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니던 피아노 학원을 땡땡이치고 친구를 따라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화실을 갔다가 그림 그리는 재미에 푸욱 빠져버린 소년이 있었다. 하얀 캔버스에 수채화를 그리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며 몰입할 수 있었다. SF 만화나 영화, 프라 모델 같은 것에 열광하던 소년은 자라서 모던한 느낌의 AV 가전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는 이제 갈수록 빨리 발전하는 기술의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욱 인간에게 유익한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공상’을 하고 있다.

김유석 책임 사진


디자이너 김유석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홍익대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실내 디자인(인터 스페이스)를 전공하면서 한동안 그래픽 디자인,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다가 2001년 LG전자에 입사했습니다. 그동안 홈씨어터, 컴포넌트로 시작해서 MP3, 디지털 카메라, 시큐리티, VCR, DVD기기, 블루레이, 리모콘 등을 주로 디자인했습니다. 그러다 현재 HEB 디자인 연구소에서 LCD TV와 홈씨어터 디자인을 하는, 다섯 살 난 아들을 가진 아빠입니다. ^ ^

좋은 디자인은 스타일링이 아니라 섬세한 배려
좋은 디자인은 스타일이 멋진 것만이 전부가 아니에요. 그 속에 숨겨진 배려와 마음을 전달해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그런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멋진 디자이너죠. 그러기 위해서 디자이너는 다재다능해야 합니다. 디자인을 할 때는 스페셜 리스트로서, 경영자의 관점에서는 글로벌 리스트로서, 그밖에 시장 흐름을 읽기 위해서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내가 갖고 싶은 제품, 내 가족이 사용하는 제품을 만든다.”라는 생각으로 디자인을 해요. 겉만 번지르르한 스타일링에 그치는 디자인이 아니라 섬세하게 배려하고 준비하는 발명가가 되어야 합니다. 미학적 충족은 기본이고 발명적 요소까지 충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죠.

배려가 돋보이는 새로운 감성의 신개념 DVD플레이어
불과 10년 전만 해도 DVD 플레이어가 상당히 고급 제품이었지만, 지금은 가격도 저렴해지고 가정 내 보급률도 높아졌어요. 천편 일률적인 박스형을 벗어난 파격적인 디자인을 원하는 고객들의 기대도 높지 않다보니 그저 TV 장식장에 갇혀 지내는 불쌍한 운명의 제품이었죠 ^^ 최근 들어 평면 TV의 확산으로 장식장이 사라지면서 DVD 플레이어도 다양한 집안의 인테리어에 맞게 자유롭게 설치할 필요성이 대두되었어요. 

DVD player,DVS450H 사진
네모 박스가 ‘스타일리시(Stylish)하게’ 변신!
스타일리시하게 변신한 DVD player 사진DVD 플레이어를 장식장에서 탈출 시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야 했죠. 두툼한 원기둥 하나에 유리상판을 얹어 놓은 멋진 스타일의 테이블이나 액자 같은 소품들을 보면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이를 어떤 주거 환경에서도 TV의 특성, 공간의 특성,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자유자재로 설치할 수 있도록 실용적이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또, 고급스러운 고광택 슬림(18mm) 블랙 패널과 독특한 포인트를 제공하는 크롬 디테일로 어떤 인테리어에도 잘 어울리도록 했습니다.

스타일리시하게 변신한 DVD player 사진터치 슬라이딩 도어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동작하고 터치 센서 버튼으로 유희적인 감성을 부여했습니다. 전원을 꽂으면 터치 센서 버튼에 약하게 불이 들어오고, 동작 버튼을 누르면 깜빡이는 방식을 채택해 고객 사용성을 배려했습니다. DVD플레이어는 워낙 가격에 민감한 제품이라 1달러의 재료비가 상승하는 데에도 디자이너가 팔을 걷고 복안을 준비해야 했기에 더욱 바빴죠~

레드닷, iF 등 세계 유수 디자인 상을 휩쓸다
유럽 시장을 타겟으로 출시한 스타일리시 DVD 플레이어 DV4S(모델명: DVS450H) 사진
유럽 시장을 타겟으로 출시한 스타일리시 DVD 플레이어 DV4S(모델명: DVS450H)로 2009년에 세계 유명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디자인 상(reddot Award), iF, IDEA Finalist 뿐 아니라 GD Korea 등 존재하는 거의 모든 어워드를 휩쓸었어요~ 특히, 미국의 IDEA는 스타일이 좋아도 ‘인간에게 얼마나 유익한가’를 매우 중시하는데 이 제품이 Finalist에 올라서 디자이너로서 무척 자부심이 커요.  




