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훌륭한 마법사가 되기 위해 악에 세력에 맞서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마법을 연마하던 소년 해리포터를 기억하는가. 동그란 안경에 호기심이 가득한 선한 눈빛을 가진 성재석 슈퍼 디자이너의 첫 인상은 순수한 영혼을 가진 해리포터를 연상시켰다.
성재석 슈퍼 디자이너(직책은 전문 위원)가 <더 블로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신입 디자이너들과의 실기 평가를 끝 마치고 달려와 준 시간은 오후의 긴 햇살이 비켜 들어오는 5시. 디자인경영센터의 아이디어 룸에서 그와 마주 앉았을 때, 신문에서나 뵙던 사내 유명인사를 처음 마주 대하게 되니 살짝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는 ^^;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의 꿈을 담은 환상적이고 멋진 디자인을, 마치 해리포터의 마법처럼 뚝딱하고 만들어 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디자인 히어로즈 ② 성재석 수퍼 디자이너sung

지금 하시는 디자인 분야와 대표 제품을 소개해 주신다면?
입사 후 10년 넘게 에어컨 디자인을 하다가 4년 전부터 세탁기 디자인을 했어요. 현재는 개인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그 외에도 HAC(Home Appliance, Air conditioner)분야 디자인 품질 관리를 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제품은 북미형 트롬 세탁기(Universe)인데 세탁기 도어를 기존의 원형에서 사각형 도어로 변화를 준 디자인이죠. 북미시장과 한국 시장의 차이점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따로 쓰기 때문에 세탁물을 옮기는 게 중요해요. 그리고 야외 활동이 많아서 그런지 빨래 양도 많아 대용량을 선호하는지라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용량이 더 커 보일지, 세탁물을 넣고 빼기가 편리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품 이미지
북미형 트롬 세탁기와 건조기

그래서 이전 시장에는 없었던 사각(스퀘어) 도어를 과감히 제시해 보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세탁기인 ‘Universe’가 탄생하게 되었죠. 덕분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09에서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 Award)과 2009 red dot product design award, 한국 Good Design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현지화된 마인드를 가지고 지속적인 현지 소비자 반응조사, 라이프 스타일 연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디자인을 발굴하는 프로세스가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덕분에 북미 시장에서 단기간에 LG 브랜드로 성공적인 론칭과 포지셔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특별히 애착이 가는 디자인을 꼽으라면?

제품 이미지
2000년 휘센 슬림형 에어컨

2000년, 밀레니엄을 맞아 ‘휘센’이라는 에어컨 브랜드를 처음 론칭하면서 슬림형 에어컨을 디자인했는데 그때 했던 작업들이 가장 기억이 많이 남아요.  물론 그 제품이 대박을 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자이너로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LG전자 2기 슈퍼 디자이너라고 하시던데요…
LG전자의 슈퍼 디자이너는 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상품 컨셉트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디자인리더로서 후배들을 이끌어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기도 합니다. 슈퍼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로서 최고라는 명예뿐 아니라 임원 수준의 보상과 처우를 받게 되구요. 2006년 차강희 위원님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5명이 슈퍼 디자이너로 선정되어요. 슈퍼 디자이너는 육성 풀(Pool)에 포함되어 내부 심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는데 저는 작년 5월에 슈퍼 디자이너로 임명되었어요~^^

 

슈퍼 디자이너가 되고 나서 주변의 반응이나 달라게 있나요?
자기 디자인 프로젝트만 챙기지 않고 LG전자 디자인의 아이덴티티 전반을 챙기고 좀 더 폭넓은 관점으로 봐야 하니까 책임감도 크지요. 사실 디자인 경영센터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고 디자인 카운셀링 역할, 후배 멘토링까지 하려면 부담이 많이 되기도 합니다.

