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면 저는 늘 롤라이(Rollei)를 들고 집을 나서는데요. 경쾌한 셔터 소리에 맞춰 풍경을 담다 보면 언제나 골목 담벼락에 써진 아이들의 낙서를 발견하곤 합니다. ‘영대유비’. 서투른 글씨로 써놓은 낙서 속에 자리잡고 있는 . ‘하트’라고도 불리는 는 세상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사랑을 의미하는 시각적 메타포(Metaphor) 입니다. 이러한 기호 말고도 요즘 자주 보이는 카네이션이나 장미처럼 꽃이 사랑과 감사를 의미하는 메타포가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메타포들은 일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는데요. 가령 영화 <일 포스티노>에 나오는 가난한 우편배달부 ‘마리오’가 시인 네루다에게 배운 메타포를 통해 사랑을 얻는 것처럼요. 우리 역시 경쾌한 휴대폰 메시지 도착 알림 소리와 함께 화면에 보이는 편지봉투만으로도 괜히 설렐 때가 있잖아요. 오늘은 이렇게 휴대폰 곳곳에 숨겨져 있는 메타포와 그것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익숙함을 재발견하다
휴대폰의 아이콘에서 활용되는 메타포는 작은 화면 안에 담기기 때문에 대상의 특징 위주로 간결하게 표현하고, 쉽고 빠른 의미 전달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가져온 사물을 활용합니다. 개인적으론 일상을 단순하게 표현하는 현대 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의 인물화가 떠오르곤 합니다.
(관련 링크: 줄리안오피 공식 홈페이지 – Christine swimming)

그리고 문학의 메타포는 다음과 같이
* 아름다운 상아 = 마늘
* 손에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목적지에 닿아 있는 설렘 = 기차표
무심코 지나쳤던 사물들을 낯설게 만들어 공감을 이끌어내는 반면, 휴대폰 아이콘은 익숙함 속에서 느끼는 공감이 중요합니다. 보통 두 개의 대상 사이에 존재하는 유사성을 가지고 표현하죠.

S-class UI 아이콘
S-class UI에 적용되어있는 아이콘

등을 보이다: 거부의 메타포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던 선수가 등을 보이며 로프(rope) 쪽으로 이동하면 심판이 바로 경기를 중단시킨다.’ 권투경기의 규칙 중 하나인데요. 경기 도중 상대 선수에게 등을 보이는 행동은 거부나 중지의 메타포를 가집니다.

빅뱅과 2NE1이 광고 모델로 등장하는 롤리팝(Lollipop) 폰에 적용된 모션 무음모드에서도 동일한 메타포가 사용됩니다. 모션 무음모드는 전화를 받기 곤란할 때 벨이나 진동이 울리면 폰을 뒤집는 것만으로 자동 무음모드가 되는 기능인데요. 앞면을 뒤집어 뒷면을 보이게 하는 경우에만 모션 무음모드가 적용됩니다. 즉. 휴대폰의 등을 보이게 하는 경우에만 된다는 의미죠. 발신자 정보가 제공되면서 맘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전화에서도 등돌리기(?) 좋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

모션무음모드
롤리팝(Lollipop)폰에 적용된 모션무음모드

빅뱅 G드래곤의 받을까요? 말까요?

큐브를 돌리다: 공간확장의 메타포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정원(한석규)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 앞에 앉아 있던 정원의 얼굴에 화면이 겹쳐지면서 영정 사진으로 바뀌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에선 시간과 공간의 변화를 알려주기 위하여 다양한 장면 전환 효과를 활용하는데요. 휴대폰도 터치폰이 일반화되고 감성적인 요소가 중요시되면서 화면전환 효과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화면 전환효과에서도 메타포가 활용되는데요. 다양한 효과 중 큐브(Cube) 화면 전환효과는 육면체 회전을 메타포로 활용하여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효과입니다. 문구점에서 스티커나 엽서를 고르기 위해 회전식 판매대를 돌리는 것처럼 큐브는 공간 확장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위나 하위 메뉴로의 이동이 아닌 동일한 레벨에서의 화면 전환을 할 때 적용되죠.

S-class UI 화면
S-class UI의 홈스크린에 적용된 큐브 화면전환 효과

밀란 쿤데라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이렇게 얘기한 바 있습니다.
“사랑은 메타포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감사와 사랑의 이벤트가 많은 오월,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마음 속에 시적 기억으로 아로새겨질 수 있는 메타포 하나씩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또는 <일 포스티노>의 마리오처럼 사랑의 메타포를 담은 짧은 문자 메시지를 휴대폰으로 보내며 마음을 전하는 것도 낭만적일 것 같습니다.

Writer(guest)

황세일 선임
(날고싶은 황새)은 MC연구소에서 휴대폰을 편(便)하고 펀(Fun)하게 만드는 UI디자인 업무를 담당하며, 시나브로 감동을 주어 정(情)이 가는 UI를 만들고 싶어한다. 언젠가 겨드랑이가 간질간질하면 날 수 있다는 a형의 소심한 설렘을 간직하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