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작년 7월말,
서울에서 살다가 부천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열쇠를 사용하던 오피스텔과는 달리 새로 이사온 오피스텔은 디지털도어록이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닫힐 때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경쾌한 음악이 나와서 잠시나마 좋아했었더랬죠..
다음날 일어날 무시무시한 사건도 예상못한채…

토요일 이사를 해서 어느정도 정리를 하고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드랬죠.
다음날, 해는 이미 중천으로 떠서 한 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때쯤 잠에서 깨어
일어나자 마자 여느 휴일과 다름없이 컴퓨터를 켜서 신나는 음악으로 아침을 시작했죠.
시원한 커피를 한잔 마시고 난 후 컴퓨터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어제 정리하지 못한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죠.. 속옷 차림으로..
여기서 잠깐.. 대부분의 남자들은 여름날 집에서 속옷바람으로 있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닙니다. ㅡ,.ㅡ
짐들을 다 정리하고 쓸고 닦고 난 후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문득 현관문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문득 디지털도어록의 비밀번호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친절하게도 디지털도어록에 스티커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방법이 있더군요.
그리고 스티커에는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있었습니다.
“문이 닫히고 열릴 때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음악이 나오면
빠른 시일내 새배터리로 교체하세요”
경고문을 확인한 후 아무 생각없이 바로 비밀번호를 바꿨답니다.
그리고 난 후 제대로 비밀번호가 바뀌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속옷차림으로 현관문을 나와서 문을 닫았드랬죠.
5초면 될거라 생각으로 일말의 의심도 없이…
그런데 왠걸.. 새로 바꾼 비밀번호를 입력하는데
안쪽 버튼이 돌아가다가 중간 정도에서 멈추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내가 번호를 잘못눌렀다고 내 자신에게 주문을 위우며
새로운 번호, 옛날 번호를 수십번을 눌러보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온몸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며 나의 모든 감각은
주위의 인기척 소리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간간히 들리는 엘리베이터 문열리는 소리나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비상구 계단쪽에 숨게 되더군요.. ㅠㅠ
그러면서 수십번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면서 문을 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안쪽 버튼은 힘없이 소리만 날뿐 돌아가지 않았다는..
마치 영화속 주인공이 되어 적진에 침투하려 애쓰는 첩보원같았다는…
인기척이 들리면 비상구 계단에 몸을 은폐했다가 들리지 않으면 다시 시도하고
그런식으로 10여분이 지난 듯 했습니다.

문이라도 부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속옷차림인 나로서는 할 수 유일한 것이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수십번 시도를 했더니 버튼에 손만가져다 놓기만 해도 문이 “삑삑”경고음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나까지도 비밀번호가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임무(?)를 수행중이었는데 누군가 나를 보고있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차마 고개를 돌릴 자신이 없어 눈알만 왼쪽으로 굴렸는데 누군가가 나를 보고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 짧은 순간에 오만가지를 생각하며 결심한 끝에 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마음을 먹고
힘겹게 고개를 돌리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 저기요~”하는 순간 나를 지켜보던 사람은 집으로 들어가고 문은 굳게 닫혔습니다.
참 상황이.. 상황이 그런 상황이 없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10분이 지났을까요?!
느닷없이 신고받았다며 경찰이 왔더군요.ㅠㅠ
자초지종을 얘기해서 오해는 풀렸습니다.
하지만 웃긴 사실은 그렇게 얘기를 한 후에 비밀번호를 입력했는데
거짓말처럼 문이 열렸습니다. 참 환장했더랬죠. ㅡㅡ;
순간적인 배터리로 인해 문이 열린듯 했습니다.
그 이후로 그 처자는 가끔씩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마주치면 변태 아저씨라고 합니다. ㅡ.,ㅡ
그리고 길을 지나다 우연히 나오는 “따르릉 따르릉” 소리만 들어도
순간 식은땀이 나며 경기를 할 지경입니다.
그 노래는 제게 동요가 아니라 죽을때까지 잊을 수 없는 경기의 노래가 되었습니다.ㅠㅠ
그리고 한가지 얻은 교훈은 속옷은 흰색은 피하자 입니다.
남성 여러분 왠만하면 컬러풀한 속옷 입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