건축의 조형에서 디자인 영감은 얻다
일상에서 영감을 얻는 편입니다. 영화, 책, 잡지, 인터넷, 화장실, 길 걷다가, 목욕탕, 자동차 안, 지하철 등 어디서나 공상을 하곤 합니다. 시각적 모티브는 주로 가구, 조명, 그래픽, 건축에서 얻는 편입니다. 대학원에서는 실내 디자인을 전공해서 그런지 건축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가구와 조명 같은 경우는 기능적 제품인 동시에 실내 환경이거든요. 전자 제품도 이제는 실내 환경이라고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공간 디자인과 건축에 관심이 갑니다. 아직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건축물 기행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르 코르뷔지에나 안도 다다오의 건축과 책들을 보다 보면 시각적 모티브는 물론 사상적 모티브도 얻게 됩니다. 


‘속’이 꽉 찬 디자인이란?
디자인에 대한 평소 소신은 “겉만 그럴싸한 것보다는 속이 꽉 찬 디자인을 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속’이란 고객이 느끼는 기능적 가치, 경제적 가치, 감성적 가치 등이겠죠. 사실 디자인의 기본 마인드라고 하는 ‘배려’라는 것이 없으면 이런 가치를 나타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 자동차 광고에 “아무리 배려가 좋아도 예쁘지 않으면 눈길도 주지 않는다.”는 카피가 있죠? 소비자 관점에서는 들어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디자이너라면 이 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오히려 예쁜 것은 기본이고, 정말 중요한 것은 배려라고 봐야죠. 어떻게 보면 디자인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업무를 하다보면 간혹 이러한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죠. 기본을 잃지 않는 조형과 사용자를 위한 섬세한 배려, 둘 중에 하나라도 부족한 경우 그 어떤 새로운 콘셉트의 디자인이라도 가치를 잃어 버린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로서 고충은?
디자인 전쟁이라는 말이 있죠? 환경디자인, 건축, 도시 등 사회 전반적으로 보면 눈에 튀려고만 하는 ‘디자인 과잉’이 증가하면서 디자이너의 고민보다는 돈을 많이 들인 화려한 것이 ‘좋은 디자인’이란 오해도 생기게 되는 것 같아요. 이는 과도기적 문화 현상이라고 믿고 있지만, 가끔은 이러한 현상을 ‘우루루’ 다들 따라하려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죠.
 
디자이너로서 보람을 느낀 적이 있다면?
DVD 플레이어 리모컨 사진아무래도 고객들의 칭찬이 가장 기분 좋죠. 얼마 전 어느 블로그에서 DVD 플레이어 사용 후기를 봤는데 리모컨이 꼭 필요한 키만, 한 손에 쏙 들어오게, 게다가 깔끔하고 이쁘기까지 해서 정말 ‘고마운 디자인이다. 감동이다.’라면서 엄청 칭찬을 해 주더라고요. 저는 요즘 말로 ‘간지난다’, ‘최고다’라는 표현보다 ‘고마운 디자인’이라는 말에 잔잔한  감동이 느껴졌어요. 신경 쓰고 고생한 만큼 그것을 알아주는 고객들이 있다는 거,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해요 ^^

요즘은 특히 블로거들의 힘을 느껴요. 저도 인터넷으로 제가 디자인한 제품에 대한 반응을 살피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데요, 고객들이 제품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아요. 때로 날카로운 지적에 디자이너들이 긴장을 하기도 하죠.  
 
20년 후 내 모습?
아마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있을 것 같아요. 시골의 한적한 교외에 마당도 있으면 좋겠죠. 빛이 충만한 롱샹 성당 같고 소박한 낙수장 같은 집을 내 스타일로 만들고 싶어요. 물론 그 안에 있는 제품들은 모두 나의 디자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더욱 바빠지겠네요.


폭염주의보가 내렸던 여름 어느 날. 조근조근 세심하게 말하다가도 때로는 디자인에 대한 확신과 열정을 내비치곤 하던 김유석 책임. 당일 급작스런 인터뷰에도 흔쾌히 응해주신 디자이너 김유석 책임에게 다시 한번 감사 드려요~!

다음 ‘디자이너 톡톡’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혹시 만나고 싶은 제품의 디자이너가 있다면 신청을 해주시면 더 블로그에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계속해서 많이 기대해 주세요~
앞으로 쭈욱~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모든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디자이너 톡톡 지난 인터뷰]
2009/07/29 – [디자이너 톡톡⑤] 스타일이 멋진 LED LCD TV 디자이너, 정연의 책임
2009/07/09 – [디자이너 톡톡④] 세계 최초 알루미늄 소재의 인테리어 에어컨 디자이너, 김주겸 주임
2009/05/27 – [디자이너 톡톡③] 튀는 롤리팝폰 디자이너, 김성민 선임
2009/04/27 – [디자이너 톡톡②] 디자이너들의 만능 매니저 – 노방실 선임
2009/04/20 – [디자이너 톡톡①] 한국형 디오스 디자이너- 전호일 책임


Writer

정희연 차장(미도리)
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PR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