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는 제품의 첫인상이기 때문에 제품 못지않게 정성을 들이지만, 문제는 한 번 쓰고 버리게 된다는 것. ‘패키지를 제품 포장 후에도 다른 용도로 계속 사용할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디자인은 출발했고 그 결과 아주 특별한 패키지가 탄생했다. 친환경 종이로 만들어진 이 패키지는 제품을 뺀 후에는 연필꽂이가, 액자가 되고 또 수납함이 된다. 자연도 웃고, 사람도 웃었기 때문일까. 재사용 가능한 이 패키지는 독일 레드닷 어워드(reddot communication award)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를 수상했다. 특별하고 기특하기까지 한 친환경 패키지를 디자인한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 CE디자인실의 패키지 디자이너 서영석 주임을 만나고 왔다.



디자이너 톡톡 (19) CE디자인실 서영석 주임

서영석 주임 사진

 디자이너 서영석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CI 관련 디자인 회사에 근무하면서 브랜드 디자인 일을 하다가 신문사 미술기자 생활을 거쳐 2004년도 LG에 입사했다.  다양한 Visual Communication 디자인 업무를 해왔는데 그 중 LG전용기 외관 디자인을 한 게 기억에 남는다 (가장 큰 사이즈의 작업물…). 
수백 개의 시안 작업을 하고, 똑같은 비행기 미니어처를 미국에서 사와 컬러링 작업을 하기도 했다는;;;. 패키지 디자인은 계속 휴대폰 패키지만 해왔는데, 2009년도 작업한 메이크업 폰, 비너스폰, 뉴초콜릿폰 패키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에코 패키지가 왜 중요한가?


서영석 주임 사진일단 유럽 등 선진국은 환경에 대한 규제도 엄격하고, 최근에는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구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유럽의 많은 고객은 제품 구매 후 패키지를 매장에 두고 갈 정도로 민감하고 가능한 환경에 기여하는 착한 소비를 원한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아직 에코 커뮤니케이션이 좀 약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품 구매 시 첫인상이 바로 포장이기 때문에 포장을 통한 친환경 이미지 구축이 브랜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에코 패키지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일반적으로 무접착, 친환경 소재, 단일 재질(코팅 등을 하지 않는 것) 등의 여부를 두고 친환경 패키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이즈를 줄이는 것이나 재활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에코 패키지의 큰 요건이다. 이는 물류 과정에서의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가능하도록 한다. 보통 ‘친환경 포장’이라면 재활용 종이를 사용하니까 저렴할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에코 패키지를 개발하다보면 재료비가 높고 공정이 어려워 오히려 비용이 더 높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하는 기업의 노력인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에 대한 이슈를 내놓아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로 인해 우리가 인식하는 친환경적 기업이 실질적으로는 친환경성에서는 낮은 경우가 있다. 소비자들의 인식 속의 친환경 기업과 실질적인 친환경 기업에는 어떤 인식이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갭을 줄이기 위해 자사의 친환경을 위한 노력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진행한 것이 Green Communication Identity 프로젝트였고, 그 결과물 중에 하나가 에코 패키지였다. 

에코 패키지 사진

 레드닷 어워드에서 Best of Best를 수상한 소감은?

eco큰 기대 없이 출품했는데, ‘Best of the Best’까지 수상해서 놀랐다. 다시 한번 친환경이 ‘대세’구나 라고 느꼈다. 

이 프로젝트는 4명이 함께 작업했는데, 기획단계, 리서치, Global 검증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려 디자인하는 데만도 5개월이 걸렸다. (처음엔 Eco Communication을 위한 네이밍 작업까지 진행했으나 상표권으로 인해 ‘그냥 Eco’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ㅜㅜ) 또 제품 방향이나 비용을 고려하다 보니 제품에 적용하는 데도 수많은 벽에 부딪혀야 했고, 조립의 번거로움, 무접착 등 제작에서도 쉽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수상도 하고, 내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기분이 좋다. 

 패키지 디자이너로서 보람 

예전에는 패키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는데 요즘 블로그에 올려진 제품 개봉기를 보면 패키지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다양하더라. 소비자들이 패키지를 오픈하면서 느끼는 설레임에 대한 내용을 보면 패키지 디자이너로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회자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의욕도 생긴다. 유투브에서 ‘unboxing’ 키워드로 검색하면 내부 구조까지 자세히 볼 수 있는 영상들이 꽤 많다. 사실 디자이너는 시장조사를 많이 해야 하는데, 패키징을 알기 위해 모두 살 수는 없으니, 이렇게 관심을 두고 올려주는 네티즌이 진심으로 고맙다. ㅜㅜ

에코 패키지 사진

 디자인의 영감이나 모티브는 어디서?

수많은 패키지 보기?  길 가다가 쓰레기통 앞에 놓인 경쟁사 제품 박스를 한참 서서 보거나 심지어 가져온 적도 있다. 직업병이다. ^^;; 일부러 이마트 같은 데 가기도 한다. 다양한 생필품 패키지를 보면서 차용할 것들이나 아이디어들을 생각할 수 있다. 가로수 길이나 홍대앞과 같은 자유롭고 트렌디한 동네 탐방 역시 훌륭한 inspiration이 된다. 

 좋은 디자인이란?

푸마의 ‘영리한 주머니(clever little bag)’라는 신발 패키징이 있다. 매년 수백 톤에 달하는 신발상자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폐기물 뿐 아니라 종이도, 자원도, 비용도) 기획된 것인데, 만드는 데 21개월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 주머니는 PET 플라스틱 주머니와 카드보드지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존 신발상자와 비교할 때 65%에 달하는 종이가 절약되었다고 들었다. 광고 효과는 물론이고, 손잡이가 상자 사이로 나와 있어 굳이 비닐 쇼핑백에 다시 담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푸마 자료로는) 매년 생산 단계에서 8,500만 톤의 종이, 2천만 메가 줄에 달하는 전기, 1백만 리터의 석유, 1백만 리터의 물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쇼핑백 대체 효과로 275만 톤의 플라스틱이 절약된다고. 패키지에 이런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고민한 것만으로도 감동적이고, 이런 것이야말로 정말 좋고 영리한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에코 패키지 사진

 10년 후 내 모습은?

10년 후에도 열심히 디자인을 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Identity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10년 후라면 어느 정도 identity를 찾지 않았을까? 왠지 멋진 수염을 기르고 있을 꺼 같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분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많은 디자이너들이 밤을 지새우며 일하는 것은 자신의 눈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무엇이든 많이 보고 경험하여 자신의 눈을, 감각을 높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서영석 주임 사진

 더 블로그(https://social.lge.co.kr)에 한마디!

고객과 소통하는 장으로서 더 블로그가 잘 자리잡고 있는 거 같다. LG디자인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주변에 있으면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블로그를 통해 접할 수 있어 즐겁다. 앞으로 더욱 생생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부탁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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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연 차장 사진

정희연 차장(미도리)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미도리라는 닉네임으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