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아시나요?
세렌디피티(Serendipity)란 우연처럼 사소한 일에서도 큰 축복과 통찰력을 발견해 내는 능력이란 의미이다. 디자이너들이 이런 세렌디피티를 기대하는 때가 있는데, 바로 해외로 출장을 떠날 때이다. 기존에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경험은 놓치거나 잊고 있었던 세런디피를 찾아내기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라 생각한다.

디자이너가 해외 출장을 가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바이어 상담 및 거래선 미팅 출장. 이것은 출시 전 제품에 대한 가격과 출시 시점에 대해 회의실에 처박혀 주구장창 회의만 하고 오는 성격의 출장이다. 마치 AFKN을 틀어놓고 두 세시간 멍하는 있는듯한 느낌이랄까. 전혀 재미라곤 없다.

두번째는 시장 조사 및 고객 인사이트(Customer Insight)발굴을 위한 출장이다. 이게 진짜 우리가 원하는 출장이다. 여기저기 마구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건축물을 보며 그들의 생활을 짧지만 경험해 보는 것이다.남들 눈에는 관광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경험을 통하여 디자이너들은 현지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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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수 없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 낯선곳으로 이끄는 비행기 티켓, 이탈리아 밀라노의 사람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발견하는 재능
디자이너가 아닌사람은 사람은 관광만 하고 왔냐고 말하지만 디자이너들에게는 보는 것이 업무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디자인이란 보는 눈이 높아져야 기술(손)이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을 발견해 내곤 하는데, 이것이 디자이너들에게는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일상에서 행운을 찾는 ‘세렌디피티’를 경험하는 것과 같다.

내가 몇 년 전 홈시어터 담당자로 유럽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몇 가지 디자인 안을 들고 고객 조사차 유럽 3개국을 방문하였는데, 국내에서 너무나 호응이 좋았던 그 디자인들이 3개국 모두에서 혹평을 듣게 되었다. 현지 직원이 거주하는 집에 머물면서 그 이유가 뭘까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유럽 집 내부에 있는 홈시어터
무심코 고개를 든 순간, 그 원인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집! 국내와 달리 유럽의 가옥들은 내부가 작고 협소하여 크기가 큰 전자제품 자체를 부담스러워 했던 것이다. 즉 디자인 스타일의 문제보다는 그들이 수용하고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자체가 아니었던 것. 그래서 최대한 좁은 가옥에서 효율적인 배치가 가능하고, 효과적인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그것으로 다시 고객 조사를 한 결과 고객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 속에 인사이트가 있다.
사실 지금의 이야기는 LG전자에서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 인사이트(Customer Insight)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객 인사이트란,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그 숨은 의미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말하는데, 고객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요구나 가치까지 발견해 제품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해외 고객들의 인사이트를 찾는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직접 현지인들과 어울리고, 그들이 사는 집을 방문하고, 또 그들이 쓰는 제품들을 놓치지 않고 관찰하려는 노력, 즉 현지인들과의 문화적 공감대를 쌓는 과정에서 그것은 우연히 발견된다.

그래서 해외로 떠나는 디자이너들에게 먼저 다녀온 디자이너들은 이렇게 충고한다.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되도록 많은 곳을 방문하라고. 그리고 그런 노력 속에서 ‘우연한 행운’을 발견해 보라고.

[덧]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말은 동화에서 파생된 말로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난 인도의 세 왕자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얻을 수 없었지만, 뜻밖의 사건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위대한 지혜와 용기를 찾아낸다는 이야기다.

Writer

한성희 선임(Boss)은 디자인경영센터에서 휴대폰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자신의 디자인이 외형만이 아닌 느낌과 감성을 가질 수 있는 디자인이 되길 원한다. 개인적으로 많은 동호회(자동차, 사진, 디자인 등)에서 활동하며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또한 토론하기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