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세탁기, 냉장고 등으로 여러분들에게 익숙한 가전명가인 LG전자가 자동차 얘기를 하다니 조금 생소한 분도 있을 텐데요. LG전자는 지난 2001년부터 자동차 부품사업에 진출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GM 프리미엄 브랜드인 ‘2021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GV80/G80’ 모두 LG전자의 기술이 반영되어 있죠.

2021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탑재된 LG전자 P-OLED 디스플레이

LG전자 전장부품솔루션(Vehicle component Solutions) 사업본부에서는 어떤 업무를 하는지 VS디자인연구소 디자이너들을 만났습니다.

LG전자 VS디자인연구소 OEM UX Task (왼쪽부터) 박지영 책임, 유아연 선임, 고승연 선임, 오지원 책임, 정혜인 선임, 안종윤 책임

 

인포테인먼트 디자인의 꽃, 자동차 UX/UI 디자이너

LG전자 전장부품솔루션(Vehicle Components Solution) 사업본부는 완성차 업체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 및 전기자동차용 구동 부품,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등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LG전자 이름으로 나오는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 부품을 고객사인 완성차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주문자위탁생산)에 제공하는 거죠.

제네시스 G80에 탑재된 현대 6세대 고급형 플랫폼

VS UX/UI 디자이너들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개발에 큰 역할을 하는데요. 대표적인 예로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 GV80/G80’에 탑재된 6세대 고급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2021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플라스틱 올레드(P-OLED) 기반 ‘디지털 콕핏(Digital Cockpit)’ 시스템 등이 있습니다.

양산 기간이 주로 1년 단위로 진행되는 가전과 다르게 자동차는 3~4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VS 디자이너의 업무는 기획부터 양산까지의 라이프사이클이 그 어떤 제품보다도 길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부분에 관여해, 궁극의 복잡도를 지니면서도 세심하게 관리를 해나가야 하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미래 IT 기술의 종합선물세트인 자동차 UX 디자인

모빌리티는 이제 과거의 전통 제조업 사이클에 머물러 있는 산업이 아닌 미래 IT 기술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분야입니다. 괜히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세계가전전시회)가 라스베가스 모터쇼라고 불리는 게 아니죠. 가장 새롭고 미래적인 분야의 UX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건 어떻게 보면 특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취미가 일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트렌드를 파악하고 모터쇼 참관을 통해 직접 다양한 자동차를 보는 등 관심 있는 분야에서 일을 하는 게 쉬운 경험은 아니니까요.

제네시스 G80에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자동차 UX는 정해진 형태와 한계가 없습니다. 당장 현재만 떠올려도 전통적 운전자를 위한 계기판(Cluster), 그리고 모바일의 성격을 짙은 AVN(Audio, Video, Navigation) 영역, 엔터테인먼트 디바이스 성격이 강한 RSE(Rear Seat Entertainment) 영역 등으로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미래에는 이러한 부분이 어떻게 발전해나갈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분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네시스 인포테인먼트 UX 디자인

 

안전과 편의성은 기본,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까지 고려하다

자동차는 가장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을 반영하는 분야 중에 하나지만,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무엇보다 안전과 편의성이 중요합니다. 심미적인 측면과 인체공학적 측면에서 최소 폰트 사이즈 기준을 준수하고, 낮/밤 밝기에 따른 시인성을 테스트해 최적화된 GUI를 제작하고자 합니다. 또한 최신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세대지만 의외로 많은 사용자들이 자동차 경험에서는 기존의 익숙한 경험에 의지하는 등 보수적인 면이 있다 보니 트렌드와 전통의 밸런스를 적절히 분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2021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에 탑재된 인포테인먼트

마지막으로, 차량 외관 디자인만큼 인테리어와 HMI(Human Machine Interface/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추세로 각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캐릭터를 특색 있게 담아내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입니다.

 

고객을 위해 밤낮없이 소통하다

LG전자 VS디자인연구소 인터렉션팀 (왼쪽부터) 김태준 선임, 이고은 선임, 백종민 선임

VS 업무는 OEM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고객사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특히 해외 고객사와 소통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는데요. 북미지역의 GM사와는 정기적으로 컨퍼런스 콜을 진행하는데 시차가 있어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까지 회의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종종 업무 출장 건으로 GM 디트로이트 본사를 방문하기도 하는데, 북미 출장자들이 현지 낮 시간에 고객사와 하루 종일 미팅과 업무를 진행하면 이를 한국 담당자가 2 track으로 업무를 진행하면서 24시간 밤낮없이 양산 대응을 했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LG전자 VS디자인연구소 인터렉션팀 (왼쪽부터) 윤소희 선임, 박준식 책임, 박성준 선임

자동차는 아무래도 탑승객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보니 고객사의 분위기도 매우 보수적입니다. 고객사의 끊임없는 수정 요청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데요. 프로젝트 시작 처음 1년간은 전체 기능에 대한 1차 가이드 작업을 진행하고, 이후 2년여 동안 디자인 개선, 사양 변경, 신규 기능 추가 등의 요청으로 작업이 끊임없이 진행됩니다.

일반적인 프로젝트는 초반에 바쁘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화되면서 업무량이 줄어드는데 비해 자동차 UX 디자인 업무는 후반으로 갈수록 업무량이 늘어나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동차는 출시 이후에도 정기 업데이트를 수년간 진행하는 경우도 다반사라 2013년 출시 모델을 아직까지 팔로업 할 정도에요.

 

앞으로 자동차 UX 디자인의 진화 방향은?

현재 자동차 산업은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던 내연기관 기반의 이동수단이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동력 기반의 이동 공간으로 혁신적 진화가 이루어지는 과도기입니다. 직접 운전을 해야 하던 이동 수단이 탑승자 모두가 자유로울 수 있는 이동공간으로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고민되는 것들이 ‘운전을 하지 않는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굳이 탑승자의 시선이 전방을 향해 있어야 하나?’ 같은 것인데 이것이 바로 자동차 UX 분야입니다.

자동차 내부 공간에 대한 의미가 재정의되면서 앞으로 운전자의 개념도 희미해져 갈 텐데요.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 복합 공간으로 변모하거나 혹은 철저히 개인화된 대중교통이 될 수 있습니다.

큰 변화 중 하나만 떠올리자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모바일 경험이 차량의 그것에 그대로 이식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가장 개인적인 디바이스인 스마트폰의 경험이 TV, 컴퓨터로 그대로 이어지는 데에도 이미 거침은 없습니다. 그게 모빌리티라고 크게 다를 것이라 생각되진 않습니다.

이미 카플레이(CarPlay),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 등이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런 과도기를 거쳐 가까운 미래에 훨씬 더 완성도 높은 형태로 차량에 적용되리라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 영역을 탐구하고 선도할 수 있는 혁신요소를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이고요. 앞으로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