금전적 혜택보다 동료나 후배들과 일을 통해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아요. 서로 깊이 있게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다른 점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보람이 있거든요~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낀 건 제가 슈퍼 디자이너가 된 후 언론에 많이 알려지면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어깨가 으쓱해졌다는 거죠. 원래 큰 아빠가 의사여서 아이의 꿈이 의사였다가 이제는 디자이너로 바뀌었거든요~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철저히 쉬려고 하구 있어요^^

 

디자인이 잘 안 풀릴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저는 생각하는 것보다는 주로 경험하는 편이에요. 아이디어가 안 떠오를 때는 프라 모델이나 미니어처로 이것저것 만들어 보면서 조립을 하거나 제품 구상도 하고 그래요.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매트릭스 같은 영화를 주로 봐요. <트랜스포머>나 <해리포터>처럼 봤던 영화라도 보고 또 봐요. 회사에서 제 별명이 ‘살진 해리포터’기도 하구요 ^^;

 

만화를 보면 백열구 전등이 갑자기 확 켜지는 것처럼 그런 순간이 가끔 있어요.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르면 계속 생각을 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꿈인지 생시인지도 모르게 아이디어가 번쩍 하고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때 잊어버리면 안되니까 자다가도 일어나서 새벽 세 시, 네 시라도 대충 스케치하고 다시자고 그런 적도 많아요. 사실 스트레스죠^^; 그런데 고민을 많이 안 하면 그런 생각들이 잘 떠오르는 않는 것 같아요.

 

직접 매장에 나가보기도 하시는지…
조사 기획 단계에서 직접 고객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제품이 출시되고 나면 슬쩍 매장에 나가서 고객들이 매장에 와서 나누는 대화를 뒤에서 듣고 있기도 해요. 생활 가전은 주로 모녀나 부부 고객이 많이 구입하러 오는데 오가는 얘기들을 듣다 보면 “이건 디자인이 좋은데 이 점은 좀 불편할 것 같아.”, “나는 불편해도 이쁜게 나아” 뭐 이런 얘기들을 다 듣고 있어요. ^^ 그러다가 제가 디자인한 제품을 지목하곤 “나 이걸로 할래” 하고 선택을 할 때, 그 순간이 제일 기분 좋죠~ ㅋ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배울 점이나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요즘엔 후배들에게 오히려 더 많이 배워요. 항상 새로운 트렌드를 직접 경험하지는 못하니까 그 연령대의 사고 방식이나 라이프스타일, 중요시하는 부분 등을 듣고 많이 참고해요.
후배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프로 의식을 가져라.’는 것이죠. 요즘 젊은 세대들은 개인적이라서 그런지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 있어서 아쉽기도 하죠.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제가 디자인한 제품이 나오면 하나씩 사요. 사람들은 “하나씩 주겠지” 하고 생각할 것 같은데 저는 그냥 사요~ 제가 디자인한 제품으로 꾸민 집에 살죠. ^^ 그렇게 계속 써보고 사용해보면서 개선점을 발견하는 거죠.

매출에 기여까지, 총체적 경험을 실천하시네요~ 돈 많이 드시겠어요? ㅋ  

에어컨 디자인을 하다가 세탁기 팀으로 가게 되면서 예전에는 잘 하지 않던 빨래를 하게 됐어요. 직접 세탁기를 써봐야 아니까요 ^^ 식기 세척기 디자인하려면 설거지도 해봐야 하고, 청소기 디자인을 하려면 청소도 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ㅋㅋ  실제로 그렇게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게 디자인 하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되죠.

 

자신의 인생에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디자인은 ‘필연’이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좋아했었어요. 형과 동생의 미술 숙제는 제가 다 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제가 받은 상이라곤 거의 다 미술 대회에서 받은 상뿐이었죠~(^^) 저희 아버지께서 인쇄업을 하셔서 색이나 그래픽 요소를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 끼를 살려서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제품 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은퇴하면 순수미술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더 블로그>에 가 보셨어요?
오픈 소식을 접하고 들어가봤지요 ^^. 아직 콘텐츠가 더 축적되어야겠지만 누구나 참여하는 열린 공간이라는 느낌은 다소 부족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앞으로 더욱 풍부하고 유익한 정보들과 함께 대화의 공간으로 건강하게 발전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Writer

정희연 차장(미도리)
은 홍보팀에서 온라인 PR과 글로벌 사이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끊임없이 자극하며 배움을 넓혀가고 있다. 온라인PR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기업블로그, PR 2.0, Media 2.0에 대한 스터디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