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의 가요계는 아홉 명의 예쁘고 깜찍한 소녀그룹이 점령하고 있습니다. 걸 그룹의 지존은 역시 소녀시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죠? 저는 개인적으로 소녀시대보다는 원더걸스를 더 좋아했습니다만, 올 초에 ‘지(Gee)’라는 노래가 나오면서부터는 소녀시대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입니다. ^^;) 그래서 이전에는 아홉 명의 멤버들이 각각 누가 누군지 구분도 못 하다가 최근에서야 한명 한명 얼굴을 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소녀시대를 보고 있노라니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클로즈업 샷으로 얼굴을 보여줄 때는 몰랐는데, 카메라를 풀 샷으로 전신을 비추는 걸 보니 세 명씩 각각 같은 컬러의 바지나 치마를 입고 있더군요. 예를 들어 태연과 윤아가 같은 색의 치마를 입고, 제시카와 유리가 또 같은 색의 바지를 입고하는 식으로 말이죠. 나중에 뮤직비디오를 보았는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란색, 분홍색, 연두색


아홉 명이 각기 다른 의상을 입었다면 화려하고 개성은 있어 보였겠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그저 여러 명’으로 인식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세 명씩 그룹으로 묶어 주니 모두가 한눈에 잘 보이는 인상을 주게 된 것이죠. 기획사나 코디네이터가 이런 효과를 의도적으로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저처럼 멤버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확실한 인지 효과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LG전자에서 담당하는 UI(User Interface) 업무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능이 다양한 것에 매료되어 새 TV를 샀다고 해 보지요. 그런데 복잡한 기능들이 리모컨에 모두 주르룩 나열되어 있다면 도저히 모두 다 외울 엄두가 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소녀시대의 의상처럼 비슷한 기능끼리는 묶고, 또 여기에 보기 좋도록 그림이나 문자, 숫자 등을 표현해주면 훨씬 쉽게 사용법을 파악할 수 있겠죠? 
 
LG전자 TV UI 디자인


왼쪽 화면이 몇 년 전까지 LG전자에서 주로 사용했던 TV 메뉴이고, 오른쪽 화면이 작년부터 새로이 적용된 TV 메뉴입니다. 언뜻 보기에도 무언가 글자가 많고 여러 단으로 이루어진 왼쪽 메뉴보다는 큼직한 버튼이 심플하게 배열된 오른쪽이 훨씬 더 사용하기 편하게 보일 겁니다. 물론 이런 ‘한눈에 알 수 있는’ 장점 외에도 여러분이 사용하시는 휴대전화, TV, 냉장고 등 여러 제품의 곳곳에 이러한 편리한 UI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리모컨의 크기나 모양, 버튼의 위치, 메뉴 순서 등에 저희가 고민한 결과들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런 작업들을 UI(User Interface), 혹은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볼 때 UX(User eXperience)라고 합니다. 제품과 사용자 사이를 이어주는 통역사의 역할이랄까요?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만, 아직은 많은 분에게는 생소한 용어이겠지요? 

사실 부모님이 제가 하는 일이 뭐냐고 물어보셨을 때도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하실지 고민이 됩니다. “TV나 휴대전화 같은 거 쉽고 편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거에요~”라고 간단히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편리함’을 넘어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을 여러분께 선물해 드리고자 오늘도 이런저런 고민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 고민의 과정이나 그 결과에 대해 블로그를 통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Writer

허우범 주임(u:)
디자인경영센터에서 제품을 편리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사용자 경험(UX) 관련 업무와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흥미롭고 매력적인 UI를 만들고 싶어한다. ‘가지고 놀고 싶은’ 제품을 만들고 싶어하고, ‘노래 만들기’와 ‘음식 만들어 남 먹이기’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