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전세계 50여개국으로 출시된 LG전자의 휴대폰 LG미니(모델명: LG-GD880)는 작지만 강합니다. LG가 자체 개발한 개발한 모바일용 팬텀 브라우저(Phantom Browser)로 속도를 향상시켰고,휴대폰-PC-웹서버를 하나로 묶은 ‘LG 에어싱크’는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얻어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요즘 스마트폰에서 필수 기능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위젯을 배치해 쉽고 빠르게 인터넷과 SNS에 접속하도록 했습니다. 

미니는 작고 강한데다가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LG에서는 두번째로 세계 3대 디자인상을 모두 휩쓰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독일 ‘레드닷(reddot)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 ‘IDEA’ 커뮤니케이션 툴 분야 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이렇게 작고 깜찍한 휴대폰을 디자인한 사람은 과연 누굴까? 호기심이 발동해 MC디자인연구소의 현호 주임을 만나고 왔습니다. 



디자이너 톡톡 (17)
MC디자인연구소 현호 주임


현호 주임 사진
01. 디자이너 현호는 누구? 
저는 홍익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2005년에 LG전자에 입사한 뒤 줄곧 휴대폰 선행 제품의 컨셉 디자인을 담당해왔습니다. 주로 선행 휴대폰 디자인에 참여했고요, 와치폰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3년 전부터 LG 미니(Mini)폰, 최근에는 옵티머스 Z의 디자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02. 휴대폰 디자인 트렌드를 거스르는 미니의 반란 
미니폰은 저에겐 참으로 사연이 많은 휴대폰이에요. 무려 3년 전부터 팀원들과 기획해 온 제품인데, 디자이너들끼리 영감을 영감을 주고 받으며 내놓은 6개의 시안 중 선택된 하나의 디자인이 바로 미니였어요. 당시에 휴대폰 디자인의 트렌드가 3인치 이상의 대화면이 대세였어요. 풀터치폰이 트렌드로 부각하면서 점점 더 큰 디스플레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반대로 3.2인치에 8.9mm 두께의 풀터치 디자인은 거의 ‘반란’이었다고 볼 수 있었죠. 단순히 트렌드를 쫓아가지 말고 마치 듀퐁 라이터와 같은 작지만 차별화된 디자인(멋진 오브제)을 만들어보자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이었어요.
휴대폰 미니 제품 사진
03. 디자이너가 만족한 디자인, 세계 디자인상을 휩쓸다

세계 디자인상 로고 이미지

LG 미니는 3.2인치 디스플레이의 풀 터치폰 중 가장 얇고 작은 크기(세로 102×가로 47.6×두께 10.6mm)로, 화면 좌우 테두리 두께를 최소화하고 버튼을 없앤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라이터나 고급 시계 등에서나 볼수 있는 정교한 디테일을 많이 적용해 단단해 보이도록 디자인 요소를 많이 넣었죠. 점점 대화면화 되는 휴대폰의 디자인 트렌드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더욱 작고 간결한’ 역발상 디자인이 반향을 일으킨 것이 저희도 정말 놀라워요. 특히, 미국의 ‘IDEA’는 디자인 어워드 중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거든요. 왜냐하면 다른 디자인 어워드는 실제 제품 없이 디자인 렌더링만으로도 출품이 가능한데 IDEA는 반드시 실제 제품화 구현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04. 트렌드를 쫒기보다는 ‘나만의’ 디자인으로 승부한다 
LG 미니는 그동안 아이폰, 삼성, 소니 에릭슨 등 다른 업체에서 감성 디자인을 내세우면서 둥글둥글 굴리던 디자인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네모난 디자인에 잡다한 곡선을 배제하고 직선을 사용했습니다. 기본을 지켜가면서 튀는 디자인으로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을 해보자는 역발상이 통한 것이죠. 
디자이너인 제 개인적으로도 디자인이 맘에 들고 또 디자인 상도 많이 받았지만 스마트폰으로 출시되었더라면 훨씬 더 주목을 받았을텐데…참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그 한을  7월말에 곧 출시되는 옵티머스 Z에서 풀었으니 그 녀석도 많이 예뻐해주세요 ^^ 
 
