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사업실패에 결혼 15년차가 되도록 결혼식도 못올리고 혼인신고만 한채 두딸을 낳고 살아오던중 우연히 얼마전에 제가 살고있는 곳에서 가정중 결혼식을 못올리고 사는 부부들을 위해
합동 결혼식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청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그이야기를 남편과 시부모님에게 건네게 되었고 결혼식이 있기 며칠전에
남편 몰래 잠시 집에 들리라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시댁에 가서 어머니를 뵈었죠
저의 인사도 받은신채 만채
어머니 께서는 장롱으로 가시더니 의자를 놓고 그위에서 조그마한 신발상자를 꺼내어
저에게 건네주시더군요 이게 뭐지 하며 받아든 신발상자를 열어보니 누렇게 변한 여러개의 봉투가
가지런히 놓여있더군요
” 어머니 이게 뭐에요 무슨 편지봉투 같기도 한데 혹시 연예편지 세요 ”
” 애미야 니가 말여 우리집에 들어와서 내생일때마다 나에게 줬던 선물아녀 ”
어머니의 그말에 다시 찬찬히 신발상자속 봉투를 꺼내 뒤적여 보니
해마다 어머니 생신때와 아버님 생신때 마다 조금씩 드렸었던 용돈과 편지 이더군요
” 아니 어머니 이걸 여태껏 안쓰시고 계셨던 거세요 저희들이 어머님 아버님 쓰시라고 드린건데요”
” 우리 같은 늙은이 들이 고까짓것을 뭐허러 쓴다냐 쓸줄도 모르지만 니그들 고생해서 준것인디
워찌 쓴다냐 니그들이 처음 줬을때 부터 모아 둔거니께 니들이 알아서혀 ..
내일 모레가 결혼식인디 애비 양복하고 애미 한복은 입어야 될꺼아녀
그란디 고놈 가지고 워째 가다마나 하나 살수 있을랑가 모르겄지만 니가 한번 애좀 써야지 워쩌것어 ‘
없는집에 들어와 이제껏 고생만 해왔는디 옷이라도 곱게 차려입고 식올려야제 더못해준게 미안하다 애미야..
10년이란 시간동안 며느리된 도리한번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죄스러움이 언제나 가슴속에 있었는데
오히려 어머님 께서는 그런 부족한 며느리를 위해서 10년동안 모아 두셨던 소중한 마음을 저에게
주셨다는게 한편으로는 너무나 고맙고 또한편으로는 가슴이 찢어지듯 아퍼오더군요
” 어머님 너무나 고맙습니다 정말 잘쓰겠습니다 ”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와서 신발상자를 들고 남편에게 보여주며 있었던 이야기를 하자
남편이 저의 손을 꼭잡으며
” 채원엄마 그냥 그거 어머니 돌려드리고 동네 세탁소에서 빌려입고 결혼식 치르면 안될까
어머니 께서 여지껏 모아두신 걸 우리 좋자고 써버릴수 없겠네 다시 갖다 드리고 옵시다 ”
저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기에 남편과 함께 다시 어머니 집으로 가서
어머니께 드리자 크게 역정을 내시며 그러시더군요
” 안되겠구만 니들이 그거 못쓰면 나라도 쓸랑께 앞장서라 ”
한번 하신다면 하시는 어머니의 고집을 알고 있던 터라 남편과 저는
신발상자를 들고 어머니와 함께 버스를 타고 시내에 있는 백화점으로 가게 되었고
도착하신 어머니는 버스에서 내리시자 마자 바쁜 걸음으로 정문쪽으로 가시면서 남편에게 그러시더군요
” 양복이랑 한복 파는데로 싸게 싸게 앞장서라 후딱 사불고 갈라니까 ”
주말이었던 탓인지 북새통이었던 사람들의 뒤를 따라 어머니의 손을 잡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서
제일처음 남편의 양복을 사러 남성정장 매장으로 가신 어머니는 두말할것 없이 보기에도 근사한 양복하나를
고르셨고 남편이 피팅룸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동안
어머니 덕에 오랫만에 양복을 사입게된 남편은 입이 귀에 걸릴만큼 커다란 미소를 지었고 그런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또한 너무나 행복해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다시 제가 입을 한복을 사러가기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는데 어머니께서 저의 손을 꽉잡아
주시더군요 어머니의 그손길속에서 왠지모를 따스함과 사랑이 느껴졌습니다
그동안 볼수 없었고 느낄수 없었던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느낄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남편과 저의 예복을 사고 신발상자를 보니 돈은 얼마남지않아 있지않았고
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
” 니들것은 이제 다샀으니께 인자 요거 키워서 우리 손녀들꺼 사줄랑께 니그들은 원래 주던데로 선물줘야한다”
” 네 어머니 이제저희들 더 열심히 일해서요 어머니 맛난것도 많이 사드리고 선물도 많이 많이 드릴께요”
그리고 얼마후 저희 부부는 어머니께서 사주신 예복을 입고 구청에서 마련해준 합동결혼식에서
다른부부들과 함께 15년만에 결혼식을 치를수가 있었습니다
결혼식이 끝난후 가족들과 함께 근사한 웨딩카 대신 시내 버스를 타고 월미도로가서
밤바다를 보며 유람선을 타고 맛있는 회한접시 오붓하게 먹는것으로 신혼여행은 끝이 났지만 지금까지의
삶속에서 그때보다 행복하고 가슴벅찬 감동의 시간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15년동안 모아두었던 어머니의 그 깊은 마음과 사랑에 가슴이 뻥뚤릴 정도로 행복이 벅찼던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