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디어에선 내년도 IT 트렌드를 전망하는 기사들이 우루루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3D입체 화면으로 그날의 날씨를 듣고, 출근길에는 타블릿 컴퓨터로 아침 뉴스를 봅니다. 휴대폰으로는 통화나 영화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로 바로 결재를 하는 세상에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급격히 변화되는 세상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나같은 슬로우 아답터들은 시쳇말로 ‘멍 때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여전히 손으로 수첩에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하고 ‘너무 쌩한’ 디지털 카메라보다는 ‘따뜻한’ 필름 카메라의 불편함을 선호는 아날로그 마니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첨단을 달리는 디지털 기술에서도 쉼표나 느낌표, 혹은 따뜻한 미소(^^)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 등장한 몇몇 제품 중에 인간적이어서 더욱 매력적이었던 최근 ‘디지털 기술’을 몇 가지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휴대폰이 책을 읽어준다면 어떨까?

휴대폰과 인물 사진
시각장애인을 위한 핸드폰 사진LG전자의 와인폰 다들 아시죠? 복잡한 기능을 없애고 대신 화면, 스피커, 버튼을 2배 크게 만들고 문자와 통화 그 기본 기능에 충실하게 만들어서 저 같은 이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던, 그 폰!(스테디셀러가 되기도 했죠.) 그런데 최근에 나온 와인폰에 저의 마음이 들뜨더라고요. LG전자는 이미 2006년 9월 세계 최초로 책 읽어주는 휴대폰(LG-LF1300S)을 선보인이래 이번이 세번째인데요,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시키는 TTS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 문자가 오면 그 문자를 대신 읽어줍니다. 운전이 잦은 분이라면 무척 유용하겠죠?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휴대폰으로 LG상남도서관이 운영하는 ‘책 읽어주는 도서관’에 접속, 음성도서를 다운받아 들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을 염두에 두고 개발한 특화 휴대폰이었지만, 장년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와인폰에 채용되면서 실버 세대에게도 유용한 도우미로 떠올랐습니다. 저는 잠깐만 책을 들여다만 봐도 눈물이 난다는 우리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전자도서관에서 음성책을 다운로드 받으면 책까지 읽어준다니, 한가로운 어느 호수 앞에 앉아 사랑하는 이와 시 낭송이라도 들으면 좋겠다는 다소 촌스런 감상에 젖게 만든 휴대폰입니다.ㅋ~

아마존에서 출시한 전자책 킨들DX(Amazon Kindle DX)도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인기가 좋다고 하구요, 애플의 아이폰(Apple iPhone 3GS)도 VoiceOver 기능으로 화면의 글자, 노래 제목, 웹페이지 등을 음성으로 읽어준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책 읽어주는 IT기기’들의 시대가 도래하는군요 ^^

노래하는 가상 아이돌, 하츠네미쿠

여러분은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미모의 가수가 노래를 불러준다면 어떤 기분이 드시겠어요? 일본에선 이 음성 합성을 이용한 재미있는 프로그램 때문에 오타쿠들 사이에서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 그 프로그램은 보컬로이드(VOCALOID)라는 야마하에서 제작한 노래하는 프로그램인데요. 가사와 멜로디를 넣으면 음성 합성 기능에 따라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입니다.

하츠네미쿠 사진
하츠네 미쿠(初音ミク) : 보컬로이드 2에서 목소리를 담당한 캐릭터로 보컬로이드를 유명하게 한 장본인

원래 버전 1에서는 그냥 평범한 프로그램에 불과했는데, 보컬로이드 2에서 하츠네미쿠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그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지요. 캐릭터와 향상된 기술, 여기에 UCC 열풍까지 맞물려, 하츠네미쿠는 현실 가수와 비슷한 수준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홀로그램으로 콘서트까지 성황리에 열었던 하츠네미쿠는 어쩌면 공상 과학에서 다루는 ‘프로그래밍 된 홀로그램 인물’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직은 입력한 대로만 움직이지만, 조만간 인공지능기술이 발전하면, 스스로 생각하고 감정을 표현하여 노래하는 하츠네미쿠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되면, 단순히 프로그램이 아닌, 누군가에겐 아이돌과 같은 존재가 되겠죠. ^^

마우스처럼 리모컨을 움직인다?

리폼 리모컨 사진
출처: Designing Interaction

미국의 한 디자인 사이트에서 소개된 리모컨 리폼 아이디어가 전 세계 네티즌에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TV와 위성 TV 수신기 리모컨 위에 종이가 덧씌워져 있고 간단한 메모가 적혀 있는데, “끄고, 켜고”, “소리 크게, 소리 작게” 버튼과 채널 숫자 버튼만 남아 있고 나머지 복잡한 버튼들은 모두 종이로 가렸죠. “쓰지도 않는 기능인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냐?”는 유머스러운 질책이 담긴 건데요. 사실 나이드신 분들에게는 복잡한 리모컨이 무척 힘든 장벽처럼 느껴질 법합니다.

최근의 TV 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수많은 부가 기능과 늘어나는 채널로 인해 더욱 더 복잡해지고 있는데요, 유일하게 그 TV를 콘트롤하는 리모컨만은 오랫동안 그대로였잖아요. 하지만, 최근 게으른 저도 눈이 번쩍 뜨이는 리모컨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LG전자의 ‘매직 모션 리모컨’이죠.
매직 모션 리모컨 사진
LG전자의 보더리스TV에 첫 적용된 매직 모션 리모컨 덕분에 80년대에는 60개가 넘던 리모컨의 버튼이 달랑 6개(전원, 채널, 음량, 확인 등)의 기본 버튼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도대체 6개 버튼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이 리모컨에는 TV의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하는 UI(User Interface)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원하는 채널을 바로 ‘찍을 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자이로 센서(Gyro Sensor)를 탑재해 리모컨을 잡은 손의 떨림이나 회전을 인식해 게임기처럼 손을 흔들거나 회전하면 PC 마우스처럼 인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케이블 채널의 번호를 외우며 번호를 누르기 바빴던 제게 매직 모션 리모컨은 ‘단비’와 같이 갈증을 풀어주기에 딱이었고, 저는 그만 이 리모컨에 홀딱 빠져버렸답니다. 세련되고 매끈한 보더리스 TV의 멋진 디자인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요 ^^

사람들은 디지털의 최첨단 기능만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닌텐도 게임기의 성공이나 온라인 캐릭터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면 첨단 디지털 기술도 어쩌면 좀 더 인간에 가까운, 인간적인 즐거움을 얻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본능 때문에 더욱 진화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결국, 세상이 온통 디지털화되고 시스템화되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주인공은 바로 인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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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희연 차장(미도리)
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PR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