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디스플레이 연구소 기획그룹에 근무하는 김대영 차장입니다. 사람의 오감 중 시각으로 얻는 정보 비중이 대략 80퍼센트라고 하는데요. 그런 면에서 제가 맡고 있는 디스플레이는 각종 정보 기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부품이자, 사람과 기계의 대화를 도와주는 최소한의 장치, 즉 Man–Machine Interface입니다. 디스플레이 없는 휴대폰이나 컴퓨터, 상상만으로도 많이 불편하겠죠.

여러분이 떠올리는 대표적인 디스플레이는 뭔가요? 아마도 요즘 가장 많이 사용되는 LCD나 PDP가 아닐까요? 마니아들 중에는 프로젝터(Projector)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겠고요. 사실 제가 입사하던 1994년만 하더라도 브라운관(CRT) TV가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시장에서 ‘퇴출’ 당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입니다. 이렇듯 다른 정보 기기들과 마찬가지로 디스플레이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진화 단계 이미지
앞으로 여러분에게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지만 곧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될 새로운 개념의 미래 디스플레이, 예를 들어 터치 디스플레이, OLED(유기EL), 3D 입체 디스플레이, 가상 디스플레이 등을 차례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그 첫 번째로 두루마리처럼 말아 갖고 다닐 수 있는 전자 종이(Electronic Paper Display, Digital Paper)입니다.

돌돌 말아서 들고 다닌다?

E-link 이미지
E-Ink사(http://www.e-ink.com)

요즘 휴대폰을 비롯해 MP3플레이어, 자동차, PMP, 세탁기, 냉장고, 시계 등에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디스플레이가 바로 LCD(Liquid Crystal Display)입니다. LCD는 브라운관에 비해 두께가 얇아 벽에 걸어두고 사용할 수도 있고 크기도 다양해 화면에 정보를 표시해야 하는 곳에 빠지지 않고 사용되고 있는데요. 이런 LCD에도 몇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빛을 비춰주는 백라이트 유닛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든지 외부의 충격에 약하다든지, 여기에 현재의 모든 디스플레이가 그렇듯 화면이 커질수록 부피도 늘어난다든지 하는 것들입니다.
특히 화면에 따라 제품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에 디스플레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LCD를 돌돌 말아서 공간 절약도 하고 필요할 때만 펼쳐서 볼 수 있게 할 수는 없을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마치 종이처럼요. 그래서 등장하게 된 신개념의 디스플레이가 바로 전자 종이입니다.

전자 신문 이미지
전자 신문의 구현 모습

무거운 책이나 신문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사실 기술이 제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사용자의 감성과 편의성을 간과하면 제품은 실패하기 마련인데요. 이런 면에서 전자 종이는 꽤 주목할 만합니다. 우선 기존 디스플레이와 달리 종이와 같은 질감을 최대한 살리고 있습니다. 보는 각도에 따른 색감의 변화가 없고, 외광을 이용하는 기술을 적용하여, 기존 백라이트가 사용된 LCD를 오래 볼 경우 발생하는 눈부심 현상을 최소화하였습니다. 여기에 앞에서 말한 대로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어 다양한 디자인이 가능하고 신문이나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언제든 원하는 때에 새로운 내용을 다운로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톰 크루즈가 보고 있던 전자 신문이 바로 전자 종이를 이용한 디스플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잦은 충전 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전자 잉크 방식
이러한 전자 종이를 위한 기술에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선두는 단연 이잉크(E-Ink)사에서 개발한 전자 잉크 방식입니다. 이잉크사는 미세입자를 마이크로 캡슐 안에 넣어, 상하 전극의 +, – 극성변화에 따라 백색, 흑색 입자를 표면에 각각 부상시켜 이미지를 표시하는 방법입니다.

전자 잉크 방식 이미지전자종이의 원리 (출처 :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

최근 외광의 이용 효율(반사율)을 종이의 70퍼센트 수준까지 끌어올려 가독성이 높아졌고, 소니의 전자 책 등에 적용되면서 점차 응용 분야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자 잉크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캡슐 안의 입자들은 전원이 끊어지더라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므로 대기 모드에서의 전기 소모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전기 소모 없이 이미지가 유지되고 잦은 충전 없이도 오래 사용할 수 있으니 매번 휴대폰 배터리로 고민하는 우리들에겐 꽤 편리해 보입니다.

과연 전자 종이는 종이를 대체 할 수 있을까?
2008년도에 시행된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인터넷 신문 이용 비율이 63퍼센트에 달한다는데요. 특히 20대에서는 73퍼센트가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고, 종이 신문을 읽는 것은 불과 2.7퍼센트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런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전달은 대표적인 종이 매체인 종이 신문 구독률을 급격히 하락시키고, 이북(e-Book) 콘텐츠  구매가 활성화되는 등 미디어의 변화까지 가져오고 있습니다.

전자책 이미지   전자책 : Sony (PRS-700)    전자책 : Amazon (kindle II)       소니 전자북

그렇다면 과연 전자 종이는 종이를 대체 할 수 있을까요? 관건은 전자 종이가 어느 정도까지 사용자들의 눈 높이를 맞출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화려한 컬러의 인쇄 매체나 기존 LCD에 익숙한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현재의 전자 종이 기술 수준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전자 종이는 제한적인 컬러 구현으로 인해 주로 전자책을 중심으로, 정보 게시판, 마트의 가격 표시판 등 흑백을 표현하는 데 국한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컬러 필터의 적용 등 컬러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진전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풀 컬러를 보여주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를 보입니다. 또 미세입자들의 이동에 의존하기 때문에 응답 속도가 늦어 동영상 활용도 일부 제한될 것으로 보이고요.

전자 종이 이미지
4인치 OLED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왼쪽)와 터치형 플렉시블 전자종이(오른쪽) – 사진: LG디스플레이

이러한 기술적 난관에도 불구하고 전자 종이는 ‘그 이름처럼’ 종이와 같은 플렉서블한 특성을 기반으로 저가의 네트워크 미디어로, 조금씩 응용분야를 넓혀가며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음 편에는 좀 더 여러분 생활 가까이 느낄 수 있는 터치 디스플레이에 대해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Writer(guest)

김대영 차장은 CTO 디스플레이연구소 기획그룹에서 Projector, 3D등 광학 분야와 차세대 신규 과제 발굴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