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있어 저희 친정어머니는 아주 다정한 친구이십니다..
그것도 고부 지간에는 좀처럼 찾기힘든 술친구랍니다…
지금부터 저희 시어머니과 저와의 술친구가 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우선, 저희 시어머니 자랑을 하려합니다.

사실, 22살 대학졸업도 하기전 그저 그이가 좋아서 친정식구들의 만류에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감행했었고 보통의 대학생들이 그러하듯 놀기좋아하고 철없기만 했던 저 였기에 살림에 살 자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였읍니다.. 그런 저에게 살며시 안식처로 다가와 주신 분이 바로 저희 시어머님이셨읍니다.
시아버님이 상당히 엄격하시고 무서운 경상도 분이셨기에 더군다나 군직을 가지고 계신분이셨답니다. 그러니 어렵기만 한 시댁에서 저에게 어머님은 한줄기 등불이셨죠…

시어머님과 함께 때미는 목욕을 함께한 고부지간도 그리 많지는 않을 텐데..저희어머님과 저는 함께 목욕가기를 너무도 좋아한답니다.실수투성이인 저인데도 말이죠.. 바짝 얼어 고드름만 같았던 제 시집살이는 시어머님 덕분으로 꽃피는 춘삼월로 사태는 역전이 되었답니다. 사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답니다. 어느날 시집온지 한달쯤 되었을까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하지 않는데도 괜시리 어렵게만 느껴졋던 시집살이 덕분인지 연말을 앞두고 가족끼리 망년회 소주파티를 하게 되었읍니다.

사단은 그때 난거였죠…술을 잘 못하는 저로써는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술상앞에서 소주 세잔에 그냥 막말로 맛이 가버렸다는 것 아닙니까…ㅎㅎㅎㅎ
거기서 그냥 끝냈으면 좋았을 것을
“아버님. 어머님 저 힘들어 죽겠읍니다..저 좀 이뻐해 주세요. 네?’
하며 술주정까지 했다는 것 아닙니까..

그 것도 군인 시아버지 앞에서 말이죠…남편 말로는 자기도 해본적 없는 짓거리라며 저 보고 간땡이가 부었다고 하며 웃더라구요..다음날,, 얼굴도 들지 못하고 부엌을 향했고 어머님은 저만 보면 빙그레 웃으시더라구요… 그 후로 우리 고부사이는 술친구도 되었다가 고부지간도 되었다가 모녀사이도 되었다가..전천후 멀티커플이 되었답니다…^^*

한번은 국을 끓였다가 국맛을 타박하는 남편 앞에서 어린 저를 따뜻하게 감싸주신 분이시랍니다.정말, 제 친구들이나 먼저 시집간 언니들의 예기를 듣고 있노라면 시어머니와 시댁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으며 시집살이를 하고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어찌 보면 제 복인 것도 같고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할때면 항상 시어머니가 감사하고 고맙게 느껴집니다.시집 온지 10년이 다 되어갑니다만 창피한 말인지 모르겠는데 아직도 김치를 잘 담그지 못한답니다.. 우습죠?

이 모두가 음식솜씨가 너무 좋으신 시어머님 덕분입니다.그래서 저희들도 [어머니]라는 말보다는 엄마라고 부릅니다.
그래서인지 시어머니와 함께 쇼핑을 하거나 시장을 가게되면 항상 모녀지간으로 오해를 받는답니다. 부부는 서로 닮는다는 말이 있듯 서로를 너무 좋아하면서 살아와서인지 우리 고부지간에는 외모도 많이 닮아있는듯 합니다.한번은 제가 임신중독증으로 퉁퉁부어 자리를 보전하며 겨우 화장실만 오가는 저를 직접 목욕까지 시켜주시며 제 간호를 해 주신 분이 바로 시어머님 이셨읍니다. 친정어머니는 멀리 떨어져 살기도하지만 아직도 사회활동을 하시는 분이시라 시어머님처럼 저에게 신경을 써주시기 힘든 분이시거든요.. 그런 이유도 있지만 사실 학창시절에도 항상 바깥일을 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저는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그리워 했었답니다..
언제나 ‘아가~”하며 다정하게 내 이름을 부르시며 “밥 잘 챙겨먹어라~!’하시는 우리 시어머님을 전 너무도 사랑한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며느리를 언제나 사랑으로 감싸주시는 어머니덕분으로 가끔 속썪이는 남편의 허물도 잘 덮고 넘어갈수 있는 듯 합니다.
내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의 부모님에게서도 이렇게 진정한 모정[母情]을 느낄수가 있다는 점을 몸소 느낀 사람입니다. 그렇게 좋으신 우리 시어머님.그 시어머님이 요즘 많이 아프시답니다. 3년전에 시아버지가 심장 판막증으로 돌아가신후 건가이 급격히 나빠지시더니 요즘은 잘 걷지도 못하십니다. 너무도 가슴이 아픕니다. 세 며느리들 중에서 유난히 저와의 사이가 좋으신 분이라 제가 모시고 싶다고 해도 자식들 그 누구에게도 신세지기 싫다시며 기여이 혼자 지내시겠다고 하십니다. 저러다 갑자기 잘못되시기라도 하실까봐 걱정이 앞섭니다.
그렇게 건강하시던분이 짝을 잃고나시니 한번에 사그러드시는 모습에 눈물이 앞을 가렸읍니다.
명절때만 되면 식혜가 먹고싶냐?수정과가 먹고싶냐?하시며 며느리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해 주시려고 애쓰시던 그런 시어머님이십니다.부엌에서 일하는 건 여자들이라고 여자들이 잘 먹어야 집안이 건강하고 잘 된다며 항상 은은 한 미소를 담으시던 어머님….

올 한해는 제발 툭툭털고 일어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슴슬이 좋으셨던 아버님이 계시지 않으셔서인지 어머님은 하루하루가 더 늙어가시는 듯 합니다.젊은 시절, 아버님이 넉넉치 않은 월급으로도 알뜰살뜰 살림하시고 세아들 모두를 대학공부까지 시키신 알뜰주부이신 우리어머님… 어머님.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저희들에게 항상 인자한 모습을 보여주시고 건강하게 사셔야해요.. 어머님 감사드려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어머님과 마주앉아 도란도란 예기를 나눌수 있는 그런날이 빨리 다시돌아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