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영화에서나 보던 와치폰이 지난 8월 28일 영국에서 출시되었다. 런던의 명품거리인 ‘본드 스트리트(Bond Street)’에 위치한 이통사 오렌지(Orange) 매장에서는 새벽부터 와치폰을 구매하려는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다. 오전 9시 개장 시간 전부터 구매 행렬이 늘어섰고, 판매 시작 10분만에 준비된 50대가 모두 매진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콘셉트 휴대폰 단계에 머물렀던 와치폰을 상용화해 유럽해 출시한 것에 대해 <Financial Times>지(9월 11일자)는 미국 만화 주인공 ‘딕트레이시’를 연상시키는 제품으로 소개하면서 혁신적이고 세련된 제품을 생산하는 LG전자에 대해 호평하기도 했다.


아름답고 우아한 와치폰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환호하게 하는 것일까? 와치폰을 디자인한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보고 와치폰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디자이너 톡톡 ⑧] 와치폰 디자이너, 김현철 주임

김현철 주임 사진
디자이너 김현철은 누구?


경기대학교 제품디자인과 졸업하고 이전 회사에서 MP3 디자인을 하다가 2005년에 LG전자에 입사했습니다. 비니키 폰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3세대 와치폰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와치폰 디자인을 하면서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제게 ‘사고뭉치 막내 아들’ 같은 존재에요. LG전자가 2007년에  1세대 와치폰을 내높은 후부터 이번 3세대 와치폰까지 차강희 슈퍼 디자이너가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을 총괄하고 경영진을 설득하는 등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도맡아 하시고 저는 디자인에 전념했습니다.

와치폰으로 손목과 대화하다


3세대 와치폰 사진사람들이 와치폰에 대해 환호하는데 사실은 휴대폰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멋진 시계를 원하더라구요. 시계 디자인에 거는 눈높이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휴대폰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명품 시계 정도의 디자인 완성도를 기대하니 어려움이 많았어요.

LG전자의 3세대 와치폰은 500원짜리 동전보다 약간 큰 1.43인치 화면 사이즈에, 두께가 13.9㎜, 무게가 90g정도로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어요. 문자를 음성으로 변황해주는 TTS, 생활방수, MP3, 블루투스 기능을 갖췄고, 실제 고급시계 제작에 쓰이는 재료와 방식을 적용해 전면에는 곡선 처리된 강화유리를, 테두리에는 고급 메탈 소재를 사용했어요.  3세대 와치폰 (LG-GD910) 플리커 이미지 보기


시계 디자인이 보기에는 단순한데 휴대폰과 결합하면 난관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금속 소재의 시계와 휴대폰은 상극이죠. 금속이 전파를 차단하니까 개발팀에서 무척 난색을 표했어요. 게다가 버클, 시계 줄 등 고려할 요소가 휴대폰보다 두 세배는 많아서 프로젝트 기간도 보통 휴대폰의 세배는 걸렸습니다. 


3세대 와치폰 사용 사진내 손목 위의 LCD가 눈을 떴다


와치폰은 평상시에는 시계로 사용하지만 통화, 문자 송수신, 음악 재생 등 다양한 기능이 포함되었어요. 일반 휴대폰과 달리 와치폰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항상 켜져 있어야 하니 전력소모가 적으면서도 글자가 보이도록 반투과 터치 LCD를 사용했습니다.

와치폰은 손목에 차는 것이다 보니 사이즈는 최소화하되 사용성은 뛰어나야 하죠. 사람들이 와치폰을 켰을 때 글라스 아래 시계 안이 꽉 차기를 기대하는데 이를 위해 LCD 터치 화면을 처음에 1.4인치에서 1.43인치로 0.03인치를 늘리기 위해 개발 부서와 두 세달씩 줄다리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3세대 와치폰은 초기 1세대 와치폰에서 3세대 HSDPA 기술과 영상 통화 기능을 추가하고 UI(User Interface)는 버튼을 누르던 방식에서 ‘Send, End, Clear’만 남기고 모두 터치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휴대폰 안테나를 몸체에 집어넣고 휴대폰의 구조를 완전히 시계에 맞도록 바꿔야 했습니다. 시계 디자인에 대한 노하우를 얻기 위해 시계 제조사를 찾아가 표준 손목 사이즈에 대한 데이터, 편안한 각도 등에 대한 데이터를 구해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와치폰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시계 줄을 찾기 위해 차강희 위원이 직접 홍콩에 가서 제작업체와 미팅을 하고 바로 ‘탄소섬유(Carbon Fiber) 무늬’의 최고급 가죽 밴드로 결정해 올 정도였어요. 워낙 우여곡절이 많아 보통 프로젝트에 비해 3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 ‘빅 프로젝트’였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와치폰 이후 착용식 휴대폰 관심 높아져


