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초라한 차림을 한 80대 할머니가 찾아오셨습니다.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느끼셨는지 할머니는 아무도 없는 구석 자리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한참 뒤 식당에서 밥을 다 먹고 나오는데 모든 사람이 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 할머니가 구석진 자리에서 잔뜩 움츠린 채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무슨 이야기를 듣는 듯 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 보시던 할머니와 저는 눈이 마주쳤고 저도 모르게 얼른 고개를 돌려 버렸습니다. 그런데 “총각, 여기 밥값 좀 대신 내주면 안될까?” 사방을 살폈지만 저 외에 남자는 없었습니다. 이 상황을 눈치 챈 저는 주인집 아주머니의 어깨를 두드리며 “여기 밥값 얼마에요? 제가 대신 낼게요.”   주인집 아주머니는 “멀라꼬 이런 데 돈을 쓰는 교. 내가 알아서 하면 되는데..뭐 그래요 그럼.”  모두들 무심히 할머니 앞을 지나치기에 나라도 도와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해 그냥 지나갈 뻔 했다는 마음에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이내 할머니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시고 자리를 뜨시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점심 무렵에 할머니께서 다시 찾아오셨습니다. 그 날도 점심을 먹으러 식당을 찾은 저를 용케 알아보시고 “저기 총각 이거 받아요.”하며 꼬깃꼬깃 접은 오 천원 한 장을 내미셨습니다. 일주일 동안 온 동네를 돌아다니시며 폐휴지를 주워서 모으신 돈이라고 하셨습니다. 적은 돈이지만 점심값 5000원을 주기 위해 1시간을 걸어서 식당까지 오신 할머니 생각에 가슴 한 켠이 찡해왔습니다.

맛있는 거 사 드시라고 다시 돌려드렸지만 한사코 거절하셨고 점심이라도 드시고 가시라고 붙잡아도 총각한테 폐만 된다며 이내 자리를 뜨셨습니다.  그날의 일은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월급을 몇 백 만원씩 받는 직장인에게는 한 끼 점심값 정도겠지만 제게는 할머니의 수고로 만들어 낸 고귀한 것이기에 세상 무엇보다 귀하고 소중합니다. 할머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