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LG전자 휴대폰의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MC연구소의 박도영 선임입니다. 지난 해에 더 블로그 객원 필진으로 사운드 관련 스토리를 많이 소개해드렸는데요, 올해는 아예 고정 필진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앞으로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
제가 올해까지 9년째 LG 휴대폰의 사운드를 담당해 오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아직까지 제 기억에 남아있는 개인적으로 슬픈 이야기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아카시아 밴드 사진
롤리팝 2 휴대폰 사운드 작업에 참여한 소규모아카시아 밴드
‘조용한’ 모닝콜을 만들어 주세요!
여러분께 질문! 벨소리는 소리가 큰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작은 것이 좋을까요? 큰 소리가 나야 전화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분도 계실 거고, 반대로 지금 처한 상황(예 : 사무실)이나 취향에 따라 작은 소리라도 제때에 받을 수 있다는 분 등등 고루 계실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모닝콜은 어떨까요?
모닝콜의 기능 측면에서 본다면야, 당연히 시끄러운 소리가 좋겠지만, 이 경우 함께 잠을 자는 다른 사람의 단잠까지 방해하거나, 너무 시끄러운 나머지 깨어날 때 기분이 불쾌해질 수도 있겠죠?
이처럼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벨소리나 모닝콜의 음량(Sound Level)에 대해서도 반드시 어떤 컨셉이 좋다, 대세다라고 단정할 수 없어서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늘 고객의 처지에서 고민하고, 직접 고객을 만나 인터뷰 하면서 고객 마음에 드는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문제(?)의 모닝콜 사운드를 기획해 만들고, 휴대폰에 탑재하던 시기에는 유독 다음과 같은 고객 의견이 많았는데요.

“모닝콜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잠에서 기분 나쁘게 일어납니다.”
“부담 없이 쓸만한 조용한 모닝콜이 없어요. 조용한 모닝콜 꼭 만들어주세요.”
“시끄러운 모닝콜 때문에 건넛방에서 자는 가족들이 자꾸 깹니다.”
“모닝콜 너무 시끄러워 짜증이 납니다.기분 좋게 아침을 맞고 싶어요.”
                                               – 당시 고객 의견 중 일부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 누구도 기분 나쁘지 않게 아침을 맞을 수 있는 CYON만의 ‘덜 시끄럽고 조용한’ 모닝콜을 만들어보자!!’
최초의 ‘덜 시끄럽고 조용한’ 모닝콜, ‘슬픈 음악’의 탄생!
여러 날의 준비 기간을 거쳐 프랑스의 유명 작곡가인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e, 1845~1924)의 <꿈꾼 후에(After a Dream)>라는 곡을 선정하여 피아노와 첼로 연주로 새로 녹음까지 해서 한창 개발 중이던 제품에 모닝콜 기본 설정 사운드로 탑재를 하였는데요. 벨소리를 기획하고 만드는 시간 그 이상으로 힘든 것이 언제인지 아세요?? (오늘 질문 참 많네요. 후후~)
바로 벨소리의 제목을 정할 때랍니다!

한 모델에 들어가는 수십 개의 벨소리 제목을 소리와 잘 어울리면서 기존의 제목과 중복되지도 않으면서, 여러 금칙어와도 무관한, 그러면서도 CYON만의 개성과 아이덴티티를 내포한 제목을 매번 짓는다는 것이…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T.T
새롭게 탄생한 ‘덜 시끄럽고 조용한’ 모닝콜 사운드를 무한 반복으로 들으며 열심히 제목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때 제 옆을 지나가던 동료의 한 마디가 귀에 콱 꽂히더라고요.
동료 : 그 음악 참 슬프네~
나 : 으응…?? 그래! 슬픈 것을 슬픈 것이라 하는데 뭐가 문제랴? 솔직하고 담백하게 ‘슬픈 음악’ 이라고 짓는 거야!!!
그럼, 이리하여 CYON 최초의 ‘덜 시끄럽고 조용한’ 모닝콜로 만들어진 ‘슬픈 음악’, 아니 ‘조용한 음악’ 한번 들어보실까요?

