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TV 간판 제품을 아우르는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인 ‘LG 인피니아(LG INFINIA)’를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난 25일에는 세계 최초의「풀(Full) LED 3D TV」를 신제품 발표회를 통해 공개했다. 풀(Full) LED 화질,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 무선 기술 등 최고급 사양이 집약된데다 16mm 프레임의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2010 CES Best Of Innovation’을 수상한 제품이기도 하다.

문득, 이토록 혁신적인 제품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 지난 25일 3D TV 신제품 발표회 자리에서 만난 인피니아 3DTV 디자이너 이명훈 책임은 차분하면서도 조금 상기된 표정이었다. 자신이 디자인한 ‘자식 같은’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에 참석한 디자이너의 심정은 어떨까? 인피니아 3D TV(모델명: LX9500)를 디자인한 LG전자 디자인경연센터의 이명훈 책임에게 사연 많았던 제품 개발의 뒷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자.

TV에 무한한 자유를 부여하다
이명훈 책임 사진
인피니아 3D TV, 그리고 자유

‘무한한(Infinite)’과 ‘세상(ia)’의 합성어인 인피니아는 지금까지의 TV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디자인과 콘텐츠, 네트워킹을 자유롭게 즐기는 TV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TV에서 ‘자유’라니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라는 얘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광고를 보고 전율을 느꼈습니다.
미래의 TV는 최고의 화질과 더불어 TV 프레임과 화면 사이의 경계선을 극단적으로 없앤 디자인, TV에 연결되어 있던 어지러운 선들을 깨끗하게 없애 버리고 무선 인터넷을 통해 TV에서 웹 접속이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몰입’을 방해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인간을 자유롭게 하겠다.’라는 의지의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3D TV 제품 사진
화면 외에는 어떤 것도 TV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겠다.

10년 가까이 휴대폰 디자인을 하다가 지난해 처음 TV 같은 대형 제품의 디자인을 맡아보니 처음에는 감(感)을 잡기가 어려웠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처음이었기 때문에 제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이전에 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TV가 가벼워 보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건 제가 휴대폰 디자인을 할 때부터였습니다. 거실 한 가운데를 차지하는 육중한 존재감을 가진 TV, 커다란 구조물이나 기계 장치와 같은 느낌이 아니라 집안 벽에 액자가 걸린 듯 가벼운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3D TV 제품 사진
벽걸이 TV는 벽과의 밀착감이 생명입니다. 누구나 벽에 유리가 한 장 붙어 있는 듯한 TV를 보았을 때 전율감을 느끼죠. 이번에 출시한 인피니아 3D TV(모델명: LX9500)는 23mm의 슬림한 두께로 간결하고 가벼운 느낌을 주었고, 가뜩이나 얇은 16mm의 베젤에는 보석 커팅을 통해 더 얇아 보이도록 시각적인 효과를 더했습니다.35밀리미터가 넘던 기존 3D TV의 테두리 폭을 16mm로 대폭 줄여 3D 영상을 시청할 때의 몰입감을 최대한 높였습니다. 아무래도 두꺼운 베젤은 시청을 방해하는데, 이를 최소화하게 되면 TV 안의 3D 영상(가상)과 TV 밖의 실제 배경(현실) 사이의 간섭이 줄어들게 됩니다. 보는 것에 대한 ‘본질을 추구’하는 사용자들의 욕구가 디자인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반영된다고 볼 수 있죠.

보석처럼 빛나는 투명한 TV를 디자인하다 

 

3D TV 제품 사진TV는 빛을 콘트롤하는 디바이스라 빛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습니다. 인피니아 3D TV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투명한 느낌을 주기 위해 보석의 단면(facet)의 느낌으로 구현해 디자인이 한층 가벼워질 수 있었죠. TV에 보석의 단면과 같은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저는 종로 뒷골목을 뒤지면서 수십 년간 보석 가공만 하신 분들을 만나 자문을 얻고 노하우를 전수받았습니다. 장인들이 직접 보석을 깎는 것을 보면서 영감을 얻기도 했고요. TV 전원 부분에는 실제 큐빅을 박아 보석처럼 영롱한 빛이 나게 했습니다.
투명한 느낌의 Feather Light
3D TV 제품 사진

소재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TV 디자인에서 스케치는 절반도 안되요. 나머지는 소재와의 연결, 표면 가공 등을 통해 새로운 느낌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 혁신적인 디자인을 내놓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의 접목이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사내에서 디자이너가 소재에 대한 이해나 아이디어 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제안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할 정도로 디자이너의 역할이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TV의 목(Neck)과 베이스를 연결할 때 보통은 목도리 같은 것을 둘러서 보기가 싫은데 이번 제품은 크리스털 목(Neck)이라 이질감 없이 붙도록 가공하는 방식을 디자인에서 제안해 개발팀도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디자인이 개발을 리드한 사례죠.

