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년시절 전자제품 광고를 떠올려보면, CF의 주인공이 주로 로봇 혹은 우주인이었다. 스토리는 외계인이 전자제품을 뚝딱 만들어 인간들에게 선물로 주고 가거나, 로봇과 전자제품과의 대결 구도가 많았는데, 오늘날 생각해보면 다소 웃음이 나는 대목도 많다.

하지만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미래에 대한 로망도 점차 가정, 혹은 개인에게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되었고, 디지털 사회나 정보화 사회라는 근미래에 대한 호기심도 생겨나게 되었다. 이런 호기심이 퍼스널 컴퓨터나 걸어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워크맨 등 개인 디바이스의 발전을 가져왔고, 이 시기부터 점차 제품과 인간 간의 직접 소통에 대한 관심도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금성 미라클 알파 TV – 1989년
 
보다 쉽고 유용한 제품과 사람간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GUI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진화가 만들어낸 가장 큰 변화는 정보 공유가 빚어낸 새로운 문화생활 패턴이다. 가령 휴대폰을 예로 들어보자. 하드웨어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멀티미디어, 무선인터넷 기능 등 다양한 서비스와 편의는 늘었지만, 오히려 폰 작동 방법은 점점 어려워졌다. 사용자들의 욕구도 점차 복잡한 기능들을 최대한 잘~ 조작하여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욕구, 그리고 제품의 고도화된 기능 속에서 사람과 기기 간에 더욱 손쉽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바로 내가 하는 GUI(Graphic User Interface) 디자인이다. 한마디로 GUI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디자인하여 제품과 소통을 손쉽게 해주는 것이다.

최근에는 터치 제품들이 많이 나오면서 GUI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내가 2004년 입사 당시만 해도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는 데는 어려움이 무척 많았다. ^^;; (일단 디자인 하면 제품 디자인만을 떠올리는 건 둘째치고) 제품 GUI는 디스플레이에 구현되므로 디자인 외에도 디스플레이 기술이나 그래픽 칩에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효과적인 이미지 표현을 위해서도 단순한 모션과 비트맵 이미지(작은 점들의 2차원 배열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만이 적용 가능하다는 표현의 한계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여러 상황들로 인해 주위 사람을 포함하여 사용자들에게 GUI 디자인이란, 디자인 개념보다는 기능에 대한 정보만을 표현한다는 인식이 더 강했다. 휴대폰 디스플레이의 발전에 따른 핸드폰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 빠른 속도로 발전한 디스플레이 환경, 그리고 벡터 방식 등 디테일한 이미지 표현이 가능해지면서 실로 더 많은 정보를 보다 효과적인 형태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감성 디자인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터치 스크린이 발전하면서 이미지의 움직임뿐 아니라 인터랙션(반응성)까지도 함께 고려되고 있어 이러한 변화는 사용의 편의는 물론 재미나 즐거움 등이 결합해 제품과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보다 친밀하게 이끌어낸다. 제품 이미지

최근 LG전자에서 개발한 휴대폰에 적용되고 있는 ‘S클래스 UI’는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익숙한 경험들이 2차원의 평면이 아닌 3차원(3D)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사용자가 별도 학습을 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수만 가지 기능으로 갈아탈 수 있는 나만의 자유이용권
나를 포함한 많은 디자이너들이 아직 제품화 되지 않은 미래 제품들을 디자인하면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기계, 기계와 기계 간에 감성을 교환하는 확장된 개념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제까지의 GUI 디자인이 직관성에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개개인의 요구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개인화된 GUI가 등장할 것이라는 점이다.

개인화된 GUI는 생각해 보면 우리가 요구하는 제품을 뚝딱 만들어주던 그 옛날 광고 속 외계인이나 로봇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다만, 단 하나의 기능을 지닌 제품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수만 가지 기능을 가진 제품을 내 입맛과 상황에 따라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자유이용권’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Writer

박희연 주임(빠키)
디자인경영센터에서 항상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 위한 ideation 작업을 하고 있다. 기술과 미디어의 환경, 문화 현상과 디자인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그 안에서의 디자인에 대한 실천적 행위를 표현하기 위한, 디자인의 Originality를 찾아내고자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