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아이와 할머니가 껴안고 있는 사진

이른 새벽녘..
가래 끓는 소리가 크게 들려옵니다. 팔순의 시할머니 방에서 나는 소리지요. 도대체 기침은 멈출 기미가 없습니다.
내가 기침을 하는것도 아닌데 가슴이 답답해 오고, 들숨 날숨을 길게 쉬어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할머니는 노환에 얼마전 빗길에 미끄러지셔서 골반뼈가 갈라지는 바람에 몇달째 방에서 자리보존을 하고 계십니다. 이제 화장실 가는 방 문턱 하나 제대로 넘지 못하시는 할머니.,. 빈 껍데기만 남은 그 모습이 마치 어미문어 같단 생각이 듭니다.

초췌하고 야윈 그 몸속에는 천근의 삶의 무게가 있고, 그 무게 안에 부모님과 남편, 그리고 내 아이가 녹아 있는 듯 합니다.

처음 결혼을 하고 시할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했을때,,,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나에게 그런건 문제도 되지 않았습니다.
친정에서도 할머니를 모시고 살았던터라 우리 할머니처럼 그렇게 대하면 된다고 자부했기도 했구요.

그러나 지내는 시간들은 그리 녹녹치 않았습니다.
삼십년을 다른 환경속에서 자라온 제가 남편 하나 믿고 지내는 시댁살이이는 환상을 깨어버리는 현실의 연속이었고, 삼시세끼 할머니의 끼니가 되면 왠지 모를 걱정에 짜증까지.. 지금생각하면 마음 없이 그냥 몸으로 지낸 시간이었던듯 합니다.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고서야 물처럼 흘러내리는 내리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랑이 할머니에게서 제게로도 흐른다는걸 알았습니다.

우리 아이가 태어나 처음 배운 말은 “엄마”, 두번째가 “아빠” 그리고 세번째는 “상할머니”랍니다.

허리 아픈 할머니가 넘어 질세라 할머니 손을 붙잡고 있는 아이, 아침에 일어나면 쪼르르 할머니 방에 달려가 멋진 “뽀뽀”선물을 해주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도 행복하고 따뜻해 지는건.. 할머니가 아이에게 주신 사랑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구부정한 허리로 경로당에서 돌아오시면 아이 입에 넣어주시는 작은 사탕이나 빵들.. 본인이 드실걸 아껴서 아이에게 주려고 그 긴 걸음을 한달음에 달려오신 할머니,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면서 마냥 행복해 하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이 잔잔히 젖어오는건… 아이가 할머니께 주는 작은 사랑의 빛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할머니 품에 안겨 사랑해 하면 뽀뽀하는 무혁이의 말 한마디에 쪼글쪼글 할머니 얼굴엔 웃음이 번집니다.

행복을 가까운곳에서 찾으려 합니다.내 일상의 작은 것들에서 행복을 찾고 행복해 할때 비로서 내 인생이 진청 행복으로 충만해 진다고 생각합니다.

할머니와 아이가 주는 이런 일상의 아름다움이 내 인생을 행복하게 합니다.그리고 그 순간이 내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입니다.

할머니와의 아름다운 일상의 행복함이 오래도록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