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진화하고 있다. PDP, LCD의 고화질 평판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3D UI에 감성 리모컨까지…
LG전자의 보더리스 TV는 프레임이 없는 ‘보이지 않는 디자인’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또 하나 특별한 매력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TV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3D UI와 감성을 강조한 ‘매직모션 UI’가 갖춰진 친절한 TV라는 점이다. 
LG전자 HEB(Home Entertainment Business SOLUTION) 디자인연구소 이건식 책임연구원에게 심오한 UI 디자인의 세계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디자인경영센터를 찾았다.
[디자이너 톡톡 ⑫] 매직 모션 TV GUI 디자이너, 이건식 책임
이건식 책임 사진

디자이너 이건식은 누구?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하고 전 직장에서 화장품 패키지 디자인을 하다가 97년 LG에 입사했습니다. 타임머신 TV GUI 디자인, 디지털TV 통합 인터페이스 디자인개발(2007~2008년)을 담당했고, 최근에는 TV, 블루레이 디스크, 카 오디오, 인터넷 냉장고 등의 GUI 디자인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디지털TV 통합 인터페이스 디자인개발(Alvin GUI/GP2 Interface: 2007~2009년)을 담당해 왔습니다.    
  
보더리스 TV GUI인 Magic Motion Remote Control 디자인
TV GUI 업무만 8년을 해왔지만 휴대폰 등 다른 디지털 기기에 비해 TV UI(User Interface)의 변화는 매우 더디죠. TV가 브라운관에서 평판 디스플레이인 PDP나 LCD TV로 눈부시게 진화할 때에도 TV GUI는 컬러가 다소 화려해진 것을 빼곤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던 것 같아요. TV는 다른 디지털 기기와 달리 가족 중심의 보다 폭넓은 연령 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기 때문이었죠.  
지난 1월, LG전자에는 CEO가 강조해 온 고객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M 프로젝트’가 발족됐습니다. GUI, UI 멤버를 주축으로 한 5명의 멤버에게 주어진 과제는 “고객에게 지금과는 전혀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라.”는 것이었죠. 사업부장 보고 후 글로벌 출시까지 남은 기간은 단 3개월. 우선 한국 시장에 출시하는 보더리스 TV에 우선 적용하기로 하고 바로 프로젝트에 돌입했어요.
보더리스 TV 제품 사진
UI(User Interface)는 말 그대로 기기와 사용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돕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말합니다. 기존의 평면적인 UI에서 3D UI로 바꾸는데 가장 큰 난관은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설득하는 일이었어요. 디자인팀에서 선제안을 한 프로젝트였기에 이 프로젝트의 원형 디자인을 유지시키기 위해 사업부의 수많은 UI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끈질지게 설득해야 했죠.

기존의 평면적인 방식의 TV UI 수준을 넘어 제 머릿속에서 상상으로만 그린 매직 모션 UI가 과연 실현될지에 대해 관련 부서에서도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어요.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믿지 못한다고 했던가요. TV를 통해 테스트로 구현된 GUI를 보여주고서야 논란을 잠식시킬 수 있었고 ‘더 새로운 것은 없느냐’는 요구가 나올 정도로 출시 전부터 ‘히트 프로젝트’로 인식되었고,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열정으로 UI는 더욱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어요.  

매직 모션 리모컨 제품 사진
이러한 우여곡절을 거친 매직모션 TV는 TV 인터페이스에서는 처음으로 2009 레드닷 커뮤니케이션 어워드(reddot communication award)에서 수상작(Winner)으로 선정되었고, 굿 디자인 코리아(GD Korea)의 인증을 받아서 무척 뿌듯했어요. 지난해 9월 독일 IFA Show에서 처음 선보인 LG전자의 3D UI와 매직 모션 리모컨은 복잡하고 불편했던 TV의 UI를 직관적이고 감성적으로 바꾸면서 지금껏 TV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얻었고,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0년 CES에서도 호평을 얻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제가 느낀 점은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멋진 제안도 중요하지만 양산까지 끈기 있게 끌고 나가는 인내심과 팀워크가 더욱 중요하다는 점이었어요.

매직 모션 리모컨 사용 사진
 
철저한 고객 인사이트로 고정관념을 허물다
매직모션 TV는 철저하게 고객 인사이트 분석의 프로세스를 철저히 준수해 낸 결과물입니다. 보통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모든 사용자 니즈를 다 알고 있다는 자만에 빠지기 쉬운데 매직모션 TV는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고민했어요. 실제 사용 고객을 대상으로 TV의 사용 행태를 조사하고, 가설을 만들고, 잠재 요구를 찾아내고, 설문조사를 통해 중요도/불편도를 분류하는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어나가면서 그동안 우리가 갖고 있던 모든 고정관념을 하나씩 허물어나갔어요.

실제로 제가 강남에 거주하는 한 타겟 고객의 집을 방문했을 때 재미있는 인사이트를 발견하기도 했어요. 30대인 그 남성은 TV를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시청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리모컨이 TV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조작되기를 원했죠. 또, TV가 켜질 때가지 초기 부팅 시간이 보통 6초~8초 정도의 대기 시간에 대한 불만이 매우 높았어요. 그래서 이 시간이 짧게 느껴지게 하도록 날씨나 시간 정보를 보여주도록 해 특허 등록을 하기도 했죠.

