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부는 중매로 결혼을 하였지요. 그러나 그 시절엔 생활이 어려운 시기라서 결혼을 하고서도 언감생심 신혼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신혼여행은커녕, 시댁 식구가 된 그 날 이후부터 대가족 시댁식구들의 건사를 위하여 갖은 고생을 다 하며 살았을 뿐이지요.

그러다 겨우 시댁에서 분가를 해 나올 때도 사발 두 개와 수저 젓가락 두 벌이 시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의 다였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저를 더 힘들게 했던 것은 먹을 양식이 떨어져 베고 자던 베개 속을 헐어내 밀 겨를 다 삶아먹었던 일들이랍니다.

아무튼 그런 시련의 날들을 지나온 제게 있어서 가장 눈물났던 순간을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현재 살고 있는 낡은 연립주택을 장만한 그 날의 순간입니다. 이 주택이야말로 우리 부부가 평생에 걸쳐서 입을 거 안 입고, 먹을 거 못 먹어가며 어렵게 장만한 꿈같은 보금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생각 해 보아도 지난 어려웠던 시절에 수 십 번이나 셋방을 전전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지금과 같은 장마철이면 날마다 천장에서 비가 줄줄 새는 단칸방에서 우리 다섯 식구가 밤새도록 잠을 설쳐대던 기억. 남편의 실직으로 먹을 것이 떨어져도 쌀을 사지 못해 며칠 동안 수제비만 끓여먹고 살던 기억들.

참으로 지난 시절은 저희 식구들에 있어서 말할 수 없는 고난의 세월이었습니다. 그러니 어찌 이 연립주택이 대견스러워 보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 생각엔 이 집이 앞으로도 처음이자 마지막의 우리 집이 될 듯도 싶습니다. 그래도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말이죠. 우리 가족 이렇게 모두 건강하고 화목하게 잘 살아가고 있으니까요.