3D TV 제품 사진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만 봐도 이제 스타일만 강조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디자인과 기술의 접목, GUI, 사용성(UX)등을 복합적으로 평가해 수상작을 결정하거든요. LG의 인피니아 3D TV(모델명: LX9500)가 미국의 대표적인 전자전인 CES 2010에서 ‘Best Of Innovation Award’를 수상하고, 유럽의 대표적인 디자인 어워드인 reddot design에 선정된 것은 그래서 더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고객의 냉혹한 비판에서 인사이트를 얻다 

이명훈 책임 사진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느낌을 원하는지를 자신도 알지 못했던 것을 알려주는 것이 바로 디자이너입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그들을 관찰하고 그들과 똑같은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제가 처음 TV 디자인을 맡게 되었을 때 ‘내 아까운 돈’ 100만원을 들고 매장에 가서 LCD TV를 사면서 이런 기분으로 구매하는구나 하는 것을 직접 느껴봤어요. 생각보다 이것저것 따져보게 되더라고요. ㅎㅎ

때로는 와이프와 매장에 가서 신혼 부부인 것처럼 가장해 위장 취재를 통해 구매 포인트를 체크하기도 합니다. 가끔은 우리 제품에 대한 낯뜨거운 비판도 듣기도 하고, 구매하는 고객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많은 것을 느끼죠.

지하철에서 내가 디자인한 제품을 손에 든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나 CES와 같은 글로벌 전시회에서 부스 전면에 60대가 쫘~악 깔려있는 것을 볼 때 정말 짜릿함을 느끼죠.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냈다는 느낌, 아기를 낳았을 때의 기분이랄까. (제가 남자라 잘 모르긴 하지만 ^^;)

상상을 현실로 재탄생시키는 힘 

제가 회사 연수로 영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할 때 영국인들이 아무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철저하게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어요. 우리는 상상한 것을 그림을 그리기도 전에 머릿속에서 먼저 ‘제약점’으로 가득 차 있거든요. 디자이너는 상상한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 사람입니다.

기타 사진그래도 디자인이 잘 풀리지 않을 땐 무척 괴로워요. 그럴 땐 쉬는 것이 득이 되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스케치를 해도 아이디어가 풀리지 않다가도 퇴근해서 샤워를 하다가 문득 반짝 아이디어가 떠올라 팀원들에게 전화로 바로 얘기를 한 적도 있어요. 퇴근하면서 운전하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면 놓치지 않으려고 차에 메모지를 항상 준비해둡니다. 제 취미가 일렉기타 연주라 교회에서 CCM팀을 맡고 있는데 예배를 드리다가도 디자인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니까요.(웃음)

보통 사람들은 디자이너가 스타일만 탐한다는 편견을 갖기 쉬운데 실제로 제품 디자이너는 많이 팔리는 제품을 원합니다. 작곡가가 음악으로 듣는 사람과 교감하기 위해 작곡을 하듯이, 디자이너들도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어합니다. 때로는 디자이너가 대량 생산, 원가 절감, 성능 개선을 위해 스타일을 양보해야 할 때도 있긴 하지만 이것은 그 제품이 잘 팔려나가 더 많은 사람과 만나기 원하기 때문이죠.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TV의 미래를 고민한다 


곧 TV시장에 빅뱅이 찾아올 것입니다.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시장 진보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고요. 누가 이렇게 빨리 3D TV의 시대가 빨리 우리 곁에 찾아올 것이라고 장담했겠어요? 제가 단언컨대 2년 내에 가전 매장에서도 10mm이하로 얇은 TV를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고객의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는 것이죠. 우리가 꿈이라고 생각했던 홀로그램이나 플렉서블 TV, 유비쿼터스의 미래가 생각보다 빨리 우리 곁에 다가올 것입니다. 이제 우리도 새로운 디스플레이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구요.

저는 BMW나 뱅앤울룹슨의 수석 디자이너들처럼 환갑이 다 되어서도 스타일을 잡고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디자이너는 디자인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 리더십이 나온다고 보거든요. 저는 10년 후에도 지금처럼 디자인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디자이너 이명훈은?
서울산업대학교 제품 디자인 전공. 96년 1월 입사해서 유무선 복합전화기를 디자인하다가 2000년부터 주로 10년 가까이 휴대폰 디자인 담당을 담당했다. 2009년부터 TV 디자인을 맡아 국내 최초의 40인치 PDP TV를 디자인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휴대폰 디자인은 2005년 김태희 DMB폰, Looks Good series, 북미향 쿼티폰(Voyager) 북미향 초콜릿폰, 허치슨 3G폰 등이 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대화를 이어가는 중에도 가끔씩 강한 카리스마를 엿볼 수 있었던 타고난 디자이너 이명훈 책임연구원에게 다시 한번 감사 드려요~!
다음 디자이너 톡톡의 인터뷰이는 어떤 분이실지 궁금하시죠? ^^ 만나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으면 언제든 댓글로 신청바랍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모든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모두 전해드리는 그날까지 열심히 뛰어다닐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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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희연 차장(미도리)
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PR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