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가면 나는 주눅 들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바로 속주머니(?) 때문이었다. 같은 반 친구 녀석이 나에게 속주머니가 있는 옷을 자랑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달랑 한 벌만 계속 입고 왔다. 그런데 문제는 내 옷에는 속주머니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늘 내 앞에서 속주머니에서 무엇을 꺼내고 뺐던 행위를 반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의 행동이 우습지만, 당시에는 무척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아버지께서는 독일군 군복(당시 유행했던 텔레비전 영화에 나오는)보다 더 멋진 어린이 양복을 맞춰주셨다. 당시의 우리 집은 가난하게 살았기에 매우 뜻밖이었다. 지금은 당시의 아버지 마음을 이해할 수도 있겠다.

다음날 나는 학교에 갔다. 보무도 당당하게물론 그 문제의 아이 앞에서 내 멋진 양복을 선보이고 나서내 왼 손은양복 깃을 열어 제치고 오른손으로는 속주머니를 더듬었던 것이다. 그런데 왼쪽에만 속주머니가 2오른 쪽에도 속주머니가그 때의 그 아이의 표정은지금도 기억이 난다. 물론 그 후로 다시는 그 아이의 손이 내 앞에서 속주머니에 가는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