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을 지나 겨울 초입에 다다랐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날씨에 여행을 떠나는 것을 좋아한다. 갑자기 웬 여행 이야기? 오늘 얘기하고 싶은 주제가 여행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는 방법에도 ‘모던’과 ‘포스트 모던’이 있다
이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들은 ‘모던’, ‘포스트 모던’ 디자인이라는 말의 차이를 명확히 알고 있는가?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쉬운 예를 들어보자. 만약 여러분이 방금 구입한 새 차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목적지는 부산이다. 어떻게 여러분은 부산에 도착할 것인가? 먼저 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으로 가겠다고 하는 분들! 바로 모던 디자인의 선봉장 되시겠다. 자, 그럼 다른 분들은?
부산을 가는데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타고, 산천 구경은 물론, 맛있는 지역 특산품까지 먹으면서 느긋한 여행길을 가겠다는 분들! 이분들이 바로 포스트 모던적인 생각을 하는 분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해가 이제, 조금 가시려나?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을 위해 조금 더 천천히 설명해보겠다.

메릴린 먼로 사진
포스트모던의 대표적인 작품인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 대상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 목적에 대한 의문을 극히 주관적으로 표현함.

목적성과 경제성을 목표로 하는 모던 디자인
먼저 고속도로를 통해서 목적지까지 최대한 빨리, 효과적으로 부산을 가겠다고 한 분들! 이 말이 바로 모던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이다. 모던 디자인은 제품의 본질적인 목적에 충실하게 그리고 경제적으로 달성하는 것이다. 부산이 목적지면 다른 곳은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모던 디자인의 기본적인 형태를 ‘간결히, 빠르게, 간편하게’라는 키워드로 규정하곤 한다.
만들기 쉬운 간단한 형태, 제품의 용도가 바로 보이는 형태, 규격화하기 편하고 보관 수납이 효율적인 형태 등이 모던 디자인의 대표적인 형태다. 그래서 이 시대의 디자인은 가장 기본적인 기하 형태를 이루었고, 이는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가능케 하는 현대 사회의 바탕을 이루게 된다.

모던한 가구 사진모던 디자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히는 미스 반 데어 로에(LUDIWIG MIES VAN DER ROHE)의 작품들. 근대 5대 건축가 중 하나인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간단한 형태와 철근을 그냥 잘라 용접하거나 철근에 유리로 벽을 올리는 등의 간단한 마감으로 건축물을 제작했는데, ‘Less is More’라는 명언으로도 유명하다.
원목을 이용한 가구 사진미국을 대표하는 모던디자이너 조지 넬슨(George Nelson)의 시계, <Sunflower Clock>. 패턴화된 원목을 이용해 기하학적인 디자인을 구현
다양한 색상의 의자 사진미국의 가구 디자이너인 찰스 임즈(Charles Eames)의 <LCW Chair>. 의자를 ‘앉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합판을 구부려 간단히 제작.

사용하는 사람의 성향이 반영된 포스트 모던 디자인
자~ 그럼 국도로 넉넉히 출발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앞서 말한 모던 디자인의 특징들이 강조되면서 각 개인의 개성들이 무시되는 경향이 나타났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어난 움직임이 바로 포스트모던이다. 포스트 모던을 한 유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마치 부산을 가는데 수많은 국도가 존재하는 것처럼, 어느 한 가지를 포스트 모던이라고 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해안도로를 타든, 광주를 거치든, 또는 목표를 돌아가든 부산만 가면 된다. 그리고 가끔 목적지인 부산보다도, 가면서 사먹었던 맛난 음식이나 길의 풍경이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제품 자체의 기능 뿐만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스토리가 반영된 디자인, 그것이 바로 포스트모던 디자인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휴대폰이 통화만 잘되고 고장만 나지 않으면 되었는데, 지금은 프라다, 블랙, 아이폰 등 통화 외에 수많은 특징을 강조한 디자인과 제품이 나온다. 컬러도 자신만의 개성을 강조할 수 있는 컬러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디자인의 가치가 변화한 것이다.

스마트폰 제품 사진

프라다폰(PRADA phone by LG)은 고급 브랜드와 협력하여 ‘소유가치’라는 것을 제품의 핵심 콘셉트로 삼은 대표적인 예다. 곧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아이폰(Apple)은 통화라는 전화 자체의 목적보다 사용하는 즐거움, 보고 듣는 즐거움이라는 주제를 극대화해 크게 성공한 예다.

이제 슬슬 감이 오는가? 사실 이 두 사조의 경계는 상당히 모호하다. 포스트 모던의 ‘포스트’라는 명칭 자체가 전혀 다른 사조가 아닌 ‘후기’의 의미로 해석, 모던 디자인의 한 지류로 보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흔히 얘기하는 ‘모던’한 디자인은 형태가 단순한 모든 디자인을 아울러 얘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TV, 김치냉장고, 휴대폰 사진최근의 제품 디자인은 일단 복잡할 것 없이, 모던한 디자인으로 치면 누구와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모던과 포스트 모던을 비교해 어느 것이 더 세련되고 우월한가에 대해 얘기하려던 것은 아니다. 그저 이 두 용어의 비교를 통해 LG전자 블로그를 찾는 분들이 조금 다른 방법으로 최근의 제품 디자인을 볼 수 있기를 하는 바람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극히 개인적인 해석일수도 있음을 양해해주시길 ^^;

끝으로 어떤 제품 디자인보다도, 어떤 디자인 사조보다도, 환상적인 자연 풍경 속으로 즐거운 겨울 여행을 떠나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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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차현병 선임(수작걸지마)
은 디자인경영센터에서 LCD TV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으며, <Be Happy Now>라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 단순히 예쁘고 편한 디자인을 넘어 모든 이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고 싶어한다. 요즘 재미를 붙인 취미는 낚시이며 한 때 국내 출시되는 모든 밀리터리소설을 다 사 모을 정도로 푹 빠져 있기도 했었다. 닉네임은 ‘수작걸지마’이며 모든 게임, 인터넷 활동을 같은 닉으로 사용하니 아는 척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