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약속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가고 있었습니다.
토요일 오후라서 지하철은 꽤 복잡했고, 몇정거장 지나서 자리에 앉을수 있었어요.

전날 늦게 잠을 자기도 했고, 지하철 안의 따뜻한 공기가 나른하게 느껴져 잠시 꾸벅 졸었나 봅니다.

잠결인지~ 꿈결인지~

띠리리~ 벨소리가 울려서 핸드폰을 받았습니다.
“자기야~”
남자친구의 전화길래 반갑게 받았죠.
“응, 지하철이야”
“조금만 기다려”
“사랑해”

순간 진동의 느낌이 몸에 전해졌고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어요.

분명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는데,손에 놓인 핸드폰에서는 진동이 울리면서 전화가 오고 있었고, 지하철 안의 모든 사람들이 저를 보고 쿡쿡 웃고 있었습니다.

제 옆에 앉은 남자분은 애인이랑 전화를 하는지 제 눈치를 보면서 전화를 하고 있네요.

아~~~ 상황인즉…

제가 잠깐 잠든 사이 제 옆자리 남자분이 여자친구에게서 전화를 받았나 봅니다.
벨소리가 나랑 똑같은거여서 전 잠결에 제 핸드폰인지 알고 핸드폰을 손에 쥔채 전화를 받았다고 생각한거였어요.

옆자리 남자분이 전화를 받으면서 “자기야!’ 라고 하자.
저는 제 남친의 목소리인지 알고 “자기야!” 라고 했고,

남자분이 “자기는 어디야?” 라고 하자,
저는 제 남친의 목소리인지 알고 “응,지하철이야” “조금만 기다려” 라고 했나 봐요.

남자분이 “나 사랑하지?” 라고 하자,
저는 제 남친인지 알고 “사랑해”라고 했습니다.

옆에서 말하는 그 분의 목소리가 전화상으로 들리는 남자친구의 목소리인줄 알고 졸면서 또박~또박~ 응답을 해버린거있죠?

지하철 안 사람들이 모두 저를 보고 웃고, 옆자리 남자분도 어이없어 하면서 저를 흘낏흘낏 보면서 애인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갔을텐데..
아무 역이라도 정차만 했으면 바로 나가버렸을텐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입가에 흘린 침을 닦고,, 애꿎은 핸드폰만 죽어라 노려보며 한정거장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마자.. 도착지를 몇정거장이나 남겨놓고 얼릉 내려버렸어요.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쥐구멍이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