위치를 인식하는 자이로 센서의 매직 모션 리모컨

매직 모션 리모컨 제품 사진

 매직 모션 UI는 ‘영상 채널  목록’과 ‘매직 모션 리모컨’의 환상적인 궁합이 만들어낸 역작입니다. IPTV 시대의 도래로 채널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PC사용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은 컴퓨터 마우스처럼 포인터를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새로운 리모컨을 원했어요. 복잡해 지는 TV의 기능을 편리하게 사용하는 UI 기술은 그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입니다. 기존에 수많은 채널의 번호를 기억하거나 채널을 위아래로 오르내리던 방식의 채널 브라우징 방식에서 채널의 섬네일을 미리보고 이를 네 방향의 버튼 터치로 바로 접근하는 직관적인 사용성을 강조한 것이죠.
“아무리 좋은 기능이 있어봐야, 사람들이 어려워하면 무용지물이나 다름 없잖아요.”
‘매직 모션 리모컨 (Magic Motion Remote Control)’은 복잡했던 기존 리모컨에서 전원, 채널, 음량, 확인 등 6개의 버튼만을 남긴 초슬림 리모컨입니다. 거기다 자이로 센서(Gyro Sensor)를 탑재해 리모컨을 잡은 손의 떨림이나 회전을 인식해 TV의 기능을 간편히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요.
TV를 주로 애청하는 30대~60대를 대상으로 고객 조사를 해보니 버튼이 많던 리모컨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데 LG의 매직 모션 리모컨을 쥐어주니 바로 TV화면을 보면서 사용할 정도로 직관적 UI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거기다 감성적인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더해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자연스러운 사용 행태를 디자인에 반영한 3D 인터페이스 디자인으로 TV 화면을 마치 무대처럼 형상화해 아이콘을 입체화하여 표현하고 조명을 비추는 듯한 효과를 더했어요. 수많은 시행 착오 끝에 부드러운 애니메이션과 모션, 전환 효과를 입힌 세련되고 감성적인 GUI가 완성되었습니다. 
TV는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공용 제품임에 착안해 제스쳐 인식 기능을 활용한 윷놀이, 두더지 잡기 같은 게임 콘텐츠도 개발했고, 가족 행사나 기념일, 제사 등도 달력에 표시하지 않고 TV에 입력해두면 미리 몇 일전에 알려주기도 합니다. 

디자이너(Designer)에서 디자인 크리에이터(Design Creator)로
과거에 비해 디자이너(Designer)의 역할이 디자인 크리에이터(Design Creator)로 그 영역이 넓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가 겉만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선행 영역까지 상품기획, 조사, 전략, 콘센트 등 제품의 전 과정을 다 이해하고 실질적인 인사이트를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죠.
저의 꿈은 사용자들이 행동의 제약을 받지 않고 가장 자유롭게, 가장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리모컨에 제약받지 않고 사람의 동작이나 음성만으로 구현되는 TV를 만드는 것이 목표죠. 
디자이너의 꿈, 디자이너의 좌절 
이건식 책임 사진디자이너는 머릿속으로 상상한 무형의 이미지를 자신만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에요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실제 제품이 양산되어 좋은 반응을 얻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끼죠. 사실 제품 디자인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인터페이스 디자인(GUI) 분야가 부각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인터페이스가 앞으로 디지털 기기에 가져올 변화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맡고 있는 인터페이스 디자인은 그 역사가 얼마 되지 않는 새로운 영역이라 그에 따른 스트레스나 심리적 부담감도 커요. 덕분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사를 듣고 이야기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죠.
디자이너가 사는 법 
두 아이에게는 가급적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려고 주말이면 연극, 전시, 지방 축제까지 함께 보러 다닙니다. 스웨덴에 프로젝트 연수를 갔을 때 그들의 디자인을 직접 체험한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 지역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몸에 밴 디자인 철학을 배웠죠. 단순하지만 디테일하고 완성도가 높은 그런 디자인이요. 사내 인포멀인 ‘역삼스’라는 풋살 동호회를 5년간 이끌면서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고 몸으로 부딪히며 운동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를 포함한 멤버들은 축구를 잘 하지 못하지만요…

저는 디자인을 좋아해요.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하고 상상하고 표현하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일 하는 것이 즐겁고 이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갖고 있고요. 10년 후쯤에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대박 제품 몇쯤은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음…나만의 개인 작업실에서 열심히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는 저를 상상해봅니다.  


 
편안한 인상으로 디자인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내주신 이건식 책임연구원에게 다시 한번 감사 드려요~!
다음 디자이너 톡톡의 인터뷰이는 어떤 분이실지 궁금하시죠? ^^ 만나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으면 언제든 댓글로 신청바랍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모든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모두 전해드리는 그날까지 열심히 뛰어다닐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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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희연 차장(미도리)
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PR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