뀌는 컬러 예보관이 된다는 것은 기상청 예보관들처럼 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는데, 나 역시 때때로 참~ 힘들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의 일상에서 접하는 자연의 컬러들이 나에겐 다시금 즐겁게 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아침에 보이는 쾌청한 가을 하늘과 노을이 드리워진 저녁 하늘. 봄과 가을 다른 컬러, 다른 느낌의 잎사귀. 이런 모든 자연이 나에게는 컬러에 대한 끊임없는 모델이자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계절도 참 좋다. 지금 내가 보는 하늘만큼 시원하고 예쁜 BLUE를 한번 만들어볼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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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혜 주임 사진Writer(guest)

황지혜 주임
은 디자인경영센터 MC디자인연구소에서 CMF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차가운 머리와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으로 앞서가는 트렌드 발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