LG 와치폰은 시계와 휴대폰의 본격적인 만남을 통해 콘셉트 단계에 머물던 기존 제품을 뛰어넘어 실생활에 곧바로 적용이 가능한 미래형 휴대폰이에요. 와치폰에 대한 관심은 누구나 있었지만 아무도 실현하지 못했던 블루오션 같은 것이었는데, LG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것이죠.  

보통 기업들은 와치폰과 같은 플래그십 제품이 수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이라고 생각하니까 상용화를 결심하기가 쉽지 않지요. LG 와치폰이 돌파구가 되어 사용자와 내부적으로도 개발자들이 관심이 집중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와치폰 출시 이후에 부쩍 착용식 휴대폰(wearable phone)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것을 느낍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이죠.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는 디자인의 자유를 꿈꾸다 3세대 와치폰 사용 사진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어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걸 볼 때 뿌듯함을 느낄 거에요. 양산 전 목업을 볼 때는 정말 너무 고생을 해서 어떻게든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저에겐 애증이 쌓인 제품이죠.


디자인과 개발팀이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다보면 대립하기가 쉬운데,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워낙 서로 싸워서 미운 정, 고운 정이 쌓였다고나 할까요. 힘든 프로젝트일수록 끈끈한 관계가 되는 것 같아요. 3세대 터치 와치폰 고밀도 기구설계와 부품 소형화 기술 등 기술의 한계가 많았는데, 막상 시장에 내놓고 보니 아쉬움도 남아요. 앞으로 부품 기술 등의 발전으로 디자인의 자유도가 더 높아지면 앞으로 더 완성도 있는 디자인을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와치폰이 패셔너블 IT기기의 단초를 제공하고 앞으로 트렌드를 리드할 것으로 봅니다.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발걸음


처음에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하는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에 굉장한 스트레스가 있어요. 이디어가 생각 날 때는 자다가도 일어나 스케치를 하거나 지하철에서도 그림을 그리죠. 가급적 많은 영화를 보고, 많은 책을 읽고,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려고 노력해요. 미래 사회의 트렌드를 읽기 위해 사회학이나 미래경영서를 읽기도 합니다.


지난 해에 함부르크에 출장 차 갔을 때 그 지역의 생활 패턴을 파악하고 고객 설문조사를 통해 콘셉트를 만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길거리 보도 블럭의 배열이나 패턴도 독특하고, 건축, 테이블, 조명, 화장실 세면대까지도 디테일하게 디자인했더군요. 생활 속에서 항상 새로움을 시도하는 그들의 부지런함이 참 좋게 보이더라구요.


3세대 와치폰을 착용한 김현철 주임 사진
부지런히 노력하는 디자이너 되고 싶어요.


세상에는 두 가지의 디자이너가 있어요. 노력하는 디자이너와 타고난 디자이너. 전 부지런하고 끈기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좀 더 찾아보고 읽어보고 부지런히 기술 정보도 수집하려고 해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멋진 디자인으로 이끌어 내는 사람은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좋은 결과를 만든다. 끈기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디자인이요? 말이 필요 없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아닐까요?   


10년 후 내 모습은?


제품 디자인 외에도 건축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요. 건축은 구조, 역학 등이 총체적으로 결합해 멋진 조형을 만들어내는 매우 어려운 도전인만큼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가능 하다면 요트 디자인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그러나 당장은 전 세계인이 와치폰을 차고 다니는 그날까지 열심히 디자인할래요 ^^


다음 ‘디자이너 톡톡’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혹시 만나고 싶은 제품의 디자이너가 있다면 신청을 해주시면 더 블로그에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계속해서 많이 기대해 주세요~
앞으로 쭈욱~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모든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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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희연 차장(미도리)
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PR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