                       슬픈 음악(조용한 음악) – Argo 모델 탑재 cfile29.uf.170CF11E4BBC879551E678.mp3
이 모닝콜은 당시 최고의 기대 모델이던 Argo 폰에 탑재되었고, 풀 터치, 엘레강스한 디자인, 무선 인터넷 기능으로 이 모델은 기대 이상의 엄청난 판매 실적을 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몇 달 뒤, Argo의 폭발적 반응만큼 모닝콜 사운드에 대한 충격적인(?) 고객 의견들이 저에게 도착하게 되었죠.
휴대폰 사진
“모닝콜이 너무 슬퍼요..”
“모닝콜이 너무 슬퍼서 아침에 우울합니다.”
“왜 모닝콜 제목이 ‘슬픈 음악’인가요? 제목 바꿔 주세요!”
“’슬픈 음악’이라는 모닝콜 때문에 하루 시작부터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슬픈 음악’을 기본 모닝콜로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당장 바꿔주세요.”
제가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것일까요? 덜 시끄럽고 조용하다고 해서 좋은 모닝콜 사운드가 될 수는 없는 걸까요? 아니면 소리로는 좋지만 제목이 ‘슬픈 음악’이었기 때문에 고객들이 더 슬프게 느낀 걸까요?
아니면… 아니면… 애당초 슬픈 느낌의 사운드는 모닝콜로 맞지 않는 것이었을까요?
동기와 과정이야 어찌하였든 간에, 제 추측이 맞건 틀리건 간에 듣기에도 슬프고 제목마저 슬픈 모닝콜 사운드인 ‘슬픈 음악’은 그 후 얼마 동안 저의 소심한 버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고객 클레임으로 인하여 마침내 ‘조용한 음악’이라는 제목으로 변경 되어 여러분의 아침에 울리게 되었다는….T.T
‘슬픈 음악’ 모닝콜이 안겨준 ‘슬픈 경험’
여러분은 어떠세요. 시끄러운 모닝콜이 좋으세요, 아니면 덜 시끄러운 모닝콜이 좋으세요?  그리고 ‘슬픈’이란 단어를 보면 정말 슬퍼지나요?? ^^;;
지금도 가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안 받으신 Argo 모델 사용자 분들이 ‘슬픈 음악’이란 제목으로 클레임을 재차 주셔서 아물어가는 제 마음을 다시 아프게 해주시고 있지만, 이런 슬픈(?) 경험 때문에 이후 ‘옹달샘’, ‘친구에게’ 같은 유쾌한 모닝콜 사운드를 만들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담입니다만, 고객들의 클레임 외에도 회사 내부적으로도 ‘슬픈 음악’에 대한 많은 피드백이 있었는데요. 그 중 휴대폰 사업본부의 최고 경영진 중 한 분께서는 “아침에 일어나려면 슬프잖아~~~”라는 멋진 말씀으로 논란을 종식시켜주셔서 저를 안도하게 해주시기도 하셨다는. *^^*
그리고 지난 해에 만들어져 좋은 반응을 끌어냈던 ‘옹달샘’과 ‘친구에게’도 다시 들어보세요~
 짙은 – 옹달샘.mp3 
 루싸이트토끼 – 친구에게.mp3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 1723 세대 타겟의 롤리팝2 모델에 탑재된  모닝콜 사운드 2곡 (‘좋은 하루’, ‘Wake Up’)도 더 블로그를 통해 소개합니다.
롤리팝2 사진
심규선 – 좋은아침.mp3
소규모아카시아밴드 – Wake Up.mp3  
어떠신가요? 이 두 곡은 모닝콜 중 ‘좋은 하루’를 부른 심규선 씨는 아직 신인 축에 속하는 보컬이지만 매우 부드러우면서도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창작 뮤지컬에도 주연으로 출연했던 친구입니다. 최근 앨범 작업 중이라고 하니 관심 가져 주시고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심규선 씨가 참여한 다른 벨소리도 더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카시아 밴드 사진
[왼쪽

그리고 다른 한 곡인 ‘Wake Up’은 소규모아카시아 밴드가 참여하였습니다. 소규모아카시아 밴드는 2004년 첫 앨범 발표 이후 편안하고 여유로운 한국적 멜로디로 음악팬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 받고 있는 밴드인데요. 총 4장의 앨범을 냈고, 공연도 활발하게 하는데 실제로 만나보면 ‘도인’의 느낌이 난다는. ^^;;
다음 번에도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잊히지 않는 여러 순간을 더 풀어놔 볼게요~ 기대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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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박도영 선임 사진박도영 선임
(소시민)은 작곡을 전공한 음악도로 MC연구소 UI Platform 개발실에서 휴대폰의 사운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리얼그룹과 아카펠라 사운드, 인디 뮤지션들과 스윗 다이어리 사운드 등을 협업했으며, LG만의 특별한 울림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고객들이 소리만 듣고도 LG 제품임을 금방 알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 믿는다. 자동차와 야구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