휴대폰 미니 제품 사진
05.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미니가 처음에는 남성적인 디자인으로 출발했어요. 엣지있고 강렬하고 샤프한 그런 디자인. 그런데 주변에서는 그래도 계속 둥글게 굴려보라며 엄청나게 압박을 해와서 정말 많이 시달렸어요.(웃음) 관련 부서를 설득하고 조율하느라 3년동안 정말 힘을 다 뺐어요. ㅋㅋ 
그런데 고객 조사를 해보니, 사각형의 디자인이라고 남성적이라는 건 편견이었더라구요. 여성들의 고급 화장품 케이스가 블랙과 금속 소재가 강렬한 조화를 이룬 걸 보고 ‘아~ 여성들도 이런 유니섹스 디자인을 선호하는구나’하는 것을 깨닫고 거기서 정당성을 얻고 내부를 설득해 나갔어요.
무엇보다 디자이너들이 직접 유럽, 북미, 남미, 중아 지역으로 고객조사를 갔을때 해외 사업자들의 반응이 무척 뜨거웠습니다. 덕분에 프로젝트 후반에는 기구 개발비 투자나 지원 등이 전폭적으로 이뤄져서 좀 편했어요. ^^;
06. 주어진 여건 내에서 최고의 완성도를 내는 것이 좋은 디자인
현호 주임 사진제품 디자인은 무제한으로 시간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여건 내에서 제품의 완성도를 최고로 높인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내부 관련 부서의 조율, 소재의 선택, 가격 등 난관도 많았지만 ‘디자인에 많이 맞춰진’ 제품이라서 저도 만족해요. 

늘 촉박한 출시 시점이 아쉽죠. 고생스러웠지만 ‘고생이 행복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기쁘게 작업했습니다. 많은 사업자들의 요구로 수도없이 목업을 만들면서도 디자이너들끼리 서로 영감을 주고 받으며 팀워크가 참 좋았거든요. ‘디자인 초안’을 살리겠다는 투지가 정말 대단했어요. 그 디자인을 이렇게 인정 받아 수상까지 하게 되니 저로선 정말 기뻐요.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여건 상 출시가 되지 못해 아쉽지만……
07.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매력, 짜릿한 순간
남들이 보기엔 디자이너라는 것이 근사한 직업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업무 강도가 높아서 퇴근 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에요. 왜냐하면 ‘디자인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죠. 디자이너가 자신의 디자인에 열정을 갖고 ‘자기 만족’을 하지 못하면 남을 설득시키기 어렵거든요. 디자이너가 자신의 디자인에 최선을 다하고 자신감을 갖고 어필하려고 기를 쓰면 선배나 경영자 분들도 한번 더 봐주시거든요 ㅋㅋ  
현호 주임 사진
08. 트렌드를 이끌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디자이너의 사명
디자인은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상상력을 펼치고 자료 수집을 하고 급박한 일정이 항상 부담이 됩니다. 디자인은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서 분석해서 충족시키는 방법도 있겠지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고객을 리딩해나가야 하는 사명도 있습니다. 전자는 안정적이겠지만 선두로 나가진 못할 것이고, 후자는 모험을 감수해야겠지만 트렌드를 이끌어나가겠죠.

09.기술과 디자인의 ‘완벽한 조화(Perfect Harmony’)을 추구  

현호 주임 사진

 
저는 개인적으로 유러피안이 열광하는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의 디자인을 좋아해요. 차가운 금속에 따뜻하면서도 손에 착 감기는 부드러운 소재감을 좋아하죠. 기계적인 느낌이
 아닌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선호합니다. 어디에 갖다놔서 따로 놀지 않고 주변 환경에 잘 어울리는 그런 디자인이요. 음… 사람으로 치면 어딜가도 그 장소에 어울리는 옷을 입어서 튀지 않지만 세련된 그런 사람 있잖아요. 미니도 그런 제 취향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제가 네덜란드에서 4년간, 미국에서 3년간 생활하면서 모던하고 미니멀한 유럽형 디자인에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들의 공공 디자인을 보면 하다못해 자동차 번호판까지도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고 잘 어울리게 배려해서 디자인해요. 집을 짓더라도 혼자 빨강색으로 하거나 화려한 간판을 하지 못하죠. 네덜란드의 집들을 보면 오렌지 색이 많은데 파스텔, 무채색 원색을 쓰는 것이 환경을 배려하는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참 부러웠어요. 
10.10년 후에는 어떤 모습? 
개인적으로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게 제품 디자인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요. 요즘은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10년 후 휴대폰이 과연 어떤 모양일까 하는 상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UI(User Interface)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디자인의 영역이 점점 줄어들 것 같기도 하고요. 결국 남는건 시각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패션과 모바일을 이을 수 있는 것이 뭘까?’하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데 미래에는 그런 일을 계속하고 싶어요.

현호 주임과의 인터뷰를 하면서 거침없는 입담과 자신감에 찬 말투에서, 아직은 어리지만 디자인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향해 착실히 한발 한발 내딛으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LG 디자인의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면 과찬일까요? ㅋㅋ   
자~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의 모든 디자이너들을 만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인 디자이너 톡톡은 쭈~~욱 계속됩니다.

[잠깐!] 지난 포스팅 중 <센스작렬! LG디자이너들의 패션 감각을 엿보다>(2010/03/12)에 소개된 현호 주임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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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정희연 차장 사진정희연 차장(미도리)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PR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